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휘발유는 ‘미슐랭 별 세 개’다

캘리포니아의 하늘이 공짜가 아닌 이유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초저공해차(Ultra Low Emission Vehicle) 수준의 배출가스 허용 기준과 연료 품질 기준을 적용

올드 팝 그룹인 마마스 앤 파파스(The Mamas & the Papas)가 부른 ‘캘리포니아 드리밍(California Dreaming)’이라는 유명한 노래가 있다. 이 노래는 혹독하게 추운 뉴욕 날씨에 질린 그룹 멤버의 불평 때문에 만들어진 노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가사 내용은 ‘겨울빛이 완연하고 희뿌연 뉴욕의 잿빛 하늘, 걱정 없이 따뜻한 캘리포니아를 그린다’는 단순한 메시지다.
캘리포니아 인구 밀집 해안지대는 대부분 온화한 해양성 기후라니 뉴욕의 끔찍한 잿빛 겨울 날씨에 캘리포니아가 그리운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의 맑은 하늘은 공짜가 아니었다.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지난 2006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가장 엄격한 초저공해차(Ultra Low Emission Vehicle) 수준의 배출가스 허용 기준과 연료 품질 기준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슐랭 가이드 별★ 세 개의 의미는?

미슐랭가이드 선정기준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을 꼽아 별(★) 등급을 매기는 ‘미슐랭 가이드(Guide Michelin)’라는 게 있다.
영어식 발음으로는 ‘미쉐린’인 프랑스 타이어 회사 ‘미슐랭’에서 자사의 타이어 구매 고객들을 대상으로 나눠주기 위해 발간한 무료 여행안내서에서 출발했지만, 현재는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평가 지표로 더욱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음식 평가에 정통한 미식가들이 맛과 가격, 분위기, 서비스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일정한 수의 레스토랑을 선정하고 이들 중 가장 뛰어난 곳에 별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미식가들을 끌어모으는 지침서로 불린다.
별 한 개는 ‘요리가 특별히 훌륭한 곳’, 두 개를 받으면 ‘요리를 맛보기 위해 멀리 찾아갈 만한 집’이고 최고 등급인 별 세 개는 ‘요리를 맛보기 위해 여행을 떠나도 아깝지 않은 집’이라는 주석이 달려 있다.
현재 미슐랭 별 세 개를 획득한 레스토랑은 전 세계적으로 20여 곳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석유 환경품질은 캘리포니아 수준

뜬금없이 캘리포니아 드림과 미슐랭 타령을 늘어놓는 것은 우리나라 정유사들과 직간접적인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캘리포니아는 전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연료유 환경품질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따라서 캘리포니아가 적용하는 기준을 만족시키면 전 세계 최고 수준의 휘발유, 경유를 생산한다는 것과 동의어가 되기 때문에, ‘캘리포니아’는 국내 정유사들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키워드이다.
정부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대기환경보전법에 근거해 국내에서 유통되는 휘발유와 경유의 품질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즉, 이 정도 수준의 제품은 생산해야 한다는 최소 기준으로 그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면 불량 제품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환경부는 이와는 별개로 1년에 두 차례씩 국내에서 생산되는 석유제품의 환경품질 수준을 절대 평가하는 작업 또한 수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휘발유의 경우에는 방향족화합물, 벤젠, 올레핀, 황 함량 등 총 6가지 환경 관련 지표에 대한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데 그동안 발표된 평가 결과에 의하면, 국내 정유사들은 모두 종합적인 환경품질 평가 결과에서 별 네 개 이상을 획득했다.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연료유 환경품질기준에도 필적하는 수준으로, 국내 정유사들이 몇 가지 상이한 스펙만 조정하면 까다로운 미국 시장에 휘발유를 수출하는 일도 가능하다.

미슐랭 별 세 개짜리 레스토랑급인 한국산 석유

석유 품질등급 수준

환경부가 석유제품 환경 품질을 평가하는 지표가 재미있다. 미슐랭 가이드처럼 별(★)로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별 하나는 국내 법정 품질 기준보다 다소 양호한 수준을 의미한다. 별 하나만 받아도 국내 품질 기준은 충분히 충족시키는 셈이다. 별 세 개는 세계적으로 가장 엄격한 기준에 근접한 수준일 때 부여된다. 한편, 별 네 개, 다섯 개는 국제 최고 기준을 거의 또는 완전히 만족시켰을 때 받게 된다.
미슐랭은 별 세 개가 최고 등급인데 반해 환경부 환경품질평가는 별 네 개, 다섯 개가 최고 수준이고 국내 정유사들은 이 수준을 만족시키고 있다.

미슐랭 기준을 적용하면 국내 정유사가 생산하는 휘발유와 경유는 ‘기름을 넣기 위해 일부러 여행을 떠나도 아깝지 않은 수준’인 셈이다. 석유 환경품질을 평가하고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과 관련해 환경부는 ‘석유제품 제조 및 공급사가 법정 최소 기준을 뛰어넘어 자율적으로 환경 품질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이와 같은 의도가 잘 반영된 까닭일까? 정유사들의 자율적인 환경품질 경쟁으로 인한 한국산 석유제품의 품질은 ‘캘리포니아에 있는 미슐랭 별 세 개짜리 레스토랑’급이 되었다.


industrial writer GS Caltex 에너지, 에너지칼럼
지앤이타임즈 김신 발행인

전북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전공과는 상관없는 에너지 분야 전문 언론에서 20년 넘는 세월을 몸담고 있는 에너지 분야 전문 기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