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수입 많을수록 무역 수지 도움 되는 역설!

‘2017년 국내 원유 수입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발표한 보도자료 중 일부 대목이다. 석유 생산과 소비, 수출도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기름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자원 빈국 입장에서 ‘달러’ 써 가며 다른 나라 원유를 더 많이 들여왔다는 소식이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닐 텐데 정부 입장은 그렇지 않다. 더 많은 원유를 수입할수록 국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단일 정제 규모나 고도화 설비 능력으로 세계 최상위권인 우리나라 정유사들은 수입 원유 중 절반 이상을 석유제품으로 정제해 수출하면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으니 정부 입장에서는 자랑거리가 될 만하다.

원유 수입 줄이면 무역 수지 개선된다?

우리나라는 산유국이다. 유일한 에너지 생산 광구인 동해가스전에서는 천연가스가 생산되고 있는데 다만 물량이 많지 않고 그마저도 2019년이면 수명이 종료될 전망이다. 초경질원유인 컨덴세이트도 일부 생산되지만 무시할 만한 수준이다. 자급할만한 자원이 없다 보니 에너지의 97% 정도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산유국이면서도 에너지 자원 빈국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석유에너지는 전량 외국산 원유를 들여와 정제, 소비하고 있다. 그렇다면 원유 수입을 가능한 줄이는 것이 무역 수지에 도움이 될 텐데 정부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도입한 원유는 사상 최고 물량을 기록했는데 정부의 자랑거리가 되고 있다.

2017년 원유 도입 및 석유 수출 현황 개요

 

원유 수입 물량 사상 최고 기록, 환영받는 이유는?

산업통상자원부는 우리나라의 2017년 원유 수입량이 11억2000만 배럴로 그 전년 대비 3.7%가 늘었다고 발표했다. 물량 기준으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요약하면 지난해 우리 정유사들의 원유 수입 물량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원자재 수입이 늘어나면 국가 무역수지 악화로 연결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인데 오히려 정부는 대대적으로 홍보 중이다. 수입된 원유는 정유사들의 정제 과정을 거쳐 부가가치가 덧붙여지고 다시 해외에 수출되면서 오히려 국부 창출의 반전으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정유사들이 해외에 내다 판 석유제품은 5억9000만 배럴로 집계됐다. 도입한 원유 중 52.7%에 해당하는 물량이 석유제품으로 가공돼 수출된 것이다.

석유제품별 수출 현황

 

63빌딩 197번 채울 수 있는 물량, 수출

정유사들의 석유 수출 물량은 2014년 이후 4년 연속 증가하고 있다. 2013년 한 해 동안 4억2929만 배럴이 수출됐던 것이 이듬 해에는 4억4882만 배럴로 늘었고 2015년 4억7742만 배럴, 2016년 4억8771만 배럴로 끊임없이 증가한 끝에 지난해에는 5억 배럴까지 넘어섰다. 수출 물량 기준으로 사상 최대 기록도 경신했다.

수출 규모를 이해하기 쉽게 보여주는 비유가 있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 해 정유사들이 수출한 석유제품은 63빌딩을 197번 채울 수 있는 규모다. 2리터 생수병에 넣을 경우 약 375억개 분량이며 이를 일렬로 늘릴 경우 지구 둘레를 305번 돌릴 수 있다.

석유 수출, 석유 제품 수출

 

자동차 만큼 중요한 국가 주력 수출 품목

지난 해 정유사들이 석유를 수출해 벌어들인 돈은 348억5200만 달러에 달했다. 석유 수출액이 사상 최대인 540억 달러를 기록했던 2012년과 비교하면 상당 수준 줄었다. 하지만 2012년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오르 내리던 초고유가 상황으로 석유 수출 단가 역시 높게 형성되면서 석유수출액도 자연스럽게 최고 기록을 달성하는 반사 효과가 반영됐다. 지난 해 정유사들은 사상 최대 규모의 수출 물량을 기록했으니 수출액 만으로 2012년의 무역 수지 기여도와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뜻이다. 국가 수출 정책을 관장하는 산업부는 13대 주력 수출 품목을 선정, 관리하는데 수출액 기준으로 지난 해 석유 기여도는 6위를 기록했다.

979억 달러를 수출한 반도체가 1위를 기록했고 일반기계, 석유화학, 선박류, 자동차에 이어 금액 기준으로 여섯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대표적인 수출 효자 품목 중 하나인 자동차 수출액과는 불과 69억 달러 차이게 그쳤다.

대한민국, 전 세계로 석유 수출

 

61개국에 수출, 원유 도입한 나라에도 석유 팔아

정유사들이 석유를 수출한 국가는 60곳이 넘고 우리나라에 원유를 수출한 산유국에 석유를 역수출하기도 했다. 석유공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한국산 석유가 수출된 국가는 총 61개국에 달한다. 통계 분류 편의상 미국령 괌, 중국령 홍콩, 프랑스령 타이티가 별도의 국가로 분류됐지만 이들을 제외해도 58개국에 한국산 석유가 팔렸다. 우리나라가 원유를 구매한 산유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해 우리나라가 원유를 도입한 국가는 총 26개국이었는데 이중 13개국에 한국산 석유가 팔렸다. 사우디와 UAE, 이란, 카타르 등 중동 산유국이 수출 대상이었고 미국, 브라질, 페루 등 미주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대륙까지 수출 네트워크가 펼쳐졌다.

올해도 석유 수출 전망은 밝다. 산업부는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중 하나인 중국의 정제설비 확충이 정체되고 가동률이 축소되면서 올해 우리나라 정유사들의 수출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나라 석유 수출 국가 현황
대만, 일본, 중국,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인도, 파키스탄, 스리랑카, 홍콩(중), 괌(미국),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미얀마, 피지, 러시아, 타히티(프랑스), 뉴칼레도니아, 마셜제도공화국, 동티모르, 미크로네시아, 몰디브, 팔라우, 솔로몬제도, 캄보디아, 이집트, 앙골라, 케냐,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모로코, 탄자니아, 토고, 캐나다, 미국, 브라질, 에콰도르, 페루,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칠레, 과테말라, 이란, 카타르, 아랍에미레이트,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이스라엘, 요르단, 네델란드, 프랑스, 그리스,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불가리아, 헝가리 (총 61개국)

<출처 : 한국석유공사>


industrial writer GS칼텍스 에너지, 에너지칼럼
지앤이타임즈 김신 발행인

전북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전공과는 상관없는 에너지 분야 전문 언론에서 20년 넘는 세월을 몸담고 있는 에너지 분야 전문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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