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BP 세계 에너지 통계 분석 (2), ‘일본을 앞지른 한국 정유사 정제 설비능력’

세계 최대 글로벌 에너지 기업 BP(British Petroleum)는 매년 전 세계 에너지 관련 통계를 분석 발표하고 있다. ‘BP Statistical Review of World Energy’ 즉 ‘BP가 통계적 고찰로 바라본 세계 에너지 시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 중이다. 2018년의 리뷰가 담긴 올해 보고서는 ‘68th edition’이다. 지난 68년 동안 매년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의 다양한 통계를 기초로 분석하고 평가하고 전망하고 있다. 올해 보고서에서 언급된 대한민국은 경제 규모에 걸맞은 에너지 소비 구조를 띄고 있고 자원 빈국 위치를 정제 산업화로 극복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우리나라 정제 능력이 세계 톱클래스에 포함될 만큼 규모의 경제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BP 리뷰에서 확인되고 있다. 발전 분야에서 석탄과 원전 비중이 세계 평균 보다 높은 것으로 평가된 대목은 아쉽다. ‘BP Statistical Review of World Energy 2019’에서 언급된 대한민국에 대한 평가를 다시 리뷰해본다.

러시아 국토 면적의 0.6% 땅덩이에서 세계 에너지 2% 소비

지난해 우리나라 1차 에너지 소비는 3억 100만 TOE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3%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전 세계 1차 에너지 소비량 중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2.2%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이웃나라 중국이 전 세계 1차 에너지 소비 중 1/4에 가까운 23.6%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그저 그런 규모로 보인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발전량 역시 594TWH로 전 세계 발전량의 2.23% 수준으로 분석됐다. 그런데 인구나 국토 면적 등을 감안하면 세계 에너지 소비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통계청의 2019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현재 세계 인구는 77억 1457만 명, 이중 대한민국은 0.67%에 해당되는 5181만 명에 그치고 있다. 국토 면적은 1002만㏊로 세계 107위이다. 세계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는 러시아의 0.58%에 불과한 면적이 대한민국의 땅덩이이다. 그런데도 1차 에너지 소비 비중은 2%가 넘는다.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는 2017년 기준 세계 12위인 1조 5302억 달러를 기록했다. 수출 규모는 세계 6위에 랭크되어 있다.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대한민국 경제는 에너지 소비 규모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천연가스 소비 증가율, 세계 평균 두 배 넘어

석유와 가스 등 국가와 산업을 움직이는 동력 에너지 소비도 선진국 클래스에 속한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소비한 천연가스는 559억 입방미터(㎥)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천연가스 소비량 중 1.5%에 해당되는 물량이다. 특히 그 전년 대비 소비량이 12.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세계 평균 천연가스 소비 증가율인 5.3% 보다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도시가스 보급 지역 확대로 가정·일반용 수요가 늘어난데 더해 산업용과 발전용 천연가스 소비가 확대된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원유는 하루 평균 279만 배럴이 소비됐다. 지난해 전 세계 석유 수요 중 2.8%에 해당되는 규모이다. 특히 물량 기준으로 세계 8위를 기록했다. 우리보다 더 많은 석유를 소비한 국가는 1위 미국, 2위 중국, 3위 인도, 4위 일본, 5위 사우디, 6위 러시아 7위 브라질 등 경제대국이거나 인구와 땅덩어리가 비교되지 않을 만큼 많고 넓은 나라들뿐이었다. 다만 아직은 친환경 에너지로의 소비 전환은 세계 평균 보다 더딘 편이다.

2018년 우리나라 연료별 1차 에너지 믹스

친환경 에너지 소비, 세계 평균과 여전히 격차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재생에너지 3020’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지만 발전 분야의 친환경 에너지 기여도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BP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 비중은 3.7%에 그쳐 같은 기간 세계 평균인 9.3% 대비 상당 수준 낮았다. 반면 원전과 석탄발전 비중은 상대적으로 높았다. 우리나라 전력 중 원전 기여도는 22.5%로 세계 평균인 10.1% 대비 두 배가량 컸다. 석탄발전은 무려 43.9%를 차지했다. 지난해 생산된 전력 중 절반 가까이가 석탄화력으로 만들어진 셈이다. 특히 석탄발전 세계 평균인 37.9%와 비교하면 5.9%p가 높았다. 다만 재생에너지 시대로 가기 위한 브리지 연료로 주목받는 천연가스 발전 비중은 27.0%로 세계 평균 보다 높게 나타났다. 탈원전·탈 석탄 기조 속에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국정 과제로 추진 중이지만 아직은 세계 평균과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어 환경친화적인 발전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2018년 세계 발전 연료별 비중

산유국이지만 명함 내밀만 한 수준은 못돼

우리나라는 산유국이다. 우리 국토에서 석유와 가스가 생산 중이다. 1998년 탐사에 성공한 동해-1 가스전에서 2004년 본격적인 생산이 개시되면서 세계 95번째 산유국에 진입했다. 그런데 양이 매우 적고 수명도 다해 간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동해-1 가스전의 하루 평균 천연가스 생산량은 1100만 입방피트를 기록했다. 천연가스에 수반되는 초경질 원류인 콘덴세이트도 하루 평균 185배럴이 생산됐다. 그런데 동해-1 가스전은 현재 고갈 중으로 2021년 6월이면 생산이 종료될 예정이다. 동해 가스전 인근 6-1광구, 8광구 등을 중심으로 탐사가 재개되면서 산유국 명맥을 이어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석유와 가스가 생산되고 있으니 산유국인 것은 분명하지만 BP 보고서에는 언급되어 있지 않다. 이 정도 물량으로는 세계 시장에 명함도 내밀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 원유 생산량 중 0.0001%지만 석유 수출은 467억$

