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술치료 역사 15년 – 역량 있는 미술치료사들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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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미술치료 역사 15년 – 역량 있는 미술치료사들이 부족하다

너무 많은 미술치료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지금입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역량 있는 미술치료사가 필요합니다. 현재 예술치료분야 중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대학원이 있어 매해 수많은 전공자를 양성하고 배출하는 것이 미술치료입니다.

아마도 음악, 무용, 연극 등과 달리 미술은 예술 매체로서의 문턱이 낮아 전공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미술치료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천차만별 자격 검정으로 일부 역량 부족한 치료사 배출

2010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나온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박종성 외, 『서비스 산업의 자격연구 (1) – 보건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 중심으로』) 미술치료는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하나의 직업군으로서 음악치료와 함께 그 전문성과 효과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술치료사들을 보면 전문적 훈련을 받았는지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것은 아마도 미술치료 전문 교육의 커리큘럼을 일괄적으로 통제하거나 관리하는 메타 단체가 없기 때문이며, 단순히 등록제로 운영되어 아무런 관리나 규제도 받고 있지 않는 민간자격 발급 기관들에 의해 미술치료사의 자격 검정이 천차만별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조만간 나라에서 민간자격을 폐지하고 국가공인 자격으로 관리를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어떤 기준에 의해 어떤 절차를 거쳐 관리가 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발표 내용이 없습니다.

우리나라 미술치료의 역사는 대학원 과정이 처음으로 개설된 1999년을 시작점으로 잡는다면 15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그 사이 25개가 넘는 대학에 석사과정이 생겼고, 관련 협회나 학회도 그 만큼이 불어났으며, 민간자격을 발급하는 기관도 80곳이 넘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모습

15년 동안 미술치료사 공급이 엄청나게 이루어진 셈입니다. 사회 복지와 관계된 여러 주무부처에서 시행한 바우처 사업이 치료사 공급 과다에 영향을 끼쳤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예술학도나 전업을 하고 싶어하는 젊은이들 그리고 사회로 진출할 길을 찾는 주부들이 미술치료의 유행을 앞당겼습니다.

2005년 이후에는 정부 주도의 관련 사업들이 다양하게 추진되면서 예술 체험이 ‘힐링’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젊은 예술가들, 예술교육가들, 예술치료사들은 지역 커뮤니티 내의 원활한 소통과 치유에 기여하라는 부름을 받았고, 예술 프로젝트, 예술교육 프로그램, 예술치료 프로그램들이 ‘치유’라는 이름으로 서로 뒤섞이다 보니 각자의 역할이 불분명해졌습니다. 특히 집단을 상대로 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들에서는 그 차이가 더욱 희미해졌습니다.

전문적인 기술이 요구되는 ‘치료’, ‘치유’와 구별해야.

먼저 ‘힐링’과 ‘테라피’라는 단어를 구분해야겠습니다. ‘힐링’ 혹은 ‘치유’는 제공된 환경으로부터 자극을 받아 자신의 자연치유력으로 스스로를 회복하고 균형 잡아가는 과정을 말합니다. 반면, ‘테라피’ 혹은 ‘치료’는 본인의 자연치유력이 이미 망가진 상태로 병을 앓고 있거나, 자연치유력이 살아 있지만 제대로 작동하는 데 장애가 되는 문제가 있어서 그것을 먼저 치워내야 치유될 수 있는 사람들의 경우에 해당됩니다.

망가진 자연치유력을 되살리거나 자연치유력을 방해하는 장애 문제를 파악하여 그것을 제거할 때 다른 사람의 전문적인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에 ‘테라피’ 혹은 ‘치료’는 제 3자의 개입을 가리키는 말로 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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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예술의 치유성이 강조되는 자리에서는 예술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도와주는 환경이 제공되고, 거기서 치유는 예술활동행위를 함으로써 자연적으로 벌어지는 것으로서 이해됩니다. 예술치료사든 예술강사든 치유로서의 예술의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은 전면에 예술을 내어놓고 그 예술의 장을 펼쳐주고 활동이 원만하게 벌어지도록 약간의 도움을 주는 사람들로서만 기능합니다.

미술치료사들은 치유적 미술활동을 도모하는 미술강사로서 활동할 수도 있고, 미술이라는 테크닉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심리치료사로서 활동할 수도 있습니다. 미술치료사가 치유가 아닌 치료를 하는 사람일 때는 예술 활동 도모가 아니라 심리치료를 위해 예술을 도구로서 기술적으로 활용하는 입장을 취해야 합니다.

