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유가격 최근 동향과 2017 하반기 전망

국제 원유가격은 지난해 1분기를 저점으로 올해 1분기까지 4분기 연속 상승했으나 2분기에는 하락세를 보였다. 아시아 지역 원유가격의 기준이 되는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은 올해 1분기에 $53.0/배럴, 2분기에 $49.7/배럴을 기록했다. 이어 7~8월의 가격은 $48.9/배럴로 2분기 가격보다 다소 낮았다. 올해 8월까지의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50.8/배럴로 지난해 연평균 가격인 $41.4/배럴보다는 23% 상승했다.

2016년, 2017년 연도별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

올해 국제 유가를 상승시킨 요인으로는 OPEC 산유국과 러시아 비롯한 일부 비OPEC 산유국의 감산 이행, 세계 석유 수요의 견고한 증가, 달러화 약세 등을 들 수 있다. 반면에 유가의 추가 상승을 억제한 요인은 미국과 OPEC 감산 면제국인 리비아‧나이지리아의 원유생산 증가, 과도한 석유 재고 등이다. 원유 선물시장에서 투기성 자금의 움직임 등 금융 요인은 1분기에는 유가 상승 요인이었고 2분기 이후에는 유가 하락 요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산유국, 감산 기간 연장에 합의해

올해의 국제 유가 동향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사건은 역시 감산에 합의한 산유국들이 감산 이행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OPEC은 지난해 11월 총회에서 올해 1월부터 6개월 동안 120만 b/d(barrel per day)를 감산하기로 합의했고, 올해 5월 총회에서는 감산 기간을 2018년 3월까지로 9개월 더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러시아를 포함한 10개 비OPEC 산유국도 OPEC의 감산에 동참해 같은 기간 동안 56만 b/d를 줄이기로 합의했다. OPEC의 1~7월 평균 감산 준수율은 정확히 100%였고, 최근 7월의 감산 준수율은 88%로 애초 일반적인 예상보다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내전과 정정 불안에 따른 생산 차질을 고려해 감산이 면제된 리비아와 나이지리아 생산이 회복되면서 OPEC의 감산 효과를 일부 상쇄시켰다. 양국의 생산 증가분은 1~7월 평균 40만 b/d였고 7월 기준으로는 84만 b/d에 달했다. 양국의 증산을 고려하면, OPEC의 감산 준수율은 1~7월에 66%, 7월에 17%로 낮아진다. 한편 러시아 등 비OPEC 감산 합의국들의 감산 준수율은 1~7월 평균으로는 60%였고, 7월 기준으로는 67%를 기록했다.

 

미국 원유생산 증가, 셰일오일, 유가전망

급속히 증가한 미국 원유생산량의 여파

미국의 원유생산 증가도 감산 합의국들의 감산 효과를 상쇄시켰다. 미국의 원유생산은 셰일오일의 생산성 향상과 유가 상승 등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증가세로 전환됐고 올해 상반기 중에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원유생산의 선행지표라 할 수 있는 원유시추기 수는 2016년 5월 316기로 저점에 이른 후 증가하기 시작해 2017년 8월 말 759기 확대됐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집계하는 미국의 주간 원유생산은 2016년 12월 마지막 주의 877만 b/d에서 2017년 8월 마지막 주에 953만 b/d로 매월 10만 b/d 가량 증가했다. 미국 원유생산의 급속한 증가는 시추 기술의 향상과 시추 장비의 업그레이드, 경제성 높은 지역에 대한 집중 등 셰일오일 시추의 효율화에 기인한 것이다.

 

세계석유수급, 균형 회복 들어가

감산이 면제된 OPEC 국가와 미국의 원유생산 증가로 감산 합의국들의 감산 효과가 상쇄되기는 했지만 세계 석유수급은 2017년 상반기에 균형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세계 석유 수요 증가가 중국과 아시아 신흥국들의 수요 증가에 힘입어 예년 수준을 상회했기 때문이다. 세계 석유 재고는 1분기에는 공급 과잉으로 20만 b/d 증가했지만 2분기에는 수요 초과로 전환되면서 50만 b/d 감소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OECD 국가의 상업용 석유 재고는 2017년 6월 30.2억 배럴로 전년 동월보다 0.4억 배럴 감소했으나, 과거 5년 평균보다는2.4억 배럴이 많은 양이다. OECD 석유 재고가 과거 5년 평균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은 OPEC/비OPEC 감산 합의국들이 지난 5월 25일에 있었던 감산 기간연장 결정에 즈음하여 천명한 ‘석유 시장 안정’의 구체적인 목표다.

