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자동차 시대의 현명한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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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년대 말에 자동차가 유럽에서 개발된 이후 1900년대에 들어와서 미국 포드의 T 모델에 의해 일반화되면서 사람들의 이동 욕구를 충족해 주었다. 그러나 그 숫자가 늘어나면서 점차 자동차가 대기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과 불만이 높아졌다. 특히 1950년대에 LA에서 발생한 스모그의 원인이 급격히 늘어난 자동차의 배출가스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진 이후 캘리포니아를 선두로 하여 선진 각국에서 대기보전법이 점차 강화되어왔다. 게다가,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의 하나로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지목되어 이에 대한 규제(또는 연비 규제)가 더해 졌다. 이 와중에 2015년의 VW의 디젤게이트로 인해 내연기관자동차에 대한 거부감이 거세지고 급기야는 노르웨이,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2025년부터 시장에서의 내연기관퇴출이라는 극단적인 정책이 발표되었다.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먼저 친환경자동차와 내연기관자동차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그 다음에 합리적인 자동차 정책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려 한다.
친환경자동차라고 하면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자동차를 말하는데 주로 전기에 의해 구동되는 자동차를 의미한다. 배터리 전기자동차(BEV)가 대표적이며 조금 확대하면 플러그인 전기자동차(PHEV)도 포함할 수 있겠고, 미래의 BEV 대안으로 떠오른 수소 연료전지자동차도 포함한다. 더 나아가서, 관점에 따라서 연비 개선효과가 큰 하이브리드 자동차도 포함할 수 있겠다. 과연 이들 전기자동차는 환경 친화적이고 내연기관자동차는 그렇지 않을까? 얼핏 보기에는 운행시 연소의 부산물 배출이 전혀 없는 전기자동차에 비하면 내연기관자동차가 상대적으로 오염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내연기관은 연소실 내부에서 연료가 산소와 반응해서 연소하는 엔진을 의미한다. 연소할 때 원하지 않는 물질들(CO, NOx, 입자상물질)이 발생하는데 이를 배기정화장치에 의해서도 완전히는 없앨 수 없으므로 대기 오염물질이 발생한다. 그러나 70년대부터 계속 강화된 배기규제의 덕에 최근의 내연기관 자동차의 배기오염물질은 측정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낮아졌다. 캘리포니아가 제일 규제가 강했지만 유럽도 디젤게이트 이후 실제 도로상에서 배기를 측정하도록 강화되어 실도로주행(RDE : Real Driving Emissions) 중의 배출이 상당히 낮아졌다. 거기다가 전기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오염물질과 자동차의 생산부터 폐차까지 포함한 전 생애 배출오염을 고려하면 전기자동차도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 배출 등 환경에 위해를 가하는 면에서 자유롭지 않다.
친환경 자동차 시대의 현명한 정책
그러면 어떤 기준으로 정책을 만들어야 할까? 단순한 흑백논리로 전기자동차는 친환경적이니까 지원하고 내연기관자동차는 퇴출하는 것이 친환경적으로 일반 국민에게 보일지는 모르지만 효과에 비해 비용이 크므로 국가의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미 국내 원자력발전 분야에서, 정부가 충분한 논의 없이 갑자기 원자력 발전을 퇴출대상으로 발표하면서 일어났던 많은 혼란과 피해에서 보았듯이, 합리적이고 국민의 동의를 얻지 않은 정책은 장기간에 걸쳐 산업과 경제에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다.
좋은 정책이란 주어진 제한 조건에서 가장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최적화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주어진 제한 조건이란 정부의 지원 한계, 업체의 기술 수준과 투자 여력, 자원 확보 가능성, 지형학적 조건과 대기 상황 등 여러 다양한 변수를 포함한다. 거기에 더해 소비자 인식과 선호, 외국 업체와의 경쟁 까지 포함한다. 이들 제한 조건 내에서 대기 개선, 자원 절약, 편리성, 효율성 등 효과를 최대화하여야 한다. 이는 단순히 백과 흑의 이분법에 의해 결정할 수 없으며 한국의 산업과 환경을 총체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어렵고 복잡한 작업이다. 그러면 미래의 자동차 정책은 어떻게 최적화하면 좋을까?
