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산업의 이해 – 전문가에게 듣는 에너지 이야기 4편
지난 달 산업통상자원부와 석유협회에 따르면 올 1/4분기 석유제품 수출액은 144억달러로, 연속 6분기째 1위를 기록했습니다. 반도체, 자동차 등을 제치고 우리나라 수출액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석유제품은 국가 수출 경제에 대한 석유산업의 기여도를 미루어 짐작하게 하는데요.
전문가에게 듣는 에너지 이야기, 인터뷰 속 insight를 찾다! 제4편은 우리나라 석유산업의 이해와 중요성,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정책연구본부 이달석 본부장에게 들어봤습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정책본부
국내외 에너지산업의 여건변화 대응 및 현안문제 해결을 위한 에너지정책을
연구/개발하기 위해, 1986년 9월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설립되었으며,
석유정책, 가스정책, 전력 및 원자력정책, 집단에너지정책에 관한 연구를 수행한다.
1. 국내•외 에너지시장의 이해
Q : 에너지 소비구성 측면에서 에너지 시장은 어떻게 변해왔나요?
“1960년대 중반 이후부터 세계 에너지시장에서는 석유가 석탄을 제치고 가장 소비비중이 큰 에너지원으로 등장했고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석유는 제2차 석유위기 직전인 1978년에 1차 에너지 소비의 48%를 점유했지만, 이후 고유가와 환경문제 등으로 다른 에너지원에 의해 대체되면서 점차 소비비중이 감소해 현재는 33% 수준에 머물고 있죠.
하지만 여전히 석유는 석탄(30%), 가스(24%), 원자력(6%)에 비해 소비비중이 높은 상황입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에너지 소비구성은 석유와 석탄의 비중은 줄고 가스, 원자력,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늘어나는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Q : 에너지 시장에서 석유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에너지, 특히 주요 에너지원인 석유는 수요와 공급이 지역적으로 심한 불균형 상태에 있습니다. (북미와 아시아, 태평양, 유럽은 세계 석유매장량의 약 19%를 보유하고 있지만 수요비중은 81%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중동과 아프리카는 세계 석유매장량의 60%를 보유하고 있지만 수요비중은 12%에 불과합니다.) 지역간, 국가간의 석유수급 불균형으로 석유소비가 많은 나라와 석유자원이 풍부한 나라 사이에 교역이 불가피하게 발생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에 부존한 에너지자원이 없기 때문에 해외에서 에너지자원 개발에 참여하거나 자원보유국들로부터 원유와 가스, 석탄 등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00년대 중반 이후에 나타난 자원보유국들의 자원민족주의 경향 등 정책 변화는 우리 에너지 기업들에게는 해외 진출에 애로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석유의 주요 수입지역인 중동정세 불안은 우리나라 에너지 수급안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Q : 세계경제 지표로 석유소비를 사용하기도 하는데요, 석유는 세계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고 받나요?
“경제활동에서 석유는 대단히 중요한 재화 중 하나입니다. 석유는 수송수단의 연료 일뿐 아니라 산업용과 가정난방용 연료이기도 하고, 석유화학공업의 기초 원료로도 사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경제가 호황인 시기에는 석유소비가 늘고 세계경제가 침체된 시기에는 소비가 줄게 되므로 세계경제의 지표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이죠. 가까운 예로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경제활동이 둔화되면서 급속히 증가하던 석유소비가 2008년 3/4분기부터 5분기 연속 감소하였습니다. 2009년 4/4분기부터는 세계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석유소비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구요,
또한 석유가격이 세계경제 지표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산업생산 등 경제활동에 필수적인 석유가격이 상승하면 세계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석유의 가격이 하락하면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과거 1979~80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과 이란-이라크 전쟁의 발발로 인해 유가가 3배로 폭등시 세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Q : 석유가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요?
“석유가격은 국민생활이나 경제성장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석유가격이 상승하여 전반적인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면, 가계의 실질소득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어서 소비지출이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 물가상승은 제조원가를 상승시키기 때문에 기업의 투자지출을 위축시키게 되죠. 이렇게 소비와 투자가 감소하면 결국 경제성장률 둔화로 이어지게 됩니다.
대략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상승하면 소비자물가를 0.34% 상승시키고 국내총생산을 0.16% 감소시키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유가의 안정은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2. 국내 석유산업
Q : 우리나라 석유산업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국내 석유시장에는 4개의 석유기업이 활동하는 전형적인 과점적 시장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과점시장은 소수의 기업들이 서로 경쟁하는 것이 특징이기 때문에 가격결정이나 여타 시장행위에서 직면하는 불확실성이 대단히 큽니다. 때론 기업 간에 극심한 경쟁을 하게 될 경우도 있고, 그러한 출혈적인 경쟁을 피하기 위해 담합의 유혹도 존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국내 석유회사들은 석유제품 수입이 자유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외부로부터 상당한 경쟁의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Q : 국내 석유산업의 역사와 발전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 석유산업은 1964년 유공(현재의 SK에너지)이 하루 3만 4천 배럴의 석유정제시설을 가동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현재는 4개의 석유회사가 하루 3백만 배럴을 정제할 수 있는 세계 6위의 정제능력을 보유하고 있죠. 이렇게 석유산업이 놀라운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세 가지 원동력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고도의 경제성장과 함께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급속한 내수시장의 확대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석유기업들이 대기업그룹에서 소속되어 효과적으로 육성되어 왔다는 것입니다. 셋째는 정부가 석유산업 초기에 각종 지원정책을 통해 성장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입니다.”
Q : 우리나라 석유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요?
“과거 국내 석유산업 발전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었던 국내수요의 확대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석유수요가 포화단계에 도달하고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새로운 성장 동인을 찾아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생각합니다. 향후 석유제품 수출을 위한 안정적인 수요처 확보는 물론 해외 정제시설 투자 등 하류부문으로의 진출이 요구됩니다.
또한 우리의 석유기업들은 원유개발 등 상류부문의 역량도 강화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에너지 분야의 기술서비스 제공하는 사업과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제공하는 사업 등 관련 산업으로의 다각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