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부는 바람, 그린카의 시대적 배경
지구온난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함에 따라 기후변화협약의 위력이 점점 강화되고 있어 화석연료 사용이 억제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원유고갈의 우려로 인한 고유가 추세까지 겹쳐 최근 세계적으로 자동차 CO2 배출은 줄이고 연료소비 효율은 높이도록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요.
이러한 녹색규제 추세를 맞추기 위해서는 기존에 강조되던 친환경성 뿐만 아니라 CO2 배출이 적고 연료 효율이 우수한 자동차를 그린카로 부르며, 클린디젤과 하이브리드•전기•수소연료전지 자동차가 대표주자로 꼽힙니다.
앞으로는 연료가 친환경적이더라도 CO2 저감성이나 연비가 나쁘면 그린카로서 자격이 없고, 그린카가 아니면 세계시장에 나설 수 없습니다.
즉, 가솔린 자동차나 연료가 친환경적이라고 했던 LPG나 CNG자동차는 연비를 만족하지 못해 그린카 대열에 끼지 못하고, 연비 면에서는 우수하나 반환경적이라 천대 받았던 디젤자동차는 그 동안 연료품질과 엔진기술의 발전으로 클린디젤이라는 이름으로 그린카 대열에 포함되는 시대로 변하게 된 것이죠.
그린카가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친환경성과 CO2절감, 연비 면에서 기본적으로 우수해야 하고, 부수적인 특성도 우수해야 합니다.
우리정부는 2007년에 그린카 4대 강국 진입 목표를 발표하여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제공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나, 그린카 대상으로 어떤 자동차를 우리의 주력 생산차로 선택하고 어떤 전략으로 추진하는가에 따라 자동차 산업발전의 승패가 갈라지게 될 것입니다.
세계 주요국의 그린카 개발 전략
각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므로 어느 차종을, 어느 시기에 어떤 방법으로 개발/ 보급하고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 결정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일입니다. 충분한 예산이 확보되어 전 차종을 모두 지원할 수만 있다면 문제는 없겠지만, 미국, 일본, 중국, 독일과도 입장이 다른 우리나라에서는 한정된 예산의 범위에서 특정 차종을 선택해서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할 경우 어느 차종을 선택할 것인가는 쉬운 일이 아닌 것이죠.
미국이 부시 정권 전반기 시절 수소연료전지차에 집중 투자하였으나 성급한 시장예측은 빗나가고 기존 차량의 고효율화 기술개발에는 소홀히 하게 되어 시장에서 외면당함으로써 미국의 자동차산업이 추락하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미국은 오바마 정부가 들어서면서 전기자동차를 선택하였다가 최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집중하고 있으나 시장회복 가능성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실정이지요.
일본은 가솔린 하이브리드 승용차 개발에 집중하여 시장을 주도했고, 이에 따라 보급이 급속도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연비향상에 비해 고가의 생산단가가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그 결과 가솔린 하이브리드 승용차 시장 판도가 주춤거리고 있으므로 최근 미국시장을 따라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독일을 중심으로 한 서유럽 국가들은 오랜 디젤승용차 보급 경험과 신기술의 개발로 연비와 CO2규제를 만족하고 가격 경쟁력이 있는 클린디젤차에 집중하여 세계 자동차시장 판도를 재편하고 있습니다. 이 중 프랑스는 풍부한 원전 전력을 배경으로 전기자동차 개발에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솔린 하이브리드 승용차 기술도 걸음마 단계 수준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승용차 개발을 시도하고 있으나 정부는 전기차 보급 활성화에 관심이 많아 자동차회사가 양산토록 강요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현대자동차는 블루온 전기승용차, 기아자동차는 레이를 개발 하였고, GM대우와 르노삼성 자동차도 전기승용차 개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기차의 성능은 주로 배터리와 전기모터의 용량에 좌우되는 것으로 고가의 차량가격이 문제이고, 기존의 클린디젤차와 동등한 성능을 유지하려면 차량가격이 최소한 10배 이상이 되어야 합니다. 현존 최고성능의 전기차인 미국 테슬라 로드스터 스포츠카의 판매금액이 약 2억원 정도인 점을 간과해서는 안되겠지요.
