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탄력성 낮은 석유에 세금 탄력성 부여하자

[에너지리더]

가격탄력성 낮은 석유에 세금 탄력성 부여하자

 

‘팽팽한 탄성(彈性)을 유지하는 힘’ 정도로 해석되는 ‘탄력(彈力)’은 에너지가 넘치는 단어임이 분명하다. 탄력적인 몸매에서는 그간 공들인 에너지의 양이 느껴진다. 탄력은 ‘융통성’의 또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상황 변화에 맞춘 유연한 대처를 우리는 ‘탄력적’이라고 말한다.

석유에너지에 탄력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석유에너지는 국가 산업을 움직이는 동력원이자 국민의 주요 생필품이다. 그래서 수요에 대한 가격 탄력성이 낮다. 탄력성이 낮다는 것은 가격이 크게 치솟거나 떨어져도 수요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격과 상관없이 석유에너지는 반드시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원유 전량 수입, 휘발유 가격은 산유국 손에…

그런데 우리나라는 원유 전량을 해외에서 들여오고 있다. 국제유가 변동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된 셈이다. 우리 정유사들이 내수 휘발유 가격을 결정하는 기준인 중동 두바이 원유 가격이 급등하면 고스란히 내수 소비자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석유 가격이 올랐다고 필수 소비재가 되어버린 석유 소비를 무턱대고 줄일 수도 없으니 난감한 것은 소비자다.


주유기의 모습

이때 석유 가격에 융통성을 부여할 수 있는 장치가 있다. 바로 ‘탄력세(彈力稅)’다. ‘가격 탄력성’이 적은 필수품 석유에너지의 가격 결정에 융통성을 부여할 수 있는 ‘탄력세’를 적용하면 물가 안정 등을 도모할 수 있으니 석유에너지는 여러모로 탄력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이 분명하다.

 

기본 세율 기준 30% 이내에서 올리고 내리고~

우리는 휘발유와 경유를 소비할 때 교통에너지환경세(이하 교통세)를 부담한다. 교통에너지환경세법(이하 교통세법)에서는 휘발유와 경유에 리터당 각각 475원과 340원의 교통세 부과를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실제로 부담하는 세액은 다르다. 현재 휘발유 소비자 가격에 매겨지는 실제 교통세금은 리터당 529원, 경유는 375원으로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기본 세율보다 높다. 교통세법에 규정된 탄력세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교통 세법에 따른 휘발유 세율 변동시 추이

탄력세‘는 환경 변화에 맞춰 세율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세금 부과 방식을 말한다. 우리 정부는 석유 세금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놓고 있다. 법정 기본세율을 정해 놓고 특정한 상황 변화 등에 따라 실제 적용 세율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장치인데 기본세율을 기초로 ± 30% 범위에서 탄력적으로 세율 조정이 가능하다. 현재 우리가 부담하는 교통세는 법정 기본세율을 기준으로 휘발유는 11.37%, 경유는 10.29%의 플러스(+) 탄력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탄력세 기준 있지만, 운용은 탄력적이지 않다!

수년 전 국제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을 때가 있었다. 2012년 당시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훌쩍 넘어섰고 내수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2000원을 오르내렸다. 7월 말 현재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이 1리터에 1430원 선을 형성 중이니 무려 600원 가까이 높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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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세법에서는 ‘국민경제의 효율적 운용을 위해 (중략) 유가 변동에 따른 지원 사업에 필요한 재원 조달과 해당 물품의 수급상 필요한 경우’에 탄력세율을 적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휘발유나 경유는 이미 필수 소비재가 되고 있으니 국제유가가 폭등할 경우 국민 경제의 효율적 운용을 위해 탄력세율을 적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특히 교통세액을 기준으로 교육세와 주행세도 연동돼 부과되고 있으니 이때의 탄력세율 조정 효과가 소비자에게 얼마나 크게 느껴지겠는가?

그런데 아쉽게도 어느 수준이 고유가이고 어디까지를 유가 안정으로 해석해야 할지, 유가가 어느 선일 때 탄력세율을 적용할지 등에 대한 명시적인 기준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일본은 유가 변동 맞춰 탄력세가 탄력적 작동

이웃 일본 역시 휘발유와 경유에 탄력세율을 적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와 운용 방식이 다르다.

일본은 유가 변동 맞춰 탄력세가 탄력적 작동

일본은 법에서 유가 상하한선을 정해놓고 자동으로 탄력세율이 적용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휘발유 소매 평균 가격이 3개월 연속 리터당 160엔을 초과하면 기본 세율을 기준으로 마이너스 탄력세율이 적용돼 리터당 53.8엔의 세금이 28.7엔으로 자동 인하된다. 7월 27일 기준 환율은 1엔에 한화로 10.03원이니 우리나라 화폐 가치로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604.11원을 3개월 연속 넘게 되면 세금은 약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반면 리터당 130엔 즉 1303.34원 이하로 떨어지면 기존 세율로 회복된다. 휘발유 세율이 변동되면 경유세율도 동반해 탄력적으로 조정된다.

일본처럼 유가 변동에 따라 탄력세율이 자동 조정되는 제도가 마련되면 국제유가 등락에 맞춰 적용받는 세율 예측이 가능해진다. 이때 정부는 안정적인 에너지 세수 확보가 가능하고 소비자들은 유가 변동에 맞춘 합리적인 소비와 지출을 유도할 수 있다. 휘발유 탄력세율 제도가 실제로도 탄력적으로 운용될 수 있는 일본 시스템을 그래서 벤치마킹하자는 논의가 시작되기를 기대한다.

 


industrial writer GS칼텍스 에너지, 에너지칼럼
지앤이타임즈 김신 발행인

전북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전공과는 상관없는 에너지 분야 전문 언론에서 20년 넘는 세월을 몸담고 있는 에너지 분야 전문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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