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관 올해 유가 배럴당 50~60$ 전망, 지난해보다 하락 유력

지난해 국제 원유 시장 첫 거래일이었던 1월 2일의 두바이유 가격은 1배럴에 64.37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2일의 두바이유 가격은 51.86달러로 집계됐다. 두바이유의 새해 첫 거래 가격이 1년 사이 19.4%에 해당하는 배럴당 12.51달러가 떨어졌다. 원유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자원 빈국 대한민국 입장에서 유가 하락을 반기지 않을 이유는 없다. 문제는 유가 안정 기조가 언제까지 지속할 것인가이다. 고유가 현상만큼 유가 변동성이 높아지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세계 주요 기관들은 올해 유가의 하향 안정세를 유력하게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 원유 시장을 관통했던 ‘공급 불안 심리’는 해소되고 오히려 ‘공급 과잉 우려’가 제기되면서 유가 하락을 예측하고 있다. 지난해 국제 유가를 결정지었던 주요 변수와 함께 글로벌 주요 기관들의 올해 유가 전망을 들여다본다.

국제유가,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상승

유가를 결정짓는 대충의 요소들은 정해져 있다. 세계 경기 흐름, 석유 수급, 주요 산유국의 지정학적 이슈 등이 대표적인 유가 결정 변수들이다. 이런 요소들의 작용 그리고 반작용들이 화학적 반응을 거쳐 유가 균형점이 형성된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해 유가를 결정했던 주요 배경들은 올해 유가를 전망하는 중요한 재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지난해 국제유가는 산유국 입장에서 나름 선방한 측면이 크다. 두바이유 평균 가격이 배럴당 69.66달러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2017년 평균 가격인 배럴당 53.18달러와 비교하면 30.9%가 상승한 것이다. 특히 2012년 이후 줄곧 하락세를 보이며 2016년에 배럴당 41.41달러까지 추락했던 유가가 반등에 성공하며 최근 2년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는 점도 산유국 입장에서는 고무적인 현상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반면 석유 소비국 입장에서는 고유가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졌던 해로 기억된다. 오죽했으면 세계 최대 석유 생산국인 동시에 소비국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내내 OPEC 맹주인 사우디를 압박해 증산을 주문하며 유가 하락을 유도했을 정도였다.

OPEC+ 증산 결정에도 유가 상승하기도

지난해 유가가 꾸준히 상승했던 배경은 공급 불안 심화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 이 같은 현상은 미국이 연출한 측면이 컸다. 탄도 미사일을 개발하고 테러단체를 지원한다는 이유로 지난해 5월 미국은 이란과 맺은 핵협정을 파기하며 경제 제재 복원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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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하락으로 재정 파탄에 직면한 세계 최대 원유 매장국 베네수엘라는 반미 좌파 성향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미국발 경제 제재를 받고 있고 원유 생산과 수출이 급감하고 있다. 세계 최대 산유국들의 유전 꼭지가 막힌 데다 세계 경제의 탄탄한 성장세로 타이트한 수급 상황이 연출되자 OPEC+가 증산에 나설 정도로 지난해 석유 수급 불안에 대한 우려는 높았다. 특히 14개 OPEC 회원국 그리고 러시아를 비롯한 10개 OPEC 비회원 산유국이 모인 이른바 OPEC 플러스(+)가 7월을 기해 하루 생산량을 100만 배럴 늘리는 데 합의했는데도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불식되지 않으면서 유가는 배럴당 80불대까지 치솟을 정도였다.

공급 불안에서 공급 과잉으로 키워드 이동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배럴당 84달러를 찍으며 기세등등한 모양새를 보이던 국제유가는 하지만 급락세로 전환되면서 연말에는 49달러까지 떨어졌다. 유가가 반 토막 가까이 떨어지는데 3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 공급 과잉 우려가 반영됐던 것인데 올해 세계 석유 시장을 관통할 키워드 역시 ‘공급 과잉’이 꼽히고 있다. 그 배경으로는 세계 경제 성장 둔화와 셰일 원유 생산 증가가 지목되고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원유 공급 과잉 현상의 연출자 역시 미국이라는 점이다.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이 촉발한 중국과의 무역 갈등은 세계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지난해 잇따라 금리를 인상하면서 위험자산으로 인식되는 원유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석유 수요 증가세 둔화로 연결되고 있다. 그 한편에서는 비전통자원인 셰일 원유 개발 확대에 따른 공급량 증가를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美 EIA, 셰일 원유 증산·공급 과잉 전망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월 단위로 단기 에너지 전망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원유 가격을 결정짓는 경제·지정학적 다양한 이슈를 고려해 단기 유가를 전망하고 있는데 가장 최근에 발표된 2018년 12월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WTI 평균 가격은 배럴당 54.19달러로 전망됐다.
국제유가, 2019국제유가, 2019년 유가 전망, WTI지난해 WTI 평균 가격이 1배럴에 64.90달러였던 것을 고려하면 10.71달러 떨어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EIA가 지난해 보다 올해 평균 유가를 하향 전망한 배경은 향후 석유 수급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EIA에 따르면 올해 미국 석유 생산은 하루 평균 1206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평균 생산량인 1088만 배럴과 비교하면 하루 평균 118만 배럴이 늘어나는 셈이다. 유가 하락에 대응해 올해 1월을 기해 OPEC+가 감산에 나선 하루 120만 배럴을 상당 수준 상쇄할 수 있는 증산 규모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석유 수요 둔화로 연결될 것이라는 점도 유가 하향 전망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이와 관련해 EIA는 올해 세계 석유 공급량이 하루 1억184만 배럴로 석유 수요보다 23만 배럴 초과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인도 경제성장률 둔화도 석유 소비에 영향