그리고 배터리의 수명한계로 10년 이내에 교체 시 비용의 추가부담과 CO2발생 총량, 충전전력 공급용 추가 발전시설비 등 다양하게 고려해야 하므로 성급한 양산 강요는 자동차산업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신중해야 합니다.
독일의 Bosch사는 2010년에 1.4t 디젤차와 1t급 전기차를 대상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총량을 ‘자원발굴에서 바퀴 구동까지’ (Well to Wheel) 비교한 결과, 독일이 현재 energy mix (원자력, 석탄, 중유, 천연가스 포함)로 생산되는 전기를 사용할 경우 전기차가 오히려 디젤차 대비 33% 더 많은 CO2를 배출하고, 신재생에너지나 원자력발전에 의존하면 디젤차 대비 약 40% CO2발생이 감소한다고 발표하였습니다.
디젤차 대비 전기차의 CO2 배출이 적은 나라는 프랑스와 영국 등 원자력 또는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율이 높은 국가인 반면 독일과 네덜란드, 폴란드, 미국, 캐나다, 한국 등은 전기차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더 많다고 합니다.
세계 주요국의 그린카 보급 정책
우리나라는 자동차의 배기량에 따라 세금을 매기고 있는 반면 유럽은 자동차의 연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유럽의회는 2008년 12월 차량의 중량과 관계 없이 신규로 제작되는 비업무용 승용자동차에 대해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오는 2015년까지 단계적으로 160g/㎞에서 130g/㎞ 이하로 감축하도록 하는 규정을 통과시켰고요. 또한 오는 2020년까지는 새로 출고되는 자동차의 CO2 배출량 한도를 95g/㎞ 이하로 감축하는데 합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유럽 국가들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차량 세금을 차등 부과하며 그린카 보급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유럽 각국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차등적인 보조금 및 세제를 운영하는 이유는 ‘환경’과 ‘경제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이고, 이 제도를 도입한 EU회원국은 2009년 4월 기준 17개국이며 이 기준을 도입하는 국가는 점점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 중 덴마크는 연비도 세제규제로 적용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랍니다.
프랑스에서 이산화탄소(CO2)배출량이 ㎞당 101~120g인 신차를 사면 최대 700유로(한화 약 108만원)의 보조금을 받게 됩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당 60g 이하일 경우 보조금 액수는 최대 5,000유로(한화 약 775만원)로 7배나 뛰게 되지요.
이와는 달리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으면 과징금을 내야 합니다. 프랑스의 경우 2008년부터 신차 구입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60g/㎞를 넘으면 200~2,600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합니다. 영국에서도 신차를 살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26g/㎞ 이상일 경우 400파운드의 세금을 내야 한다는 사실! 120g/㎞ 이하면 세금이 35파운드로 크게 줄어드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클린디젤은 수송용 연료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기 때문에 유럽 국가들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인 차량에 보조금 및 세제혜택을 제공하는 정책은 클린디젤 차량의 보급률 향상에 기폭제가 되어 유럽의 클린디젤 자동차의 점유율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클린디젤 자동차 점유율은 1998년 40%에서 2008년 78%로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영국도 이산화탄소 배출에 따른 차등 세제 도입 전 12~13%에 불과하던 클린디젤 자동차 점유율이 2008년 47%로 상승했지요.
유럽이 클린디젤 자동차를 친환경차로 육성하는 이유는 전기차ㆍ연료전지차 등 궁극적인 친환경 자동차가 실용화되기 전까지 온실가스 저감과 연비규제에 가장 효과적인 차량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 최대 자동차 보유국인 미국도 2009년 5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자동차 연비규제 강화책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2016년부터 미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평균 연비를 갤런당 35.5마일(리터당 15.1㎞)로 높여야 한다. 이 같은 미국 정부의 연비규제 조치로 미국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함께 클린디젤 자동차가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 정부는 2002년 모델 대비 25% 이상 연비를 개선한 차량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여기에는 클린디젤 차량도 포함된다. 세금혜택은 연비 개선 정도에 따라 900~1,800달러에 이른다. 미국 디젤기술포럼은 클린디젤 자동차가 휘발유 자동차보다 연비가 20~40% 높다고 평가하면서 디젤 자동차의 보급 확대를 위해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같은 조세 유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일본은 현재 디젤 승용차의 판매율이 미미한 상황이지만 최근 배출가스 클린화의 진전으로 클린디젤 자동차에 대한 정책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시작은 이산화탄소 절감효과에 주목, 경유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2006년 채택한 ‘신국가에너지 전략’에 담겨 있습니다.