문제는 치료가 요구되는 현장에서조차도 미술치료사들이 치유적 미술활동을 도모하는 것에서 자신의 역할을 마친다는 데 있습니다. 치료와 치유를 구분하여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하고 각 자리에 필요한 역량을 개발하여 효과적이며 효율적으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아직은 치유와 치료의 개념이 미술치료사의 마음 속에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미술

현재 대부분의 미술치료 대학원들에서는 치유로서의 미술이라는 예전 모델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제가 볼 때 미술의 치유성을 촉진하는 데는 미술치료사들보다 미술강사들이 더 풍부한 자원을 갖고 있고 능력도 더 뛰어납니다. 미술활동 자체의 치유적 장을 펼치는 데는 개개인의 심리적 특성 및 문제를 크게 보지 않는 시선이 치유의 장에 들어온 사람들에게 더 도움이 된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미술치료사들 중에는 미술 전공자가 아닌 사람들이 많고, 미술을 전공한 사람들이어도 미술치료를 배울 때 심리학적 마인드로 사람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상담을 하는 기술을 배우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미술의 다양한 활동을 익히고 기획하는데 부족함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미술전공자들이 미술치료사로 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편협한 기법을 도식적으로 가르치는 제한적인 교육 내용 때문에 자신들이 갖고 있던 창의성을 잃고 예술의 폭넓은 활용성을 잊어버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미술강사로서의 능력과 힘도 잃게 만들고 미술치료사로서의 전문성도 온전히 갖춰주지 못하는 미술치료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의 문제점이 심각합니다.

미술치료사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과연…

그렇다면 치유적 예술이라는 넓은 영역에서 미술치료사들의 이상적인 역할은 무엇일까요?

미술치료는 예술이나 미술교육보다 더 한정된 대상을 상대로 하며, 대상이 변화되어야 하는 방향을 정해 치료사가 직접적으로 그 변화를 꾀하는 데 개입합니다. 변화를 효과적으로 이끌어낼 미술 활동을 특별히 선별하거나 기획하여 대상을 그 작업으로 유도하고, 그 과정 내내 치료사와 대상간의 인간관계를 치료적으로 활용합니다.

미술활동을 치유적으로 쓰긴 하지만 미술치료에서는 제3자의 개입이 중요한 요인이 되기 때문에 치유라는 말 대신 치료라는 말을 쓰는 것입니다. 즉 치료사의 전문적인 계획과 개입 및 평가가 치유 과정에 끼어드는 것이지요.

미술치료

치유가 아닌 치료를 하는 미술치료에서는 치료가 필요한 내담자들을 선별하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어떤 세팅에서 일을 하든 미술치료사는 의뢰 받은 내담자가 치료가 필요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먼저 판단해야 합니다.

의뢰 된 상황, 의뢰될 때 주어진 정보, 치료사에게 전달된 보호자나 내담자 자신이 바라는 변화의 방향을 꼼꼼히 살피고, 첫 면담과 초기 회기들에서 내담자의 다양한 모습과 문제가 최대한 드러날 수 있도록 여러 상황을 펼쳐주어 내담자를 다양한 각도에서 관찰하고 파악해야 합니다.

만약 미술치료사에게 찾아오거나 의뢰된 사람을 미술교육 프로그램으로 돌릴 수 있다면, 굳이 미술치료사가 나서지 않아도 되는 일이라는 뜻입니다. 치료사에게 그런 치유적 예술 체험의 도모를 맡으라고 한다면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미술치료사 스스로 ‘치료’라고 부르지는 말아야 합니다. 어쩌면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을 거절하고 돌려보내는 일도 미술치료사가 해야 하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의뢰된 아동 및 청소년이 예술 체험 안에서 스스로 조정하고 흡수할 수 있는 것을 넘어 혼자서는 어쩔 수 없는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다고 판단이 선다면, 치료사는 그 문제를 정확히 파악한 후 그 문제를 치워내기 위해 전략적이며 체계적으로 치료적 개입을 해야 합니다.

현대에는 수행성과에 초점을 둔 역량 개발이 사회복지 서비스 계에서 시급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아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알고 있는 것을 얼마나 기술적으로 잘 수행하여 실제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는 말입니다.