글로벌 에너지 정보 업체인 플래츠(Platts)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이나 석유 수요 증가세가 지난해 보다 소폭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플래츠는 지난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3.69%로 잠정 전망했는데 올해는 이보다 낮은 3.39%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세계 에너지 소비 증가를 주도해온 중국과 인도의 경제성장률 둔화 전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제유가, 2019국제유가, 2019년 유가 전망, 중국 인도플래츠에 따르면 올해 중국과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보다 소폭 떨어진 각각 6.1%, 7.15%로 전망된다. 그만큼 에너지 소비 증가가 둔화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플래츠는 올해 세계 석유 수요가 지난해 대비 하루 평균 150만 배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석유 수요 증가분인 일 평균 160만 배럴과 비교할 때 성장세 완화 현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미국의 셰일원유 생산량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올해 하반기 석유 수급이 타이트해질 것이라는 전망은 EIA의 분석과 차별화된다.

유가 부양 위한 OPEC 감산 → 美 셰일 생산 증가로 연결

시티(Citi)그룹은 올해 브렌트유 평균 가격을 배럴당 60달러로 전망했다. 지난해 브렌트유 평균 가격이 1배럴에 72.2달러 수준을 기록했던 것을 고려하면 12달러 수준 떨어진 수준이다. 그 배경으로 시티그룹은 ‘OPEC+의 감산 합의가 미국 셰일 생산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OPEC+가 생산량을 줄여 유가를 지지하려 할수록 미국 셰일원유 공급을 촉진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한 것이다. 특히 시티의 Ed Morse는 ‘미국 셰일 원유 생산이 정체되려면 유가가 배럴당 45달러 수준이 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요약해보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45달러 이하로 내려가야 미국 셰일원유가 경제성을 잃어 생산을 줄이게 되는데 유가 하락을 견디지 못한 OPEC+가 이에 앞서 먼저 생산량을 줄여 유가 부양에 나서고 미국 셰일원유 생산이 늘어나는 순환 구조가 굳어진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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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셰일오일이 유가 결정 중요한 변수

다양한 글로벌 기관들의 올해 유가 전망에서 미국 셰일오일에 대한 언급은 빠지지 않고 있다. 셰일오일 개발 확대에 기반한 미국 원유 생산량 증가가 전 세계 원유 수급과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으로 부상하면서 ‘스윙 프로듀서(swing producer)’ 로 지목될 정도이다.

‘스윙 프로듀서’는 세계 석유 시장에서 원유 생산량을 조절해 글로벌 수급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산유국을 뜻하는데 전통적으로 OPEC 맹주인 사우디가 지칭되어 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제 원유 시장의 스윙 프로듀서 역할이 미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원유 생산량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하루 평균 1090만 배럴에 달해 사우디 생산량인 1070만 배럴을 뛰어넘었다. 미국 시장 분석 기관인 Fitch Solutions Macro Research는 올해 석유 산업계를 이끌 5가지 화두 중 하나로 미국의 원유 생산량 증가를 꼽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달석 선임연구위원은 ‘여유 생산 능력(spare capacity)을 보유하지 않은 셰일오일이 OPEC을 대치할 수 있을 정도의 영향력을 갖기는 어렵다. ’고 진단하면서도 ‘셰일원유의 등장으로 생산량을 조절해 OPEC의 석유시장 영향력이 현저히 줄었다’고 평가했다. 미국발 셰일원유가 국제유가나 석유 수급을 주도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OPEC 카르텔에 영향을 미치면서 유가 상승을 저지하는 역할은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런 측면에서 주요 글로벌 기관들이 올해 유가의 하향 안정화를 전망하는 결정적인 근거로 미국 셰일오일 생산 단가가 갈수록 낮아지고 개발 역량 확대 가능성이 높아지는 현상을 꼽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industrial writer GS칼텍스 에너지, 에너지칼럼
지앤이타임즈 김신 발행인

전북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전공과는 상관없는 에너지 분야 전문 언론에서 20년 넘는 세월을 몸담고 있는 에너지 분야 전문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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