지난해 세계 원유 생산량은 하루 평균 9471만 배럴을 기록했다. 이중 우리 몫은 185배럴로 0.0001%에 해당된다. 하루 평균 1531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며 세계 1위를 기록한 미국과 비교하면 0.001%에 불과하다. 그래서 BP 보고서에서는 세계 95번째 산유국인 대한민국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속한 그룹인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는 호주, 브루나이,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이 원유 생산국으로 언급되어 있다. 나머지 산유국들은 ‘기타 아시아 태평양 지역(Other Asia Pacific)’에 묶여 하루 24만 9000 배럴을 생산했다고 언급되어 있다. 아마도 우리나라는 ‘기타 지역’에 포함되어 있을 듯싶다. 하지만 산유국이자 동시에 자원빈국인 우리나라는 원유를 석유제품으로 전환하는 정제 설비와 생산 능력은 단연 세계 톱클래스 수준이다. 원유 전량을 해외에서 수입하지만 우리나라가 지난해 해외에 수출한 석유제품은 467억 불로 같은 기간 국가 전체 수출액 중 7.7%를 차지했다. 특히 석유 보다 수출액이 더 많았던 품목은 반도체, 일반 기계, 석유화학뿐이며 금액 기준 4위를 기록했고 자동차와 철강, 선박도 제쳤다.

2018년 우리나라 품목별 수출액

일본 제치고 정제 설비 능력 세계 5위

우리나라가 지난해 소비한 석유는 하루 평균 279만 배럴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전 세계 소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에 달했다. 하지만 정제 설비 능력과 정제 처리 물량은 석유 소비량 보다 더 높은 비중을 보였다. 지난해 우리나라 정유사들의 정제 설비 능력(Refining capacity)은 334만 B/D로 평가됐다. 그 전년 정제 능력과 비교할 때 1.4%가 늘었고 전 세계 정제 설비 규모 중에서도 3.3%를 차지했다. 지난해 세계 총 정제 설비 능력은 1억 4만 9천 B/D. 이중 미국이 일산 1876만 배럴 규모를 보유해 세계 1위를 기록했고, 중국이 1565만 B/D, 러시아 659만 B/D, 인도 497만 B/D으로 그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가 세계 5위 정제 설비 능력을 보유했다. 2017년에는 일본 정제 설비 능력이 세계 5위였고 우리나라가 그 뒤를 이었는데 지난해에는 역전됐다. 우리나라 정유사들이 고도화설비를 비롯한 다양한 정제 설비 투자를 단행하면서 지난 한 해 동안 하루 4만 8000배럴 규모의 정제 능력을 추가 인정받았고, 지난해에는 일본 정제 설비 능력을 앞지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가별 정제 설비 능력(Oil Refining capacity)

정제 투입된 원유 중 3.7%가 한국에서!

정제 처리 물량(Refinery throughput)은 정유 공정에 투입돼 석유제품으로 실제 생산된 물량으로 정제 설비 능력(Refining capacity)과는 다른 개념이다. BP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정유사들의 정제 처리 물량(Refinery throughput)은 하루 평균 303만 배럴로 분석됐다. 세계 총 정제 투입 물량 중 3.7%를 차지했고 국가별 규모로는 6위에 랭크됐다. 미국이 하루 1696만 배럴의 정제 투입 물량을 기록해 1위를 차지했고 1244만 B/D를 기록한 중국, 583만 B/D를 정제한 러시아, 515만 B/D 생산 규모의 인도, 305만 B/D를 정제 투입한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는 6위를 기록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세계 10위권 원유 매장 국가이고 중국과 인도는 산유국인 동시에 세계 최대 석유 소비 국가라는 점에서 정제 규모가 클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반면 우리나라와 일본은 원유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자원 빈국인데 정제 투입 물량 면에서는 세계 톱클래스를 차지하고 있다. 마땅한 부존자원이 없는 위기를 소비지 정제주의를 추구하며 석유 생산 자립을 완성하는 기회로 전환한 결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소비지 정제주의로 석유 생산 자립 완성

‘소비지 정제주의(消費地 精製主義)’는 산유국에서 정제한 완제품 석유를 수입하는 대신 원유 수입국이 자국 내에 정제 설비를 건설해 직접 석유제품을 직접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이다. 우리 정부는 석유 소비 안보 구축을 위해 소비지 정제주의 정책을 추구해왔고 기업들이 호응하면서 현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정제 능력을 갖추며 생산 제품 중 절반가량을 수출할 정도의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유를 보유 중인 베네수엘라의 정제 처리 능력은 하루 130만 배럴에 불과하다. 또한 지난해 베네수엘라가 실제로 정제 시설에 투입된 물량은 하루 30만 배럴에 그쳤다. 우리나라의 10분의 1 수준이니 아무리 많은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도 생산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소비할 수 있는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빈자(貧者)에게도 축복이 허락되지만 그냥 오지는 않는다. 자원빈국의 태생적 약점을 해외 자원 개발, 정제 산업화로 극복하려는 각고의 노력 끝에 석유 정제 부국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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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ustrial writer BP 에너지, 에너지칼럼
지앤이타임즈 김신 발행인

전북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전공과는 상관없는 에너지 분야 전문 언론에서 20년 넘는 세월을 몸담고 있는 에너지 분야 전문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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