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에너지 현황과 남북 에너지협력

4.27 남북 정상회담과 6.12 북미 정상회담은 5.24 조치 이후 얼어붙은 남북관계와 중첩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획기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다양한 남북경협 구상들이 논의되고 있으며, 실제 판문점 선언에서는 “10.4선언에서 합의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가며…..”로 구체적으로 합의하고 있다. 10.4 선언에서 합의한 사업들 가운데 경협사업은 개성공단 2단계 확장, 해주 경제특구 건설, 남포/안변 조선 협력 단지 등으로 에너지 부문에서도 이들 사업에 대한 전력, 석유 등의 에너지 공급방안을 새삼 고민하게 하고 있다.

현대 산업사회에서 석유의 역할은 가히 절대적이다. 다양한 에너지원이 경쟁하는 남한의 경우도 2016년 전체 일차에너지의 41.0%가 석유이다. 그러나 북한의 석유 비중은 2013년 6.7%, 2016년 11.8%에 불과하였다. 수입 에너지를 최소화하려는 정책 의지의 결과지만 결국 북한이 현대 산업사회에 진입하지 못하고 낙후된 사회로 전락하게 되는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만성적인 석유 부족은 석유화학 대신 석탄화학을 육성하고, 산업체의 열과 동력도 석유 대신 석탄으로 해결하며, 수송도 철도 위주로 발달시켜 도로망이 크게 낙후되는 결과를 초래한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북한이 이러한 복합적 왜곡을 바로잡으면서 경제회복과 장기적 성장기반을 구축하기 위하여 석유 공급의 증대는 필연적이며 숙명적이다. 석유 공급 증대 없이는 산업도, 수송도, 민생도 회복될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의 내부적 역량으로는 단기간에 석유 공급을 증대시키고 인프라를 확충하는 등 산업적 성장을 성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산업적, 재정적 능력도 부족하며, 기술적 능력도 부족하다. 북한이 체제를 개혁한다 해도 외부로부터의 재정적, 산업적, 기술적, 정책적 지원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판단된다. 석유산업의 남북협력은 북한 석유산업에 대한 산업적, 기술적, 정책적 지원과 우리 석유산업의 중장기적 구도와 비즈니스적 수요를 동시에 추구하도록 체계적인 기획 하에 추진되어야 한다. 정책적, 기술적으로는 다양하고 과감하게 지원하면서, 산업적으로는 다각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여 접근해야 한다. 북한의 석유산업은 우리에게 부담이자 동시에 기회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석탄 시대에 있는 북한이 성공적으로 석유 시대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협력하는 것은 우리 석유산업에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라 하겠다.

북한과 남한의 석유류 남북교역이 필요하다

북한이 개혁·개방되고, 대북 국제제재가 해제되고,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초기 단계에는 석유류의 남북교역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북한에서 가장 필요한, 그러나 가장 결핍된 에너지가 바로 석유이기 때문이다. 2016년 북한의 1인당 연간 석유 소비량은 0.05 TOE로 남한의 2.0%에 불과하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된 지금은 그보다도 훨씬 더 악화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군수공장과 군부대와 같은 중요단위를 제외한 모든 기관, 기업소들에게 “운수수단들을 운행하지 말라”, “운송에는 소달구지를 활용하라”는 지시가 하달되었다고 하며, 전국을 연결했던 사설 수송네트워크가 붕괴되어 장마당 경제도 크게 위축된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과의 석유교역에 관해 두 가지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다. 우선 북한 당국의 공식 석유제품 수입에 대한 접근이다. 북한의 공식 석유제품 수입은 북한 당국의 기획과 재정으로 이루어지며, 산하 무역회사들에 수입 와크(북한에서는 무역 허가권을 ‘와크’라고 함. 수입 와크와 수출 와크가 있음.)를 배분하는 방식으로 집행된다. 2016년에 28만 톤 정도를 전량 중국으로부터 공식 수입하였다. 당국 간 협의와 상업적 협상을 통해 전량을 우리가 공급할 수 있도록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 규모는 크지 않으나 북한이 수입선을 남한으로 바꾸게 된다면 석유 부문 남북협력의 획기적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40만 톤 정도로 추산되는 북한의 비공식 석유류 수입에 대해서도 접근이 필요하다. 지금은 밀수 형태지만 북한이 개혁·개방된다면 합법적인 민간 수입 형태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경쟁이 예상되나 당국간 합의, 가격 및 결제 조건, 수송 조건 등에서 차별적 전략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동시에 북한 석유산업의 중장기적 구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통일 시대의 남북 통합 석유산업에 대한 확고한 비전을 가지고 석유 분야의 산업적 협력 구상을 전개해야 한다. 북한은 지금은 보잘것없지만 장차, 통일 한국의 석유 수요 증가와 산업적 투자를 선도할 지역으로 지리적으로 우리 산업의 비즈니스 영토이다. 산업과 시장은 형식적으로는 통일 이후에나 통합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그 이전에도 통합될 수 있다. 그러므로 통일 이전이라도 우리 품질의 석유가 우리 송유관(또는 선박)을 통해 공급되어, 우리 네트워크를 통해 유통될 수 있도록 시장과 산업을 동시에 고려하는 협력전략이 구현되어야 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경술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경술

본 콘텐츠는 대한석유협회보 <석유와 에너지>에 기고된 글에서 발췌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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