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모빌리티 전환’에 대응해야 할 자세

바야흐로 세계는 수송에너지 전환이 주요 화두가 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전기차 보급 비중이 가장 높은 노르웨이는 오는 2025년부터 모든 신규 판매 자동차를 배기가스 무배출 차량인 ZEV(Zero Emission Vehicle)로 제한한다고 선언했다. 영국, 프랑스도 시점만 다를 뿐 2035년 이후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제주도에서 ‘2030년 이후 내연 차량 신규 등록 중단 추진’을 선언했다.

전 세계적으로 내연기관차는 애물단지가 되고 전기차 같은 그린모빌리티는 환경 친화 또는 저공해 차량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데 수송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선결돼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전기 생산 과정의 친환경화가 그것이고 막대한 수송 부문 전력 소비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도 중요하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수송 수단의 중심에 설 것으로 예상되는 내연기관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정책적 선택도 필요하다. 전기차 중심 그린모빌리티의 현재 그리고 과제를 들여다 본다.

북유럽국가의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내연기관차 퇴출 선언의 배경

전 세계에서 전기차 보급 비중이 가장 높은 1, 2위 국가는 북유럽에 몰려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 해 세계 최고 전기차 판매 점유율을 기록한 나라는 노르웨이로 나타났다. 노르웨이에서는 지난해 판매된 차량 중 46%가 전기차였다. 판매 차량 두 대 중 한 대가 전기차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노르웨이는 오는 2025년부터 자국 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자동차를 ZEV(Zero Emission Vehicle, 배기가스 무배출 차량)로 제한하겠다고 밝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아이슬란드의 전기차 판매 비중이 22%로 2위를 차지했다.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는 모두 북유럽 국가들이다.

물량 측면에서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국가는 단연 중국이다. IEA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210만여대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중 절반이 넘는 106만대가 중국에서 팔렸다. 중국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셈이다. 북유럽 주요 국가들과 중국이 세계 전기차 판매 시장을 선도하는 데는 나름의 배경과 이유가 있다.

노르웨이, IEA 최고의 재생에너지 발전 여건 갖춰

노르웨이 같은 북유럽 국가들은 천혜의 천연자원을 활용한 재생에너지 발전에 유리하다. 외교부 글로벌에너지협력센터(GECC)에 따르면 노르웨이는 자국 내 생산되는 전력의 98%를 재생에너지로 발전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높은 산과 풍부한 하천 등 지리적인 장점을 기반으로 수력발전이 발달했기 때문인데 자국 재생에너지 생산의 96%를 담당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이 육성되지 못한 것도 전기차 판매 비중이 높은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7월 열린 ‘친환경차 보급 방안 토론회’에서 산업연구원 조철 선임연구위원은 ‘북유럽 중심으로 친환경자동차 비중이 높고 특히 노르웨이는 40%가 넘는 배경은 이들 국가가 수력 등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발전 여건이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북유럽이 자동차 생산국이 아니라는 점’도 친환경차 보급률이 높은 배경으로 해석했다. 조철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 생산국이면서 일정 수준의 자동차 수요를 확보하고 있는 국가들은 2018년 기준 친환경차 판매 비중이 2% 내외에 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연기관 산업 세계 격차 좁히지 못한 중국, 전기차에 집중

지난해 기준 중국은 전 세계 전기차 판매 시장의 50%, 누적 보급 기준으로는 47%를 달성한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기록됐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보급 확산 과정에서 다양한 정책적 지원 제도를 운용하며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전기차 등 신에너지차에 보조금을 지원중이고 자동차 제작사에게 신에너지차 판매 크레딧을 의무적으로 부여해 보급 여건을 조성중이다.

중국은 전기차 생산 측면에서도 강국으로 꼽히고 있다. 중국은 전기차 핵심인 배터리 분야에서 우리나라와 더불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중국 기업인 CATL이 세계 1위인 LG화학과 비슷한 24%를 기록하며 2위를 기록중이다. 가장 최근 통계인 8월 조사에서는 CATL이 세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중국 BYD도 5.8%를 점유하며 5위를 차지했다. CATL이나 BYD 같은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중국 정부의 강력한 보조금 정책과 더불어 막대한 자국 내 수요에 힘입어 세계 전기차 산업을 선도 중이다. 중국 정부가 자국 내 전기차 산업의 세계 시장 선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배경은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에서의 경쟁력 확보가 요원하다는 정책적 판단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자동차공학회 부회장인 한양대 이기형 기계공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자동차 산업의 기술적 한계가 전기차 확대 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이나 미국, 일본, 우리나라처럼 엔진을 포함한 다양한 내연기관 자동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은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한계를 넘지 못하면서 다른 자동차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가 그나마 적은 전기자동차에 몰입할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고 분석했다.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은 자동차 산업 자체가 없고 중국은 전통적인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전기차 보급에 적극적이거나 관련 산업 육성에 집중하는 나름의 사정들이 있다.

