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수출로 한 해 9조 넘는 무역 수지, 70년 전 오징어 실렸던 수출 선박에 이제 석유가!

“70년 전, 대한민국 최초의 수출선 앵도환(櫻桃丸)호가 오징어와 한천을 싣고 홍콩으로 출발했다. 그때부터 우리는 수출을 통해 경제발전의 길을 열었고 수출입국을 위해 온 국민이 함께 달렸다.” 지난해 12월 열린 ‘제55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의 축사 첫 시작 문구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나라 수출액이 54년 만에 6,000배가 늘어났다는 경이로운 기록도 소개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수출액은 54년 전인 1964년 1억 불을 달성한 이래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기록했고 지난해는 6,000배 수준인 6,055억 달러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수출액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주는 지표들은 또 있다. 전 세계적으로 수출 6,000억 불이 넘는 국가는 미국, 독일, 중국, 네덜란드, 프랑스, 일본뿐이었고, 우리나라가 지난해 7번째로 달성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독립한 국가 중 수출 6,000억 불을 넘긴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수출 대국 대한민국의 주력 상품은 반도체, 자동차, 철강, 선박 정도가 연상된다. 하지만 석유제품은 국가 전체 수출액의 8%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원유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지만 정작 자동차 보다 더 많은 금액이 석유로 수출되는 배경이 궁금하다.

63빌딩 206번 채울 물량, 수출

‘63빌딩을 206번, 상암 월드컵 구장은 33번 채울 수 있는 양’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4개 정유사가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대한석유협회가 지난 해 우리나라의 석유 수출 물량을 환산해 비유한 표현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총 5억 3126만 배럴의 석유제품을 수출했다.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물량이다. 금액 기준으로는 467억 불의 석유제품이 판매됐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은 6,055억 불, 국가 수출액 중 석유 기여도는 7.7%에 해당된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대표적인 수출 주력 품목인 자동차, 철강, 선박을 앞섰다는 점이다. 지난해 해외에 판매된 자동차는 408억 불, 철강 339억 불을 기록했고 선박은 212억 불로 집계됐다.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전 세계적으로 선박 발주가 줄어들며 국내 중공업 산업이 심각한 수주 절벽에 처해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난해 석유 수출액은 선박 보다 두 배 넘게 많았다.

대한민국 5대 대표 수출품에 ‘석유’

대한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우리나라 5대 대표 수출품은 반도체, 자동차, 석유제품, 자동차 부품, 선박 해양 구조물 및 부품이다. 반면 5대 수입품은 원유, 반도체, 천연가스, 석탄, 석유제품이 꼽혔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우리나라는 소비 원유 전량을 수입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원유는 총 799억 5,800만 불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가 전체 수입액인 5,350억 불 중 14.9%에 해당되는 달러가 원유를 들여오는데 사용됐다. 수입 기여도가 높으면 국가 무역 수지에 그만큼의 부정적인 영향을 줄 만하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금액 기준으로 지난해도입된 원유 중 58.4%는 석유제품으로 다시 수출되며 오히려 외화 획득에 기여했다. 정유사들은 우리가 실제 소비하는 것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원유를 도입해 휘발유, 경유, 항공유 등 부가가치가 높은 석유제품으로 가공하고 수출하며 외화를 획득하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입 현황 표

원유 수출국에 석유제품으로 역수출

지난해 우리나라는 총 32개국에서 원유를 수입했고 65개국에 석유를 수출했다. 원유를 수입한 국가수보다 두 배 정도 많은 나라에 석유제품을 수출했다. 정유사들이 원유를 들여온 국가에 석유제품을 역수출하기도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원유를 수출한 국가 중 21개국이 한국산 석유제품을 다시 수입해 사용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이며 우리나라의 가장 큰 원유 도입국인 사우디는 한국산 윤활유와 항공유를 수입했다. 아랍에미레이트 역시 지난해 한국산 휘발유와 경유를 각각 222만 배럴과 75만 배럴 도입했다.

