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석유를 색출하는 다양한 첨단장비들이 있다?

휘발유 소비자 가격 중 세금 비중은 평균 60%대를 유지 중이다. 유가 수준에 따라 70%에 근접할 때도 있다. 경유 유류세도 소비자 가격 중 절반을 넘는다.

‘휘발유나 경유 세금을 탈루할 수만 있다면…’
그래서 손쉽게 불로소득을 꿈꾸는 이들이 가짜석유 시장에 몰려들고 있다. 그런데 가짜석유로 탈루되는 세금이 한때 1조 원이 넘을 정도로 규모가 커지면서 정부는 단속을 강화중이다. 불법 사범들도 멈추지 않고 지능적인 수법을 고민하고 찾아내고 있다.

쫒고 쫒기는 숨바꼭질 같은 양상 속에서 급기야 정부는 스텔스 차량, 드론, 내시경, 지표 투과 레이더 같은 첨단 장비까지 동원하고 있다. 스파이 첩보 영화에 등장할 법한 장비들이 동원되는 가짜석유 단속 현장과 성과를 스케치해본다.

끊을 수 없는 유혹, 가짜석유

휘발유-소비자-가격-구성비
시민단체인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에 따르면 최근 2개월 동안 휘발유에 부과된 세금 비중이 평균 70%에 달했다.
즉, 휘발유 1리터를 100원에 구매할 때 소비자들은 70원을 세금으로 부담한 셈이다. 휘발유와 경유에 부과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는 한 해 15조 원 정도 걷힌다. 전체 국세의 5%를 넘는 수준이니 정부에게 유류세는 안정적인 세원을 의미한다.

그런데 어떤 이에게 유류세는 불법적인 부당이득을 취할 수 있는 수단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가짜석유를 제조하거나 유통시키는 범법자들이 그렇다. 예를 들면, 100원짜리 휘발유를 30원에 팔고 유류세에 해당되는 70원은 불법 이득으로 취할 수 있다. 이처럼 엄청난 불법 소득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은 가짜석유 유통 사범이 끊이지 않는 원인이 되어 왔다. 단속만 회피할 수 있으면 막대한 불법 이익을 챙길 수 있으니, 범법자들이 그 유혹을 끊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세수·환경·안전·건강 모두 위협

가짜석유-세금탈루-분석
가짜석유는 조세, 환경, 자동차 안전 등에 미치는 부작용이 크다. 특히, 전통적으로 가짜휘발유 원료로 사용되던 메탄올과 톨루엔 등은 발암 등을 야기할 수 있는 ‘맹독성’ 물질이다. 일산화탄소, 미세먼지 등 다양한 유해 배기 배출을 늘려 대기 환경도 훼손한다. 장기간 사용할 경우, 엔진 연료 계통을 손상시켜 주행 중 시동 꺼짐 같은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출되니 운전자의 안전도 위협하게 된다.

가짜석유를 판매하는 석유 유통 사업자에서는 유증기 폭발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가짜석유 제조, 유통이 방치되면 정부는 천문학적 세수 손실을 입게 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012년 수행한 가짜석유 차단 효과 분석 연구에 따르면 한 해 탈루되는 세금이 무려 1조 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래서 정부와 감독 기관은 단속의 고삐를 당기고 있는데 대부분의 범죄가 그렇듯 범행 수법은 지능적으로 진화한다.
가짜석유 제조·유통사범들은 단속을 회피하기 위한 다양하고 은밀한 방법을 찾아내며 감독 당국과 쫒고 쫒기는 숨바꼭질이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산업용 내시경이나 스텔스 단속 차량, 그리고 드론 같은 다양한 첨단장비들이 동원되고 있다.

비노출 검사하는 스텔스 차량 가동

스텔스-차량-가짜석유-판별
정부는 법정기관인 석유관리원에 위탁해 주유소 등에서 판매하는 석유제품의 정품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석유관리원은 석유 판매 업소를 현장 방문해 운영 관리자가 입회한 가운데 시료를 채취하고 분석 시설로 이송해 정품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일부 불법 사업자들은 단속반원들이 방문해 시료를 채취할 때는 정품 석유를 제공하고 실제로는 가짜석유를 판매하는 꼼수를 부린다. 정품석유와 가짜석유를 각각의 저장시설에 보관해 두었다가, 소비자에게 판매할 때는 가짜를 공급하고 검사 당국 조사에는 정품을 공급하는 편법을 동원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응해 석유관리원은 일반 승용차에 가짜석유 여부를 현장 식별할 수 있는 간이 검사 장비를 탑재한 비노출 검사 차량을 운영 중이다. 불법 판매업자들은 단속 여부를 알지 못하고 가짜석유를 공급하게 되는데, 비노출검사 차량에 설치된 검사 장비가 현장에서 진위 여부를 판정하고 곧 바로 불법 현장을 찾아낸다. 일종의 스텔스 검사 차량인 셈인데, 석유관리원은 총 24대를 전국 석유 유통 현장에 투입 중이다.

