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급에 따른 주유소의 재발견

전기차 확대 보급 로드맵

제주도는 오는 2030년까지 도내 모든 운행 차량을 전기자동차를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순수 전기차 100만 대를 보급, 운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또한, 2020년까지 전국 단위의 전기차 충전소를 구축하기로 했다.

위와 같은 정부의 전기차 확대 보급 로드맵은 여전히 상당한 사회적 논란을 양산하고 있다.

값비싼 전기차가 정부의 지원금 보조 없이도 보급 가능한지, 전기차 충전 요금이 현실화될 경우, 즉 전기 요금이 지금보다 크게 올라도 소비자들이 여전히 환영할 것인가는 장담할 수 없다. 또한 배출가스가 없는 전기차는 청정하지만, 석탄발전이나 원전 등을 통한 전기생산 과정까지 깨끗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차는 지속적으로 보급될 예정이고, 이와 같은 변화에 따라 긴장하는 업종들이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연료공급 거점인 주유소와 가스충전소가 그렇다.

애물단지 공중전화 부스가 전기차 충전소로

휴대폰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사라질 위기에 놓인 공중전화 부스가 전기차 충전사이트로 활용되고 있다. 환경부는 KT 자회사로 공중전화 관리업체인 KT링커스와 협력해 서울 3기, 대구 3기, 순천 2기, 성남 1기 등 총 9기의 공중전화 부스에 전기차 급속 충전기를 설치, 운영 중이다.

전기차의 배터리 용량 한계로 장거리 운행이 어려운 한계를 고려해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를 중심으로 급속 충전시설도 확대, 설치되고 있다. 환경부는 고속도로 휴게소와 주요도로 길목에 2017년까지 총 637기의 급속충전시설을 설치해 전국 어디든 전기차로 갈 수 있는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차 충전소 설치 사례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차 발전전략의 일환으로 대규모 충전설비 구축 방안을 내놓았다. 전기차 확대 보급의 가장 큰 걸림돌도 꼽혔던 충전 인프라 구축에 한전이 직접 나서겠다는 것인데 그 일환으로 한전이 주도하는 개방형 충전소가 건설된다. 개방형 전기차 충전소에는 일반 시민, 전기택시, 전기렌터카 등 모든 이용자가 급속 충전할 수 있는 설비 300기가 구축된다. 휘발유나 LPG차 운전자가 주유소와 가스충전소를 찾아 연료를 주입하는 것 처럼 전기차 운전자들도 개방형 충전소 등을 찾아 요금을 지불하고 전기 에너지를 충전하는 공간이 확대중인 것이다.

전기차 시대 도래에 따른 주유소의 미래는?

현재 운영 중인 주유소와 가스충전소는 전국적으로 1만 4000여 곳에 달한다. 여전히 절대적인 보급률을 기록 중인 내연기관 자동차의 에너지 공급기지 역할을 맡고 있지만,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 그 지위가 위축되는 것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특히 석유와 가스에너지는 반드시 주유소와 가스충전소에서 급유 되는데 반해 전기차는 가정이나 사무 건축물에서도 충전할 수 있어 주유소 같은 상업용 에너지 공급시설의 필요성이 줄어들 여지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주유소를 미래에 사라질 업종에 끼워 맞추는 것은 무리다. 미래에도 주유소는 에너지공급 이외에 자동차와 관련한 다양한 수요를 해결하는 복합공간으로 살아남을 다양한 요소들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국적으로 2000만 대가 넘는 자동차가 등록된 것을 고려하면 전기차 충전거점 확대 과정에서 주유소 등의 인프라를 활용할 가치는 충분하다는 평가다.

주유소의 재발견…전기차 충전기지로 변신!

실제로 정부는 충전 걱정 없는 전기차 운행환경을 조성하겠다며 주유소·가스충전소에 전기차 충전시설을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안전처는 최근 위험물 안전관리법령을 고쳐 주유소에서 전기차 충전설비를 도입할 수 있는 환경을 완화하여 전기충전 거점으로 기존 에너지 공급 기지를 끌어안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당초에는 방폭설비를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했지만, 예외조항을 마련한 것이다.

주유소의 재발견…전기차 충전기지로 변신!

방폭장치는 주유과정에서 발생하는 유증기가 화재나 폭발 점화원이 되는 전기불꽃 발생을 방지하는 장치인데 전기차 충전설비를 갖추기 위한 의무요건으로 제시되어 왔다. 하지만 국민안전처는 최근 법령을 개정하고 주유소에서 보다 손쉽게 전기차 충전설비를 갖출 수 있도록 허용했다. 주유기나 휘발유 주입구에서 일정거리 이상이 떨어진 곳에 전기차 충전설비를 설치하면 방폭성능을 갖추지 않아도 되도록 규제를 완화한 것이다.

주유소에서 기름만 넣는다고? 뭐시 중헌지도 모르고!

주유소를 뜻하는 ‘gas station’ 이라는 단어는 자동차에 주입되는 연료에 초점을 맞춘 표현이다. 그 밖에도, 주유소는 ‘service station’이라는 또 다른 표현으로 불리기도 한다. 주유를 기본으로 정비, 세차, 택배, 편의점, 커피숍, 패스트푸드 등 운전자들에게 제공되는 다양한 역할을 감안한 호칭이다. 단순히 기름만 넣거나 충전하는 기능에 충실한 공간은 ‘뭣이 중헌지도 모르고~’라는 비아냥을 사는 세상이 됐다. 기름판매 이외의 다양한 부대사업을 유치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중요한 시절이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생활 속에서 자동차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각종 편의공간과 연계된 주차공간을 찾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에너지를 채우는 것은 기본이고 다양한 용무를 한꺼번에 소화할 수 있는 복합공간이 더욱 ‘중헌’ 시절이 다가오는 이유다.

이에 발맞추어, 산업부는 전기차와 관련한 관련 기업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플래그십 충전소를 연내 5곳 건설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한전 플래그십충전소 가상도

전기충전 기능 이외에도 차량렌트, 카 쉐어링, 정비, 음식이나 의류·책 등을 판매하는 편의시설 등을 갖춘 ‘서비스 묶음‘ 공간을 마련하겠다는 것인데 현재 주유소와 가스충전소가 지향하는 방향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주유소와 가스충전소의 본래의 역할인 내연기관 자동차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기능과 더불어 전국적인 전기차 충전네트워크 거점으로서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industrial writer GScaltex 에너지, 에너지칼럼
지앤이타임즈 김신 발행인

전북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전공과는 상관없는 에너지 분야 전문 언론에서 20년 넘는 세월을 몸담고 있는 에너지 분야 전문 기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