셰일원유 개발에 힘입어 세계 원유 수출 시장 지배력이 커지고 있는 미국에도 우리 정유사들은 휘발유와 경유, LPG는 물론이고 항공유, 윤활유, 아스팔트 등 다양한 석유제품을 수출했다. 정유사들의 석유 수출 네트워크는 6대주에 모두 걸쳐 있다. 한국산 석유제품은 오세아니아 섬나라 피지, 팔라우, 뉴칼레도니아를 비롯해 남미의 브라질, 페루, 파라과이 등 6개국, 아프리카에서도 모로코, 토코, 시에라리온, 세네갈 등 13개국에 수출됐다.

2018년 우리나라 석유수출 상대국

중국·대만·일본에 ‘100’ 수출했다면, 수입은 ‘1.3’에 그쳐

한국산 석유제품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이웃 국가 중국에 지난해 1억 1287만 배럴이 수출됐다. 일본과 대만도 각각 6,322만 배럴과 5,953만 배럴의 한국산 석유제품을 수입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가 이들 국가에서 수입한 석유제품은 극소량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 수입된 석유제품은 50만 4,000배럴에 그쳤다. 일본과 대만산 석유제품도 각각 232만 배럴과 30만 배럴로 집계됐다. 지난해 이들 동북아 3개국에서 수입한 한국산 석유제품은 2억 3,563만 배럴, 금액 기준으로는 185억 549만 불에 달했다. 반면 우리나라가 이들 국가에서 도입한 석유제품은 물량으로는 312만 4,000배럴, 금액으로는 2억 1,776만 불에 그쳤다.

물량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100’을 수출했다면 이들 국가에서 수입한 물량은 ‘1.3’에 불과한 셈이다. 금액 기준으로 국내 석유 산업은 중국, 대만, 일본에서 지난해 총 183억 불, 원화 환산(2018년 평균 원 달러 환율 1,101원 감안 시) 20조 원이 넘는 무역 흑자도 기록했다. 사실 중국과 일본의 정제 공장 수는 우리나라 보다 월등하게 많다. 하지만 이들 국가들이 천문학적 규모의 한국산 석유제품을 수입하는 데는 우리 석유산업의 경쟁력이 그만큼 뛰어나기 때문이다.

2018년 우리나라 석유수입 상대국

원가 더해 환경 품질 우위로 경쟁력 확보

국내 정유 산업 경쟁력 원천은 ‘규모의 경제’와 ‘고도화 비율’에서 찾을 수 있다. SK인천석유화학을 포함한 SK에너지의 하루 정제 능력은 111만 5,000배럴, GS칼텍스 80만 배럴 등 국내 4개 정유사 모두 단일 공장 정제 능력으로 세계 10위권 안에 랭크되어 있을 만큼 탁월한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있다. 값싼 벙커-C 등에서 값비싼 휘발유, 경유 등 고부가가치 경질유를 뽑아내는 고도화 설비를 흔히 ‘지상 유전’으로 칭하는데 우리 정유사의 고도화 비율은 최대 40%대에 달한다. 품질 경쟁력도 한몫 거든다.

환경부는 한 해 두 차례에 걸쳐 자동차 연료 환경 품질 검사를 벌이는데 가장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의 휘발유와 경유 환경 품질은 별(★) 다섯 개를 기록했다. 별 다섯 개는 전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환경 품질을 유지하는 미국 캘리포니아 기준을 충족하는 수준이다. 규모의 경제와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고도화 설비는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 성능은 품질 경쟁력에 기여하면서 한국 석유산업을 수출 전략 산업화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industrial writer GS칼텍스 에너지, 에너지칼럼
지앤이타임즈 김신 발행인

전북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전공과는 상관없는 에너지 분야 전문 언론에서 20년 넘는 세월을 몸담고 있는 에너지 분야 전문 기자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GS칼텍스에 의해 작성된 본 콘텐츠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으며, 지앤이타임즈의 저작물에 기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