석유산업과 4차 산업혁명

본고는 저자(유학식)가 에너지경제연구원 기본연구사업으로 수행한 ‘석유 가스 부문 지능형 기술 도입요인 조사연구’ 주요 내용을 요약 및 재편집한 것임을 미리 밝힙니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와 관련 신기술들에 관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 18세기 증기기관 발명으로 촉발된 산업화를 1차 산업혁명이라고 할 때, 19~20세기 초 전기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대량 생산체제와 20세기 말 컴퓨터 기반의 지식 정보화를 각각 2차 산업혁명과 3차 산업혁명, 그리고 이제 21세기에 들어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모바일 등 지능형 기술의 활용과 융합이 끌어낼 혁신적인 변화를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신기술들은 산업부문에서 효율 개선과 생산성 제고, 안전성 강화, 서비스 및 제품의 고객화, 시장 및 가격 전망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이 시도되고 있다. 석유산업도 이러한 4차 산업 기술의 적용이 유망한 산업이라고 분석한 여러 해외 문헌들이 눈에 띄지만 사실 아직 우리에게 석유산업과 4차 산업혁명은 익숙하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해외의 석유 가스 기업들, 특히 북미의 상류 부문 기업들은 유가스전 운영 효율화를 위해 디지털 오일필드라는 이름으로 디지털화를 시도한 지 십수 년이 되었고 최근에는 이보다 더 진보된 형태의 지능형 기술들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관심은 점차 중류 및 하류 부문에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러한 변화는 ‘oil’, ‘gas’, ‘industry’라는 단어를 포함한 뉴스를 대상으로 한 텍스트 마이닝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2010~2016년 기간의 ‘oil industry’, ‘gas industry’, ‘oil and gas’라는 문구가 포함된 영문 뉴스 중에서 연도별로 1만 개의 뉴스를 무작위 추출하여 매해 상위 키워드 분석, 연관단어 분석과 노출빈도 분석을 하는 텍스트 마이닝 기법으로 석유 가스 부문의 지능형 기술의 논의 동향을 살펴본 결과 2013년을 지나면서 data(데이터), ICT(정보통신기술), IoT(사물인터넷)와 같은 4차 산업혁명 기술과 관련된 키워드의 빈도가 빠르게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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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문에서 최근에 논의되는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이 이전의 디지털 기술, 정보기술 등과 차별되는 가장 큰 차이는 ‘지능형’이라는 성격에서 찾을 수 있다. 즉 컴퓨터가 마치 인간의 두뇌처럼 정보를 습득하고 상황을 인지할 뿐만 아니라 예측을 하는 것으로 최근에 사물인터넷 및 무선통신 가용성 증가, 센서 가격하락, 배터리 대용량화, 데이터 분석기술과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고도화로 생산 현장에서 많은 양의 데이터 수집과 저장이 가능해졌고 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컴퓨터의 학습능력과 예측능력이 좋아져 기존의 정보화, 자동화, 디지털화와는 현격히 다른 수준에서 이용 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석유 부문에서의 4차 산업기술, 즉 지능형 기술은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하여 석유 상류, 중류, 하류의 생산설비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실시간으로 수집된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인공지능 기술로 학습한 예측능력으로 설비운영 조건을 최적화하고 고장이나 사고를 예측하는 등의 용도로 활용되는 센서, 무선통신,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기술’ 등을 통칭하는 말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이 개념을 부문별 핵심 생산 활동의 가치사슬 전후방에까지 확장해 본다면 ‘원료 수급 전략, 산출제품의 가격과 최적 믹스 분석, 수송 및 물류의 최적 경로 발견과 물리적/시간적 병목 회피, 서비스 차별화 및 고객화, 소매 마케팅 등 원료의 수급과 판매, 서비스 측면에서도 석유 기업의 수익 극대화를 위해 사용되는 진단 장비 및 빅데이터 분석 기술’까지 4차 산업혁명 기술이 활용될 수 있는 범위로 볼 수 있겠다. World Economic Forum은 2017년에 발간한 보고서에서 향후 10년간(2016~2025) 세계 석유 가스 부문의 디지털화로 석유 가스 산업, 소비자, 사회전반에 약 1.6조 달러 규모의 부가가치가 창출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였다. 이중 석유 가스 기업에 귀속되는 부가가치 약 1조 달러는 상류, 중류, 하류 부문에서 각각 5,800~6,000억 달러, 1,000억 달러, 2,600~2,750억 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보았다.

한편 사회적 효용 가치 6,400억 달러는 주로 소비자의 에너지비용 절감, 생산활동에 소비되는 물 소비량 절감, 석유산업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등 환경적 기여에 의한 것으로 보았다.