전기자동차를 적극적으로 미는 중국과 유럽을 살펴보면 미래 정책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중국이 전기자동차를 내세운 이유는 대기 오염과 함께 자국 산업의 보호이다. 이미 내연기관자동차에서 기술이 뒤진 상태에서 외국과 합자 형태로 자동차 산업을 시작한 중국은 기술 선점과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전기자동차를 선택하였다. 그리고 배터리 업체를 키우기 위해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보조금 지원에서 제외하고 자국 배터리업체들만 지원하는 편협한 정책을 노골적으로 시행하였다. 덕분에 중국은 전기자동차 생산과 소비에서 모두 세계 제일이다. 중국의 전기자동차 생산업체는 원래 배터리 업체였던 비야디를 비롯하여 400여개에 달하고 배터리 업체도 세계 1위 CATL, 3위 비야디 등 세계 최고 생산량을 자랑한다. 또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보조금과 자동차 등록 우선 등의 지원책에 의해 수십 퍼센트씩 성장한 전기자동차 판매는 올해 150여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너무 커진 시장에 대한 보조금은 중국 정부에 상당한 부담이 되어 올해부터 한 번 충전한 후의 주행거리가 250km이하인 전기자동차에 대해서는 아예 보조금을 없앴고 내년부터는 모든 전기자동차에 대한 보조금을 없앤다고 한다. 그래도 전기자동차 판매를 높이기 위해 의무 판매비율(10%에서 매년 2% 증가할 예정)을 올해 도입하여 계속 전기자동차 보급을 늘리려 계획하고 있다. 프랑스도 자국의 원자력 발전 비율이 70%가 넘어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 없이 충분한 전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보너스 맬러스 제도(저탄소차협력금 제도)를 통해 전기자동차를 지원하며, 전기차 보급율이 가장 높은 노르웨이도 수력 발전에 의한 친환경 발전이 자국의 주된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 자동차 시대의 현명한 정책
이와 같이 각 나라는 자국의 주어진 제한 조건 안에서 환경과 경제에 가장 적합한 방식을 정책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한국의 제한 조건은 무엇인가? 한국의 특별한 조건은 자동차 산업에서는 이미 상당한 기술을 확보하였으나 재생에너지 분야에서는 아직 그 정도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국은 그동안 자동차산업 성장을 통해 쌓아온 기술이 이미 선진 자동차 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파워트레인(엔진과 트랜스미션) 분야에서 30년에 걸쳐 눈부신 발전을 하였고, 최근 현대자동차의 CVVD 개발에서 볼 수 있듯이 독자 기술을 확보하였다. 그러면서도 새로운 친환경 자동차 기술에 집중적으로 투자하여 이미 전기자동차 판매에서 세계 5위의 실적을 내고 있고 수소연료자동차는 도요타와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다. 반면에 재생에너지 면에서는 아직 풍력도 국제 경쟁력을 갖추려면 시간이 걸리고, 태양에너지 발전도 국내 여건상 대폭 확대하기 어렵다. 거기다 원자력 발전을 줄일 예정이기 때문에 전기차가 대량으로 보급될 경우 추가 전기 생산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어려운 형편이다.
그래서, 국내 정책은 기존의 우위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전기자동차(수소연료전지자동차 포함)에 대한 지원을 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한다. 현대차, 기아차에서 생산하는 기존의 내연기관과 트랜스미션의 종류가 너무 많으므로 일부 가장 많이 사용되는 모델(예: 1.0, 1.5, 2.0리터 터보 직접분사 엔진)과 8단 이상의 자동변속기에 집중하여 세계 최고 효율을 갖는 파워트레인을 갖추고, 전기자동차에 집중하느라고 기존의 내연기관 개발에 소홀한 외국 자동차업체들에 이 기술을 수출하는 것이 더 경쟁력을 갖추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가솔린 엔진과 디젤 엔진의 효율을 50% 이상으로 높이고 배기를 대기 수준으로 정화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할 일이 많고 트랜스미션도 다단화와 제어 기술 등 개선할 면이 많다. 그 위에 전기자동차와 수소연료전지자동차 등 친환경자동차 기술을 쌓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다른 나라에서 한다고 우리도 내연기관을 퇴출해야 한다는 식의 어리석은 논쟁을 멈추고 가장 깨끗한 배기를 내뿜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개발하는데 힘을 모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미 내연기관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이 많이 줄어들고 석, 박사 연구 인력도 감소하고 있다. 계속 환경친화적 자동차로 전기자동차에만 집중하다가는 우리의 강점을 잃고 나중에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수입하는 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국내 여건을 고려해서 최적화한 현명한 자동차 정책에 대한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 본 글은 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GS칼텍스의 공식입장은 아닙니다.

※본 콘텐츠는 대한석유협회보 <석유와 에너지>에 기고된 글에서 발췌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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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민 -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기계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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