마음톡톡 연수

미술치료에서도 치료사들을 교육하고 자격을 검정하여 자격증을 주는 모든 단계에서 내용 중심의 전통적인 커리큘럼을 탈피하여 역량을 기반으로 한 전략적인 교육과 훈련을 강화시키고 그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합니다.

교육생이 미술치료 교육과정에서 배우는 모든 것들을 흥미롭게 듣고 이해했더라도, 현장에 나오면 이론과 실제가 다르고 자신이 아는 것을 행할 수도 없는 현실에 직면하곤 합니다. 과연 제대로 알기나 한 것인지 자신이 없어지는 것을 경험하지요. 역량을 기반으로 한 교육과 훈련을 받지 못한 탓입니다.

정신 건강 분야에서 공통으로 말하고 있는 심리치료사의 핵심 역량 5가지

  1. 관계 역량 (relationship) : 효과적인 치료적 관계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
  2. 개입 계획 역량 (intervention planning) : 내담자를 평가하고, 사례 개념화를 하며, 개입 방법을 설계할 수 있는 능력
  3. 개입 실행 역량 (intervention implementation) : 증거를 기반으로 효과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능력
  4. 윤리적 문화적 민감성 역량 (ethical and cultural sensitivity) : 문화적 다양성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능력 및 해당 분야에 관 련된 윤리적 법적 기준 및 정책에 대한 지식
  5. 개입 평가 역량(intervention evaluation) : 치료 과정을 평가하고 계획을 수정할 수 있는 능력

미술치료사들은 위와 같은 역량 개발을 위해 심리치료를 기반으로 사례개념화를 하는 방법론을 터득하고, 심리치료 및 상담의 다양한 이론적 모델과 기술을 익힌 뒤, 내담자에게 새로운 체험을 시키고 그를 통해 변화를 꾀해줄 적합한 미술 작업을 기획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야 합니다.

또한 내담자가 창작 과정에서 느낀 것과 결과물인 작품에 담긴 모든 의미를 이성적으로 각성하고 인지적으로 소화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 작품 해석을 하면서 상담을 하는 기술도 익혀야 합니다.

그림치료

또한 현장의 특성마다 다양한 사례를 경험하면서 필요한 기술과 태도를 철저히 점검하고 익혀야 하며, 무엇보다도 개인 미술치료를 기반으로 한 교육 뒤에는 미술치료 집단을 운용할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을 학습해야 합니다.

마음톡톡 캠프

내용 정보 차원에서 그냥 이해하고 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것을 현장에서 자기가 할 수 있도록 익혀서 자기 지식으로 만들고, 그 지식이 실제로 수행될 수 있도록 기술을 쌓는 것이 역량 개발에서 중요합니다.

그러나 사전에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미술치료사의 역량이 무엇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해야 그에 맞는 올바른 교육 및 훈련 설계가 가능할 것이고 그에 맞는 역량 평가 방법도 나올 것입니다. 조만간 우리나라에도 다른 나라들에서 일어난 역량 개발과 평가의 바람이 불어 닥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것은 사회의 요구에 맞춘 직업 분야에서의 변화이기 때문에 우리라고 피해갈 수는 없습니다.

마음톡톡이 치료사 양성 과정에 힘을 쏟는 이유

‘마음톡톡’ 사업에서는 예술치료 전문가들을 선발하여 사업을 맡기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서로 다른 방향과 수준으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의 자격을 검정하여 선발하는 것부터가 큰 문제였기 때문에, ‘마음톡톡’ 사업에서는 본 사업에 필요한 역량을 개발하고 교육시키기 위해 사업 안에 직무 교육을 따로 제공해왔습니다.

‘마음톡톡’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치료사들은 이전에 갖춘 배움과 경험을 넘어 본 사업의 특성에 맞는 직무 능력 향상을 위해 바쁜 업무 중에도 교육과 훈련을 추가로 받으면서 치료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지원사업으로서는 처음으로 인력자원개발(HRD)을 위한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같이 개발하여 직무능력을 향상시켜 가며 사업을 시행해 온 것입니다.

지원사업의 질을 바꿔놓는 전례 없는 선택이었기에 예술치료 및 사회복지계에 중요한 사례로 남을 사업입니다. 그 덕분에 ‘마음톡톡’ 프로그램에 참여해 예술치료를 경험하는 아동 및 청소년들은 많은 정성과 노력을 기울인 치료 프로그램과 치료사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박승숙 교수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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