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소비 효율화를 위한 정책방향
우리나라는 올 여름 극심한 전력부족 사태를 겪고 있습니다. 고온 다습한 여름 날씨에도 불구하고 냉방기 가동을 억제함에 따라 국민의 기본생활권을 침해한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는데요, 국민들은 2011년 9.15 순환정전의 악몽을 떠올리면서, 어두운 사무실에서 전등도 켜지 못하고 컴퓨터 모니터 불빛에 의존해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공무원들의 모습을 답답하게 바라보고 있는 실정입니다.
물론 절전이 곧 애국이라는 구호까지 나오면서 전 국민이 합심하여 현재의 위기를 잘 극복해 나가고 있는 중이긴 합니다. 하지만 내구연한이 다 되어가는 화력발전소들이 최대출력을 내면서 힘겹게 가동되고 있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고장이 나지는 않을지 걱정스러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냉방온도 규제 때문에 밤잠을 설치며 다시는 한국에 오지 않겠다고 불만을 제기한다는 언론보도는 씁쓸함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세계 12위 경제대국 국민으로서의 자존심을 망가뜨리고 있는 듯 합니다. 정부는 에너지 수요전망 및 이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공급계획을 담고 있는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지난 2008년에 수립하여 차근차근 시행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전력수급 문제가 발생했을까요? 냉정하게 진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석유와 전기의 가격역전으로 인한 탈석유화가 전기화의 가속화를 초래
가장 중요한 원인은 2007년 이후 전기요금이 화석연료 가격보다 저렴해지면서 전기를 쓰지 않아도 될 용도(예: 보일러, 전기로 등)에 화석연료 대신 전기를 사용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면서 전기 사용량이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생라면 한 봉지의 가격보다 끓인 라면 한 그릇의 가격이 더 싼 가격역전의 상황이 생긴 것인데요, 1차 에너지인 석유의 가격보다 2차 에너지인 전기의 가격이 더 싸다 보니 기업들이 가열 또는 건조를 위해 사용하던 석유를 전기로 급속하게 전환해 왔습니다.
아울러 전기가 가지는 편리함과 석유에 비해 싼 가격 때문에 난방용 또는 농사용으로 사용되는 석유도 전기로 급속하게 전환되었습니다. 즉 급속한 탈석유화로 인해 전기화(electrification)가 가속화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최종에너지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의 60.3%에서 2011년에는 49.5로 20여년 만에 80% 수준으로 감소했지만,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동 기간 동안 10.8%에서 19.6%로 약 2배 수준으로 증가하였습니다.
함께보면 좋은 글: 경제적인 에너지믹스에 관한 인포그래픽 – 라면 한 봉지보다 끓인 라면이 더 싸다? (바로 가기)
전기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물론 탈석유화 및 전기화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세계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00년부터 10년 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국가의 탈석유화 속도를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1위, 전기화 속도는 아이슬란드에 이어 2위입니다. 즉 세계 최고 속도의 탈석유화 및 전기화로 인해 다른 선진국에서는 찾기 어려운 전력수급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GDP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1위, 에너지 수입 의존도 96.4%
이러다 보니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전력사용량은 2009년 기준 OECD 평균의 1.7배 수준이며, 2010년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제1위입니다. 하지만 2000년 및 2005년에는 세계 1위가 아니었습니다.
1차 에너지원을 전력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추가 배출되어 환경성이 크게 저해된 것입니다. 아울러 사용하지 않아도 될 에너지를 더 수입함으로써 국가경제적 손실이 증대되었고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6.4%에 달하는 우리 경제의 에너지 안보도 더 취약해졌습니다.
에너지 소비 효율화를 통한 문제해결이 필요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도 1차 에너지인 화석연료의 가격이 2차 에너지인 전기의 가격보다 비싼 가격역전의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하겠습니다. 생산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전기의 가격을 현실화하면서 또한 발전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비용 등 사회적 비용을 반영한 과세를 통해 전기요금을 조정해야 합니다.
아울러 늘어나는 세수만큼 석유제품에 다소 과도하게 부과되는 유류세를 인하 함으로서 국민들의 총 부담은 늘어나지 않도록 세수중립을 꾀해야 합니다. 즉 ‘전기 면세 및 석유 과세’의 현재 구도를 ‘전기 과세 및 석유 감세’의 구도로 전환함으로써 가격역전을 해결해야만 전력수급 위기가 진정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에너지 소비의 효율화를 꾀함으로써 불필요한 이산화탄소의 배출 억제 및 에너지 수입의 감소시켜 에너지 안보도 개선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