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톡톡 음악치료 : 랩으로 표현한 아이들의 마음 속 이야기

어린이들의 한 뼘 친구 마음톡톡이 마음치유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드립니다.

마음톡톡 Wee센터 치유 프로그램이 만난 한 초등5학년 학급의 아이들! 네편 내편 편가르기가 한창인데다 유독 남녀학생으로 나누어 서로를 공격하며 싸우는 일이 많았고, 그 탓에 학급 활동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집단이었습니다. 자, 이 아이들에게 음악치료가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알아볼까요?


음악으로 친해지자! 치유 프로그램의 시작

악기들이 놓여있다
이제 프로그램을 따라 총 10회기에 걸친 특별한 음악활동을 시작하게 된 아이들. 집단 중에서도 특히 찬호(가명)는 수업에 집중하지 못했고, 유독 심하게 반항심을 표출하는 공격적인 아이로 평가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프로그램 첫 날, 찬호는 유난히 긴장한 모습이었습니다. 학교에서는 늘 혼나고 지적 받는 아이였던 찬호. 새로운 환경에서 자신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어떤 모 습을 보여야 할지 탐색하며 눈치만 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공격성이 강하고 적대적인 아이들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스스로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을 믿고자신이 목표로 한 것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유능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학급 아이들 모두 그동안은 서로에게서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 긍정적인 모습을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젬베, 핸드드럼, 심벌, 우드블럭, 핑거심벌, 에그쉐이커, 썬더드럼, 윈드차임 등 각기 다른 모양과 소리를 가진 악기를 즉흥적으로 연주해보면서 집단의 에너지 수준과 역동을 확인해 보았습니다. 공격적인 모습 역시 ‘에너지의 표출’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아이들은 다 함께 하나의 소리를 만들며 굉장한 에너지를 표출했고 몰입도도 상당히 높았습니다.


“혼자서는 자신 없어요…”

홀로 있는 아이의 모습
아이들은 노래에 맞춰 저마다 악기를 바꿔 연주해보면서, 누가 어떤 악기를 연주할 때 가장 멋진 소리가 나는지 탐색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집단으로 연주할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집단으로 연주할 때의 당당함과 폭발적이기까지 했던 에너지는 간 곳이 없고 갑자기 얼어붙어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

친구들이 나를 싫어하면 어쩌지?
혼자서는 잘 못할 것 같은데 어쩌지?

집단이 아닌 한 개인으로 자신을 드러내야 할 때, 아이들 마음 속에는 막연한 두려움이 생깁니다. 집단이 만드는 신나고 역동적인 소리는 ‘집단 안에 존재하는 나’일 때 가능한 것. 그러나 ‘나 혼자’가 되었을 때는 모두 비슷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서로가 같은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안 아이들은 서로에게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연주 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요!” “저한테는 웃음을 주기도 해요.” 찬호가 천둥번개 소리를 연상시키는 썬더드럼 연주를 마치자 아이들은 상반된 감상평을 말했습니다. 만약 시끄럽다는 피드백만 들었다면, 찬호는 화를 내고 연주하는 것을 포기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웃음을 준다는 긍정적인 피드백에 집중해 치료사가 솔로 연주를 제안하자 찬호는 용기를 내 도전했습니다.

같은 연주가 시끄럽기도 하고 웃음을 주기도 한다는 것, 서로의 약점을 비난하는 대신 강점에 집중할 때 새로운 것에 도전해볼 수 있는 용기가 난다는 것을 찬호를 비롯한 아이들 모두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서로 있는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칭찬해주는 것, 그리고 자신이 가진 강점을 살려 스스로를 조금씩 표현하는 것을 배워가며 아이들은 조금씩 성장했습니다.


가사와 음을 조율하며, 친구의 마음과 관계도 조율해요

음표를 그리고 있는 아이의 모습
이제 내면의 이야기로 구성하는 랩 만들기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아이들은 자기의 이야기로 노래를 만드는 것에 대한 기대가 큰 반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컸습니다. 여학생들은 랩보다는 노래를 하고 싶어하고, 남학생들은 노래보다는 랩을 하고 싶어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제 예전처럼 자신의 의견만 주장하지 않습니다. 각자의 의견을 내고 조율하여 ‘멜로디가 있는 랩’으로 장르를 정했고, 새로운 비트 위에 미래의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해보자며 세부적인 내용도 함께 구상했습니다. 처음에는 다 잘 모르겠다고 하며 그냥 친구 따라 하겠다던 찬호도 서서히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가사를 완성한 후에 리듬을 타며 연습에 열중했습니다. 아직 자신없어하는 다른 친구에게 “선생님이 도와주시면 금방 할 수 있어”라고 다독이고, 박자를 맞춰주면서 도와주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드디어, 아이들 각자 작성한 가사를 랩과 멜로디로 다듬고 마지막으로 녹음하는 시간! 아이들은 실수하는 친구를 비웃거나 놀리는 대신 응원의 박수를 쳐주었습니다.

찬호를 비롯한 아이들은 이 과정을 통해 서로의 강점을 발견하고 인정해줌으로써, 서로에게 힘이 되는 관계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자신의 이야기를 노랫말로 써보며 스스로의 감정을 인식하고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랩 만들기’라는 공동의 과제에 도전하고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면서 아이들은 자기 자신을 믿고 서로를 믿는 소중한 시도와 경험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남들을 즐겁게 해주는 재주가 있는 나
누구보다 재미진 인생을 살고 싶은 나
돈 많이 벌고싶어 스포츠카도 사고 싶어
인생에 한번쯤 효자 소리 듣고 싶어
나 자신을 한심하게 보고 방구석에 처박혀 있고
외톨이 찌질이 루저로 살기를 원해?
나 그 따위 인생은 안살거야 nono
yes 넌 행복할 권리가 있어 넌 행복해야 해 ‘CH’
알아 줄 거야 진짜 내마음 알 수 없대도 토닥토닥 해줄래
사랑할거야 내 모습 이대로 노래할거야 우리 목소리로 ye ye

-찬호가 쓴 힘찬 랩

아이들이 만든 랩 가사에는 학업이나 친구 관계의 어려움, 학교나 가정에서 인정받지 못한 열등감 등 아이들 각자가 느끼고 있는 어려움이 여전히 녹아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자신을 비난하지 않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긍정적인 미래상을 표현함으로써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이들은 또래관계에서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 관계 안에서 자신이 수용되고 인정되는 경험을 할 때 비로소 자아감과 유능감이 강화됩니다. 모두가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며, 그 안에서 서로의 좋은 점을 발견해주는 연습과 도전이야말로 이 시기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치유경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찬호와 아이들이 함께 만든 이 노래가 지치고 힘든 순간 내면의 힘을 회복하는 응원가가 되어 서로의 마음 속에 울려퍼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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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2017 마음톡톡 아이들과 여행하다」 에서 발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