전기차 보급 적극적인 중국, 발전은 석탄이 주력

전기차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가장 큰 배경은 환경 친화성 때문이다. 전기차가 ‘ZEV(Zero Emission Vehicle)’로 불리는 데는 주행 과정에서 배기가스가 전혀 배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기 생산 과정 까지 고려한 전기차의 전 생애 주기(LCA, Life Cycle Assessment) 평가는 전기차가 ZEV로 불리는 것에 대해 고민을 일으킨다. 국책 연구원인 에너지경제연구원 김재경 연구위원이 2017년 발표한 ‘자동차의 전력화(electrification) 확산에 대비한 수송용 에너지 가격 및 세제 개편 방향’ 보고서가 대표적이다.

수송에너지의-미세먼지-배출량

당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 생애 주기를 고려한 전기차 배출 미세먼지는 휘발유차 대비 93%에 달했다. 온실가스 역시 휘발유 차량 대비 53%에 달했다. 화석연료로 발전되는 과정에서 유해 미세먼지와 배기가스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세계 최대 전기차 보급 시장인 중국의 딜레마는 심각하다.

글로벌 메이저 기업인 BP가 발표한 ‘BP Statistical Review of World Energy 2020’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평균 발전 믹스 중 석탄 비중은 36.4%로 집계됐다. 그런데 중국은 두 배에 가까운 64.7%를 기록했다. 자국 내 생산되는 전력의 약 2/3가 대기 환경에 가장 유해하다고 비난받는 석탄화력발전이다. 그린 모빌리티로 불리는 전기차의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엄청난 유해 배기가스를 배출하는 석탄 화력이 뒤에 숨어 있던 셈이다.

급격한 수송 전동화, 전력 수급 위협할 수 있어

iea-국가-전기차-전력수요

전기차 보급이 확산하면서 수송에너지 동력원이 화석연료에서 전기로 빠르게 전환되는 상황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IEA에 따르면 전기차 보급이 늘어날수록 화석연료인 석유 수요는 줄지만, 전력 소비가 급증하면서 전 생애주기 온실가스 배출에 영향을 미친다. IEA는 2030년 수송 부문의 전동화(電動化)를 전망했는데 ‘명시된 정책 시나리오 (Stated Policies Scenario : STEPS)‘가 실현되면 2030년 세계 전력 수요는 550TWh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명시된 정책 시나리오’는 각국 정부가 내놓은 전기차 전환 등의 정책 목표들이 반영되는 경우를 가정한 상황인데 2019년보다 6배 많은 전력이 소비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온실가스 저감과 관련한 국제 행동인 파리 기후협약을 완전하게 이행하는 ‘지속 가능 시나리오(Sustainable Development Scenario : SDS)’에 맞춰지면 전기차 관련 전력 수요는 2019년 보다 11배나 증가해 1000TWh에 달한다. 그런데 전기 생산 과정이 ‘깨끗(clean)하지 않다’면 온실가스를 비롯한 유해 배기가스의 배출 창구가 내연기관 자동차 배기구에서 발전소로 옮겨질 뿐 지구 환경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국처럼 발전량의 2/3 정도를 석탄 화력이 담당한다면 배기가스 무배출차량인 전기차 보급을 늘리는 것은 환경 편익에 긍정적이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이 확대되고 이산화탄소 포집을 비롯한 탈탄소화 노력 등이 병행되겠지만 수송 부문의 전동화 속도 조절에 실패하면 친환경 전력 수요 한계에 부딪혀 오히려 환경을 훼손하고 전력 수급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되는 이유이다.

세계 5대 자동차 산업 강국인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내연기관과 그린모빌리티의 중용을 모색하는 포트폴리오 전략도 중요하다. 내수 자동차를 전량 수입하는 북유럽 국가들이나 내연기관 기술력을 따라잡지 못해 전기차 산업에 집중하는 중국을 일방적으로 쫓아가기 보다는 우리 강점인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한편 그린모빌리티 경쟁력도 강화하는 전략이 국익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industrial writer GS칼텍스 에너지, 에너지칼럼
지앤이타임즈 김신 발행인

전북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전공과는 상관없는 에너지 분야 전문 언론에서 20년 넘는 세월을 몸담고 있는 에너지 분야 전문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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