석유 산업에서 4차 산업혁명 기술 생태계는 석유 기업을 중심에 놓고 볼 때 석유 기업에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데이터 분석 및 솔루션 등을 제공하는 연관 기업들로 구성된다. 상류 부문을 가정할 경우 통상적인 E&P 기업이, 중류 부문일 경우 파이프라인 운영사나 저장설비 운영사가, 하류 부문일 경우 정유사가 생태계의 중앙에 놓인다. 그리고 이들 석유 부문 기업을 중심으로 무선 센서, 웨어러블 기기, 드론 등 계측기기나 모바일 기기를 제조하고 공급하는 기업이 생태계의 한 편에 존재하게 되며, 생태계 다른 한 쪽에는 사물인터넷, 무선통신, 클라우드 환경 등을 제공하는 통신인프라 공급자가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통합 플랫폼, 분석프로그램 등을 공급하는 데이터 분석 기관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석유 가스 부문별로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예를 들어 상류 부문의 경우 자원개발서비스 기업이나 하류 부문의 경우 공정최적화 컨설팅사 등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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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석유 부문 상류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우선으로 유가스전 생산설비의 정밀조정과 최적 생산 수준을 유지하는 데에 활용을 시도하고 있다. 생산정에 설치된 압력밸브를 상황에 맞게 매우 미세하게 조절하기 위해서 압력, 진동 등 여러 인자들을 센서를 통해 지속해서 데이터를 수집하여 학습을 통해 가장 최적의 조건을 도출해 내고 이를 원격으로 정밀하게 조정함으로써 최적 생산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생산정 설비에 부착된 센서에서 산출 유동 속도, 튜빙 및 케이싱 압력, 물 차단 동향, 모래생산율 등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이를 분석하여 유사한 생산조건에서 최적의 입력 조건을 도출하는 것이다. 특히 생산개시 후 고갈이 빠르게 진행되는 셰일 유전에서 재수압파쇄 실시 여부 또는 적용 시기를 결정할 수도 있고 주입 수의 양이나 파쇄 재의 투입량 등의 결정에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센서를 통해 자동으로 기록하고 데이터를 송신함으로써 인력이 현장 유정을 직접 방문하여 모니터링을 하는 것보다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고 현장 인력의 안전사고 노출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유정 설비에 전해지는 진동, 온도, 압력, 소리 등의 빅데이터는 사고 또는 고장 직전의 상태에 대한 학습을 가능케 하여 생산설비의 폭발이나 사고를 사전에 감지하는 데에 유용하게 활용된다. 이는 작업자의 안전성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장을 사전에 감지하여 다운타임을 감소시켜 생산 중단에 따른 비용 발생을 예방하고 설비나 부품의 교체나 수리 비용도 줄일 수 있다.

하류 부문, 특히 원유정제업에서도 해외에서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도입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원유정제업의 가장 눈에 띄는 점 중 하나는 원유 구매비용이 석유제품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따라서 구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노력이 늘 중요하다. 또한 최근에 비전통 원유의 등장으로 과거에는 고려하지 않았던 유종의 정제시설 투입을 고려해야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 경우 설비에의 유종 적합성이나 산출물의 생산성에 대한 정밀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정유 부문은 공정의 무결성이 제품의 수율, 불량률, 계획한 산출물의 획득에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정유소의 계획하지 않은 가동중단을 방지하는 것이 석유제품 산출량을 극대화하고 영업 손실을 최소화 하는 데에 필수적이다.

이러한 산업적 특성 하에서 정유산업에서는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을 원유도입전략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설비 유지보수의 효율성을 개선하거나 고장을 더욱 잘 예방하는 데에 활용할 수 있다. 수많은 품종의 원유 샘플을 조합하여 상품성 또는 수익 창출 기여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석유제품 산출 믹스에 필요한 원유 조합비율을 알아내기 위한 원유의 가치 분석에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도 있고, 더 나아가 여기에 설비조건, 원유성상, 재고 현황, 제품시장 전망 등을 함께 고려하면서 유종 별로 내재적 가치와 공정의 반응성을 정밀히 평가하는 데에 지능형 기술이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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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설비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실시간으로 여러 인자를 수집하고 이렇게 축적된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부품의 마모, 열화, 손상이 발생했던 과거의 조건들을 학습하여 현재 기기의 상태와 비교하여 정비에 가장 적절한 순간에 정비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상태’ 기반의 유지보수 방법은 부품이나 기계의 남은 수명을 최대한으로 활용할 수 있어 평균 부품수명에 따라 정기적으로 교체나 수리를 하는 ‘시간’기반 정비보다 낭비적 요소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산가치가 높은 주요 생산 설비일수록 유지보수비용 절감과 자산의 최대 활용, 다운 타임 예방 효과가 더 클 것이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석유 하류 부문의 4차 산업혁명 기술은 원유 도입 의사결정 최적화, 정제설비의 고장 및 사고 예방 등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유 부문은 특히 민간 부문임에도 불구하고 전량의 원유를 수입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원유도입 최적화를 통해 국가 석유 안보에도 기여하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아직 석유 가스 부문의 4차 산업혁명 기술 또는 지능형 기술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낮은 편이라 할 수 있고 현실적으로도 국내에 석유 가스 부문의 4차 산업혁명 기술 생태계의 형성은 아직 미흡하다.

국내에 석유 부문 4차 산업혁명생태계가 구성될 수 있으려면 산업 여건에 대한 보다 면밀한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며 이종 산업 간에 협업도 요구된다. 해외에서는 ‘자원개발서비스 기업과 데이터 분석기업’, ‘석유 가스 설비 사업자와 데이터 분석기업’, ‘비즈니스 컨설팅 기업과 하드웨어 개발 기업’ 등 다양한 조합으로 제휴와 협력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은 전통적인 석유 가스 기업에게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판매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석유 기업의 측면에서 보면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소비하거나 활용하는 주체가 된다. 따라서 석유 기업들은 자신에 맞는 4차 산업 혁명 기술의 도입을 위한 전략으로 솔루션 직접 개발, 4차 산업혁명 기술 관련 자회사 설립 또는 M&A, 솔루션 구매, 전략적 제휴, 공동 R&D 등 다양한 형태의 협력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여러 형태의 협력 방식 중에서 최적의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자사의 여건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소위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이제는 더는 생소하지 않을 만큼 빠르게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트렌드에 너도, 나도 몸을 실어야 한다는 당위성은 없다. 그러나 석유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체계적인 준비를 통해서 4차 산업혁명이 주는 기회를 포착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유학식,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유학식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본 콘텐츠는 대한석유협회보 <석유와 에너지>에 기고된 글에서 발췌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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