산업용 내시경으로 땅 속 불법 시설물 찾아내고

산업용-내시경-불법-탐지
일부 불법 사업자들은 이중 저장 탱크를 매설해 가짜석유를 보관, 판매한다. 정품석유가 저장된 탱크와 별도의 저장시설을 지하에 설치하고 가짜석유 단속에 대비한다. 정품과 가짜석유가 담긴 저장시설은 각각의 별도 배관으로 주유기에 연결되는데, 땅속에 숨겨져 있기 때문에 이중 배관과 탱크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때 동원되는 것이 산업용 내시경이다. 석유관리원은 주유기가 매립된 지하 공간에 내시경을 투입해 불법 시설물을 찾아낸다. 사람의 건강을 위협하는 유해 종양을 찾아내는 것처럼, 환경과 자동차 등을 해롭게 하고 세금까지 탈루하는 가짜석유 판매 설비를 산업용 내시경이 색출하고 있다. 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총 23대의 산업용 내시경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지표면을 뚫고 땅속 불법 매설물을 확인할 수 있는 레이더 장치도 동원된다. 가짜석유를 보관했거나 불법으로 설치된 이중 배관 같은 지하 불법 시설물 확인을 위해 GPR(Ground Penetrating Rada, 지표 투과 레이더)도 투입되고 있다.

드론 띄워 불법 현장 증거 채집

드론-불법석유-탐사-식별
제주도 외딴섬에 드론으로 생필품을 배달하는 시범 사업이 최근 주목을 받았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제주도는 GS칼텍스 계열 주유소를 드론 배송 거점으로 활용해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생필품을 제주 인근 도서지역에 배달하는 시범 사업에 돌입했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2025년부터 서울과 인천공항 등을 이동하는 드론 택시를 운행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드론은 가짜석유 제조 사범을 찾아내고 증거를 채집하는데도 활용된다. 지난 2017년 7월 석유관리원 레이더망에 가짜석유를 제조, 유통시키는 것으로 추정되는 업소들이 포착됐다. 석유관리원은 경찰과 합동으로 가짜석유 공급 출처 확보에 나섰고 의심되는 시설물을 찾아내 드론을 띄우고 가짜석유 제조, 유통 사실을 확인해 검거하는데 성공했다. 출입이 제한된 충북 모 지역의 대형채석장에서 사용되는 건설장비에 가짜석유 등이 주유된다는 첩보 역시 드론을 띄워 불법 사실을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석유관리원은 올해 초 기준 6대의 드론이 불법 석유 적발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고 밝혔다.

가짜석유 원료 공급 단계부터 차단

석유-판매업자-가짜석유-적발현황
가짜휘발유 제조 원료 꼭지를 차단하는 제도적 성과도 효과를 보고 있다. 주로 석유화학사들이 생산하는 용제는 유통 단계에서 가짜휘발유 원료로 불법 전용되는 사례가 많았다. 그런데 정부가 석유화학사 공급 단계부터 용제 수급 상황을 보고 받은 후 유통 단계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원료 공급이 막히기 시작했고 가짜휘발유 유통이 크게 줄었다. 설상가상, 첨단 장비까지 동원되어 사각지대까지 단속망이 좁혀지면서 가짜휘발유는 사실상 근절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 해 가짜휘발유 유통으로 적발된 석유사업자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석유유통사업자는 석유대리점, 주유소, 석유일반판매소를 말하는데 주유소가 1만2천여곳으로 가장 많다. 그런데 지난 해에는 가짜휘발유 판매로 적발된 주유소가 한 곳도 없었다. 2011년까지만 해도 한 해 150~160여 주유소가 가짜휘발유를 불법 판매하다 단속됐는데, 이후 2012년 이후 급격하게 감소세로 전환됐고 지난 해는 ‘제로(0)’를 기록했다. 이제 소비자들은 국내 어떤 주유소에서도 속지 않고 정품 휘발유를 구매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난방유 불법 전용 막기 위해 식별제 강화

가짜경유 역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은 근절을 선언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사실 난방유로 사용되는 등유의 세전 공장도 가격은 경유 보다 높다. 그런데 교통에너지환경세 같은 각종 유류세가 부과되지 않아 1리터당 500원 정도가 낮다. 주원료인 용제를 석유화학사 등을 통해 조달해야 하는 가짜휘발유와 달리 가짜경유 원료인 등유는 주유소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자발적인 가짜경유 소비자들이 생길 정도이다. 화물차나 버스를 소유한 운전자들이 주유소에서 등유를 주유하면 차량 탱크에서 가짜경유가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방식인데, 이는 명백한 불법이다. 경유 대신 아예 등유를 주행 연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런 불법을 막기 위해 등유에는 식별제가 첨가되어 있다. 경유와 혼합하면 식별제와 반응해 색상이 변하며 가짜석유를 식별할 수 있는 구조이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활성탄이나 백토 등을 투입해 등유 식별제를 제거하고 색상 반응을 없애는 지능 범죄가 생겨났다. 정부 역시 제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새로운 식별제를 선정해 등유에 첨가하며 대응 중이니, 유류세에서 비롯된 가짜석유와의 쫒고 쫒기는 전쟁에서 첨단 장비와 기술을 동원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industrial writer 가짜석유 에너지, 에너지칼럼
지앤이타임즈 김신 발행인

전북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전공과는 상관없는 에너지 분야 전문 언론에서 20년 넘는 세월을 몸담고 있는 에너지 분야 전문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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