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자녀와의 진로갈등, 잔소리 아닌 대화로 풀기 [이영숙 박사의 부모-자녀 칼럼]

어린이들의 한 뼘 친구 마음톡톡과 이영숙 박사님이 함께하는 글입니다.

공부했니? 숙제는? 학원은?
이번 시험은 100점 받아와!
엄마 친구 아들은 전교 3등 한대.

아이가 자라면 자랄 수록 부모의 잔소리는 줄어들 줄 모른다. 잔소리는 아끼는 사람에 대한 걱정과 관심이 불안한 마음과 합쳐져 나타나는 것으로, 소통의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역기능적 대화’ 라고 할 수 있다.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윤대현 교수 정의)

부모님과의 갈등 원인은? 1위 진학 및 진로 2위 학업 성적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3 학생들은 부모님과의 갈등 원인 1위로 ‘진학 및 진로갈등’ 을, 2위로는 ‘학업 성적’ 을 꼽았다. 중학생들도 절반 이상이 ‘성적이나 외모와 관련된 잔소리’ 를 가장 듣기 싫은 명절 잔소리로 선택했고, 아직 입시와는 거리가 먼 초등학교 고학년들도 “부모가 요구하는 특정 대학이나 학과가 있다” 고 대답한 것으로 동아일보 조사에서 나타났다.

(출처 : 통계청 / 동아일보)

부모들의 수많은 잔소리 중에서도, 특히 성적에 대한 간섭과 진로갈등은 수능을 코앞에 둔 고3 부터 중학생 · 초등학생까지 거의 모든 청소년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수능이 다가오는 요즘, 진로고민에 빠진 자녀들을 위해서 잔소리가 아닌 올바른 대화방법을 알아보자.


자녀의 감정까지 상하게 하는 진로갈등의 원인

잔소리 훈계를 하는 부모님과 듣지 않는 사춘기 청소년일단 잔소리가 시작되면 청소년의 뇌는 ‘부정적 감정을 인식하는 부분’만 활성화되고 ‘부모의 의도를 이해하는 뇌활동’은 차단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출처 : 지식채널e ‘조용한 가족’ 편)

진로갈등의 가장 큰 원인은 부모가 아이의 진로 방향을 직접 제시하고 통제하려는 것이다. 자녀의 진로 · 직업 · 장래희망 등은 아이만의 미래지만, 아이와 자신을 독립적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부모의 관점에서 ‘좋은 직업’ 을 강요하려고 한다.

우리 집안에 가수라고는 한 명도 없는데 네가 무슨 음악이니?
예술은 돈 벌기 힘들어. 공무원 같이 안정적인 직업이 최고야.

이런 대화는 부모의 판단만으로 자녀가 원하는 진로에 나쁜 꼬리표를 붙이는 것과 같다. 많은 부모들이 ’10이라는 성공을 위해서는 반드시 5에다 5를 더하는 방법 뿐이다’ 는 식으로 자녀에게 진로를 강요하고 있다. 하지만 정말 ’10=5+5′ 뿐일까?


진로갈등을 푸는 2가지 성품 대화법

화목한 부모와 청소년 자녀의 모습요즘의 청소년은 개인화, 가치의 다양화, 활발한 정보 공유로 인해 새로운 직업이 끝없이 태어나는 시대를 살고있는 세대다. 의사, 검사 등 전통적인 유망직업도 10년 후에는 어떻게 될지 상상하기 어려워졌다.

이런 시대에서 “진로 선택의 해답을 부모가 가지고 있다”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진로갈등 해결의 핵심이다. 아이의 미래를 제한하지 않고, 좋은 성품의 자세로 자녀의 진로고민을 상담해주는 대화법을 알아보자.

1. ‘창의성의 성품’ 으로 대화하기

창의성의 성품은 ‘모든 생각과 행동을 새로운 방법으로 시도해 보는 것 (좋은나무성품학교 정의)’ 이라고 할 수 있다. 무조건 ‘5+5=10’ 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10’ 이라는 창의적 생각으로 자녀를 가르쳐야 한다. 성공을 위한 방법이 다양함을 알려주고, 원하는 진로에 대해 부모가 지지할 것임을 보여줌으로써, 자녀의 다양한 가치를 인정하고 장점을 발굴하도록 도와주는 ‘미래형 부모’ 가 될 수 있다.

청소년 자녀를 둔 많은 부모들이 기대와 다른 자녀의 진로 선택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자녀가 성공하기 위한 진로는 의사, 변호사, 교사, 공무원 같은 직업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전통적인 고정관념을 내려놓아야 한다. 자녀의 다양한 가치를 인정하고, 내 자녀가 소유한 장점에 맞춰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여러가지 길을 함께 창의적으로 그려나가는 것이다.

2. ‘존중하는 성품’ 으로 대화하기

존중하는 성품이 없으면 자녀의 고민을 가볍게 치부하고 부정적인 꼬리표를 붙이거나, 자칫 강요하고 지시하는 말을 하게 된다. 이런 대화에는 아이보다 내가 낫다는 무의식이 은연중에 깔려 있다. “내가 너보다 오래 살았으니 내 말이 옳다. 그러니 내 말대로 해” 라는 태도로는 진로갈등을 풀기는 커녕 감정의 골만 깊게 만든다.

네가 그 진로를 선호하게 된 이유가 있니? 엄마아빠에게 자세히 말해줄래?

진로고민에 대한 대화를 시작할 땐 아이에게 무한한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성품’ 이 필요하다. 우선 자녀가 생각한 진로의 방향을 충분히 들어본 후, 그 진로가 자녀의 성향 · 적성과 맞는지, 진로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를 하나씩 이야기한다.

아이의 생각도 진지하게 들어주면서, 부모가 선호하는 진로의 장단점도 솔직하게 대화해야 한다. 서로의 고민을 충분히 듣고 의견을 나눔으로써 진로 갈등은 서서히 풀어지기 시작한다.


부모는 자녀의 행복한 성공을 위한 동반자

고등학생 막내아들이 갑자기 미술을 전공하겠다고 말했을 때는 무척 당황스러웠다. 집안에 미술을 전공한 사람이 한 명도 없거니와 아들도 단지 취미로 미술공부를 했기 때문이었다. 아이의 진로 결정을 존중하기로 했지만, 그날 밤엔 잠이 오지 않았다.

아들에게 제안하고 싶은 다른 길이 있었지만 “미술을 오랫동안 전공한 형을 안다고 했지? 그 형이 가는 길을 따라서 배우는 건 어떠니?” 라고 응원했고, 그 결정은 후회로 돌아오지 않았다. 아들은 디자인스쿨에 입학하여 장학금을 받으며 미술을 배워나갔고, 지금도 자신의 선택을 자랑스러워하며 행복하게 디자이너의 길을 걷고 있다.

부모는 자녀가 행복한 성공으로 갈 수 있도록 함께 진로를 찾아가는 동반자다. 그러니 꼬리표를 붙이거나 지시하는 말은 멈추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창의적인 미래’를 함께 그려보자. 올바른 대화를 통해 부모 자녀 사이의 친밀함은 물론 아이의 행복한 성공도 함께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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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이영숙 박사
· 사단법인 한국성품협회 대표
· 좋은나무성품학교 성품교육 프로그램 창시자
· 건양대 대학원 교수

본 포스팅은 이영숙 박사님의 ‘아이교육’ 관련 기고글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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