이후 2008년 3월 ‘클린디젤 추진위원회’를 가동하고 같은 해 7월에는 ‘저탄소사회 만들기 행동계획’에 클린디젤차를 포함시켰습니다. 또 클린디젤 차량 보급 확대를 위해 2009년 4월부터 2012년 3월까지 클린디젤 차량 취득세를 현행 5%에서 0%로 감면하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2012년 2월 17일에 일본 경제산업성은 “친환경자동차(Eco-car) 보조금 제도”를 시행한다고 공고하였습니다. 이 제도는 환경 성능이 뛰어난 신차의 구입을 촉진해 환경 대책에 공헌하는 것과 함께 일본 시장 활성화를 목표로 차종에 관계없이 제안 요건에 부합하는 신차를 구입해 1년간 사용하는 사람에게 보조금을 교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2015년도 연비기준을 달성하거나 2010년도 연비기준을 25%초과 달성하는 승용차는 등록차와 경차에 각각 10만엔, 7만엔씩 보조해 주고 2015년도 연비기준을 달성하는 트럭, 버스 등의 중량차의 경우 소형(차량총중량 3.5톤~8톤)은 20만엔, 중형(차량총중량 8~12톤)은 40만엔, 대형(차량총중량 12톤 초과)은 90만엔을 보조해줍니다.
일본은 세계 정상급 자동차 기술 보유국이지만 그린카의 양산 보급에는 신중한 편으로, 특히 버스의 경우 CNG버스의 총 운행 대수가 1,000대 이하 수준으로 우리나라에 비해 매우 적은 수준이며, 그나마 2003년 이후부터 신차 보급이 급속도로 줄어가고 있다. 이와 정반대로 디젤하이브리드 버스는 2003년 이후부터 계속 증가하고 있어 CNG버스에서 디젤하이브리드 버스로 대체되고 있는 추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영국 런던에서는 약 8천대의 디젤 시내버스가 운행되고 있는데 2006년부터 디젤하이브리드 버스가 보급되기 시작하여 현재 중 225대가 운행되고 있습니다.
런던의 명물인 빨간 2층 버스는 1947년에 개발되어 운행하다가 관광객을 위한 전통 노선 몇 개만을 남겨놓고 지난 2005년에 사실상 퇴역했습니다. 그러다 최근에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 대비해서 기능이 개선되고 디자인이 바뀐 빨간색의 2층 버스(1대)가 2012년 2월부터 1대가 런던에서 운행되고 있습니다.
북아일랜드에 위치한 라이트버스 회사에서 제작된 이 신형 2층 버스는 전후방 창문이 옆면까지 이어져 디자인이 특이하며 운전수가 길모퉁이의 승객을 더 잘 살필 수 있는 실용성까지 고려했습니다. 차체는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 구조로 설계됐으며, 리튬이온 배터리팩과 4.5리터 디젤엔진의 혼용으로 구동됩니다. 차량가격은 약 5억원 정도로 일반 구형 2층 버스보다 2배 가량 비싸답니다.
런던시는 오는 7월에 열리는 런던 올림픽에 맞춰 8대를 추가 도입할 예정이며 2012년 말까지 총 300대의 디젤하이브리드 버스 운행을 계획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런던 시내버스를 대부분 디젤하이브리드 버스로 교체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스웨덴의 볼보社는 현재 런던 시내에 62대의 디젤 하이브리드 버스를 운행 시키는 등 유럽에 약 100대 정도를 공급했습니다. 최근에는 자국의 예테보리 시내버스용으로 25대 공급 계약을 체결하였고,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대비하여 브라질에 60대를 공급하기로 하였습니다. 천연가스 생산국으로 CNG버스가 많이 운행되고 있는 콜롬비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 남미에서도 CNG버스의 대안으로 디젤하이브리드 버스의 보급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