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휘발유는 옥탄가가 94 이상인 휘발유이다. 옥탄가는 엔진 노킹 저항력을 나타내는 지수이다. 고옥탄가를 요구하는 자동차 엔진에 사용될 때 출력 증가 효과도 확인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는 석유사업법을 통해 휘발유 품질 규격을 보통과 고급휘발유로 이원화시켜 놓고 있다. 정유사들도 모두 고급휘발유를 생산 중인데 옥탄가가 법정 기준을 크게 초과한 100을 넘어서는 제품까지 출시되고 있다. 고급 세단이나 수입 자동차 증가세에 발맞춰 고급휘발유 판매량도 증가 추세이다. 특히 올해 4월 이후 3개월 연속 최고 소비량 신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프리미엄 휘발유 기준을 만든 배경, 자동차 성능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소비자 선택이 향하는 방향을 쫓아가 본다.
보통이 세계 최고 환경 품질인 한국 휘발유
휘발유 품질과 관련해서 ‘고급’이라는 수식어는 사실 큰 의미가 없다. 환경부가 평가하는 휘발유 환경 품질이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일 년에 두 차례에 걸쳐 국내에 유통되는 휘발유 환경 품질을 평가해 공개하고 있다. 평가항목은 황과 벤젠, 방향족화합물 등 대기 환경을 오염시키는 물질들이다. 가장 최근 평가 결과에 따르면 4개 정유사의 휘발유 환경 품질은 최고 등급인 별 (★) 5개를 받았다. 별 한 개는 법정 품질 기준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별 다섯 개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까다롭다는 미국 캘리포니아 석유 환경 품질 기준과 비슷한 수준이다. 별 다섯 개는 세계 최고 수준의 환경 품질이라는 의미이고 우리나라 보통휘발유의 환경 품질이 바로 이 등급에 해당한다. 그러니 휘발유 등급을 굳이 보통과 고급으로 구분할 필요가 없다.
보통과 고급의 유일한 차이 ‘옥탄가’
그런데 석유사업법에서는 굳이 휘발유 등급을 이원화하고 있다. 1호는 보통휘발유, 2호는 고급휘발유로 나눠 명칭도 차별화시켰다. 한때 정유사 사이에 휘발유 옥탄가 높이기 경쟁이 일자 정부는 소모적인 자원 낭비를 막겠다며 품질을 이원화시켰다. 실제로 보통과 고급 두 등급의 휘발유 품질 기준 중 다른 항목은 옥탄가 그리고 다름을 식별할 수 있는 색상뿐이다. 91~94 사이의 옥탄가는 1호인 보통휘발유가 해당된다. 94를 넘으면 2호인 고급휘발유에 속한다. 보통휘발유는 노란색, 고급휘발유는 초록색으로 구분해놓고 있다. 주유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육안으로 보통과 고급휘발유를 식별할 수 있게 한 조치이다. 결국 보통과 고급은 옥탄가 지수로 구분되는 셈인데 정유사들은 고급의 법정 기준을 월등히 초월하는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일부 정유사의 고급휘발유는 옥탄가 지수가 100을 넘고 있다.
최고 중의 최고 ‘고급휘발유’
옥탄가는 휘발유의 자연 발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엔진 노킹(knocking) 저항력을 나타내는 지수이다. 엔진의 점화플러그가 아닌 곳에서 연료가 비정상적인 발화를 일으키는 것을 엔진 노킹이라고 부른다. 노킹이 발생하면 엔진 소음이 커지고 성능 저하로 이어진다. 옥탄가는 지수로 표시되는데 그 수치가 낮을수록 엔진 노킹이 잘 일어난다. 보통휘발유 보다 고급휘발유 옥탄가 법정 지표가 높으니 그만큼 엔진 노킹 저항력이 높다. 그렇다고 보통휘발유가 저질 제품인 것은 아니다. 일반 자동차 엔진에 최적화된 옥탄가 지수에 맞춰 보통휘발유 품질 기준이 설정됐기 때문이다. 다만 옥탄가 지수 측면에서 고급휘발유가 상대적으로 우수할 뿐이다. 그러니 최고 등급인 보통휘발유 그리고 최고 중의 최고는 고급휘발유로 이해하면 된다.
엔진 출력 최대 3% 증가 효과 확인
고급휘발유의 옥탄가 지수를 놓고 일각에서는 ‘의미 없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국내 완성차는 물론이고 외제차 역시 보통휘발유의 옥탄가 지수로 충분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이 같은 평가의 핵심이다. 하지만 절반을 맞고 나머지 반을 틀린 평가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4년, ‘휘발유 옥탄가에 따른 차량 성능 평가 연구’를 실시했는데 배출가스 측면에서 일반휘발유와 고급휘발유 모두 뚜렷한 차이가 발생되지 않았다. 배출가스와 관련해 옥탄가의 높고 낮음이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연비에도 차이가 없었다. 다만 고급휘발유를 사용할 때 엔진 출력이 최대 3% 증가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특히 실차 시험 결과 고옥탄가를 요구하는 차량에 고급휘발유를 주유하면 배출가스 저감과 출력, 가속성 향상 효과가 일반 차량 결과보다 다소 높게 나타났다.
고급휘발유 판매량 역대 최고 경신 중
오피넷에 따르면 고급휘발유 가격은 일반휘발유 보다 1리터에 300원 가까이 비싸다. 그런데도 판매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해 4월 이후 3개월 연속 최고 판매량 기록도 경신 중이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고급휘발유는 4월 한 달 동안 9만 배럴이 소비되며 역대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 고급휘발유 소비 통계가 작성된 1994년 이후 월 기준으로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것. 그런데 5월에 9만4000배럴이 판매되며 최고 기록이 깨졌고 6월에는 10만 배럴까지 늘었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의 판매량도 52만3000배럴에 달해 전년 같은 기간의 45만2000배럴 대비 15.7%가 증가했다. 이 같은 현상은 대형 세단과 수입차가 증가하면서 고옥탄가 휘발유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정유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주유소・소비자 선호도 높아지고!
고급휘발유 소비가 늘어난다고는 하지만 전체 휘발유 유통 규모와 비교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올해 6월 소비된 휘발유는 683만 배럴로 이중 고급휘발유는 1.5%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정유사는 옥탄가가 높은 고급휘발유 생산을 멈추지 않고 있다.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를 맞추기 위해서다. 이후부터는 선택의 문제이다. 주유소에서 고급휘발유를 판매하려면 별도의 저장시설과 주유기를 갖추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연료 소비자들은 차량 스펙에 적합한 연료의 다양성이 보장될수록 좋다. 이제 고급휘발유를 취급할지 말지는 주유소가 경영적으로 판단하고 고급휘발유를 구매할지 말지는 소비자가 선택하면 된다. 그런데 고급휘발유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으니 주유소의 판단 그리고 소비자의 선택에서 프리미엄 휘발유의 선호도가 높아지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