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컴플렉스로 상처입은 자신감, 집단 미술치료로 회복시키다

어린이들의 한 뼘 친구 마음톡톡과 이영숙 박사님이 함께하는 글입니다.

TV에서 본 아이들은 얼굴도 하얗고 예쁘던데…
나는 왜 이렇게 밉게 생겼을까요?

우르르 함성을 지르며 마음톡톡 방으로 들어오는 아이들 틈에 또래보다 왜소한 체격의 여자 아이가 쭈뼛거리며 들어왔습니다. 또래 여자 아이들 틈에 섞이지 못하고 저 혼자 멀찍이 떨어져 앉곤 했던 가인이었습니다.

다른 친구들과 멀리 떨어져 있는 아이의 모습

또래보다 작은 키와 왜소한 체격. 까무잡잡한 피부. 예쁘지 않은 얼굴. 가인이는 아이들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했고 자신에 대한 자신감도 많이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외모에 대한 컴플렉스로 의기소침해진 가인이와 다른 아이들은 쉽사리 짝이 될 수 없었고, 가인이는 아이들의 이런 태도에도 어느 정도 익숙한 것 같습니다. 묻는 말에 겨우 대답하는 것 이외에는 거의 말을 하지 않을 정도로 성격도 내성적이었습니다.

우리 반 친구들은 나를 싫어해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내 눈에도 별로에요.

가인이에게는 또래관계 개선과 자존감 향상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타인과 함께 힘을 합쳐야 하는 활동을 많이 시도해서, 함께 하는 것의 즐거움을 경험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모습도 돌아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미술 수업을 듣는 아이들의 모습

첫번째 시간은 치료사들도 아이들도 설렘과 긴장의 시간입니다. 미술 수업과 미술 치료를 구분지어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자칫 자신의 그림 실력 때문에 위축되기도 합니다.

난화 그리기를 통해 미술 치료에서는 못 그리거나 못 만들어도 ‘스스로 했다’ 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알려주었습니다. 차츰 아이들이 긴장을 풀어가는 가운데, 유독 긴장했던 가인이도 그림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데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표정이 조금 풀어지고 가끔씩 웃는 모습을 보이게 되었지요.

아이들이 손을 들어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

두번째 시간은 아이들이 서로에 대한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나도 그래’ 게임입니다. 한 아이가 “나는 노는 게 좋아!” 라고 외치면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나도 그래!” 라고 외치며 다가옵니다. 아이들이 공감과 수용을 신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게임이죠.

이 날 가인이는 작은 소리였지만 “나는 마음톡톡에 오는 게 좋아!” 라고 했고, 다른 아이들도 그 말에 공감하며 “나도 그래!” 를 외치며 가인이에게 다가섰습니다. 친구들로부터 공감받았다는 사실에 가인이는 감동을 느끼는 듯 했습니다. 자신도 친구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을 것입니다. 다함께 하는 게임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하나가 되었습니다.


친구를 위로하는 아이의 모습

어느 날, 짖궂은 남자 아이들의 장난 대상이 되곤 했던 혜교가 울고 말았습니다. 각자 하는 일에 몰입해 있던 다른 여자 아이들은 혜교를 위로할 겨를이 없었지요.

이 때 가인이가 혜교에게 다가갔습니다. 가인이로서는 큰 용기를 낸 것입니다. 혜교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며 위로하기 시작했어요. 그날 이후 가인이는 혜교와 친구가 되었고, 혜교를 통해 다른 여자 아이들과도 차츰 잘 어울리게 되었습니다.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

아이들과의 관계가 개선되자 가인이는 말도 많아지고, 훨씬 더 적극적인 성격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가인이는 미술 치료 과정에서 그림으로 자신을 표현함으로써 외모 컴플렉스를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협동 게임을 통해 친구들과의 공감과 지지를 경험하고, 친구집단에 소속됨으로써 또래관계를 이어가는 방법을 배우게 된 것이죠.

자신감을 회복한 가인이는 아이들 사이의 갈등 상황에서도 더 이상 방관하지 않고 당당히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인이의 변화를 원동력으로 아이들도 조금씩 변해갔습니다. 갈등 상황이 생기면 아이들은 스스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또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성적이고 소심했던 가인이가 당당해지자, 처음에는 가인이를 거부하던 다른 아이들도 어느새 한 마음이 되어 함께 행동하게 되었습니다.


행복한 표정의 여자아이

자신의 외모에 100% 만족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외모 컴플렉스는 스스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남의 시선을 의식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타인의 시선, 친구들이 무심코 한 한마디에 상처를 입고 자신의 단점을 점점 부풀려 가면서 자신감을 상실하게 됩니다.

단점보다는 장점으로 시선을 돌려 아이가 스스로 상처입은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다면, 더이상 컴플렉스 속에 갇힌 외톨이가 아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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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2015 마음톡톡 아이들을 만나다」에서 일부 발췌하여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