원유 선물시장의 투기성 자금은 산유국들의 감산에 따른 유가 상승을 기대하며 사상 최고 수준으로 유입됐다가 석유 시장의 수급 균형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되자 대거 유출됐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 원유선물에 대한 헤지펀드 등 투기성 자금의 순매수 규모는 2월 중에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였으나 6월 말에는 2월의 최고치에 비해 41% 감소했다. 미국 달러화의 가치는 연방준비제도(Fed)가 3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 완화 축소 등으로 약세를 보이며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OPEC, 하반기 국제유가, 석유 수급, 세계 경제 상황, 달러화 가치, 유가 향방

하반기 국제유가, 여러 요인 감안해야

올해 남은 하반기에도 국제 유가는 석유의 수급은 물론 세계 경제 상황, 달러화의 가치, 지정학적 사건, 기후 등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수요와 공급이 여전히 유가의 향방을 결정하는 중요 변수가 될 것이다. 그리고 11월 30일로 예정된 차기 OPEC 총회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 감산 기간 종료 이후 OPEC의 생산 전략도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하반기 세계 석유수급은 계절적인 수요 증가와 함께 감산 합의국들의 감산 이행이 계속됨에 따라 수요가 공급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 석유 수요는 신흥국 중심의 증가세가 지속하는 가운데 계절적 요인이 가세하여 상반기보다 약 200만 b/d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에 하반기 비OPEC 공급은 미국의 생산 증가와 더불어 브라질의 신규 유전 가동, 캐나다의 신규 오일샌드 프로젝트 개시, 카자흐스탄의 증산 등으로 상반기보다 80~90만 b/d 증가할 것 예상된다. 이에 따라 대OPEC원유수요(call on OPEC)는 상반기보다 약 120만 b/d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OPEC의 원유생산은 감산 이행률이 상반기에 비해 다소 낮아지고 감산 면제국의 생산도 상반기보다 많아져서 30~50만 b50만b/d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대OPEC원유수요 증가분에서 OPEC의 원유생산 증가분을 뺀 70~90만 b/d는 하반기에 재고 감소로 나타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말에 예상되는 OECD 석유 재고는 과거 5년 평균보다 여전히 1억 배럴가량을 상회한다. 2014년 이후 누적된 석유 재고가세계 석유 시장의 완전한 균형 회복에 주요한 제약 요인이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OPEC의 생산 전략에 관한 논의는 차기 총회를 전후한 11월과 12월의 시장 분위기에 영향을 주면서 유가의 등락을 가져올 수 있다. 현재로서는 OPEC이 차기 총회에서 감산 기간이감산 기간이 종료되는 2018년 3월 이후에도 석유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조치들을 모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OPEC의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사우디가 2018년에 국영 아람코사의 기업공개(IPO)를 계획하고 있으므로 유가의 안정이 긴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OPEC 공급이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감산 합의국들의 이탈이 발생해 유가 부양이 어려워지면, 사우디는 다시 유가 하락을 용인하면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국제유가, OPEC, 유가전망, 국제원유가격, 하반기전망

하반기 유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잠재적인 지정학적 요인들은 리비아 내전 상황, 나이지리아 정정 불안, 베네수엘라의 정치‧경제적 위기, 미국의 이란 및 러시아에 대한 제재 등 다양하다. 달러화 가치는 미국의 경제 지표와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등에 영향을 받겠지만 상반기보다는 약세를 보일 전망이다. 그 외에 미국의 원유 생산시설과 정제시설이 밀집된 멕시코만 연안의 허리케인 피해 규모도 유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올해 멕시코만에서 발생할 허리케인은 예년보다 다소 많은 5~9개가 예상되고, 이중 3등급(풍속 111~130mph) 이상의 대형 허리케인이 2~4개일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하반기 유가는 산유국의 감산 기간 연장, 석유 수요의계절적 증가 등 상승 요인들과 미국 및 감산 면제국의 생산 증가, 누적된 석유 재고의 영향 등 하락 요인들이 교차함에 따라 크게 상승하거나 하락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 평균 국제 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상반기($51.5/배럴)와 비슷한 $50/배럴 내외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세계 경기회복의 가속화로 석유 수요가 예상보다 더 증가하고 지정학적 사건에 의해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경우 유가는 상승할 것이다. 반대로 세계 경제성장률이 둔화돼 석유 수요 증가 폭이 예상보다 축소되고 미국의 셰일오일 등 비OPEC 공급이 예상보다 더 증가하거나 사우디가 시장점유율 확보 전략을 구사하는 경우 유가는 하락할 것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달석 선임 연구위원

본 콘텐츠는 대한석유협회 석유협회보 <석유와 에너지>에 기고된 글에서 발췌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본 콘텐츠의 IP/콘텐츠 소유권은 대한석유협회에 있으며 Reproduction을 제한합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GS칼텍스에 의해 작성된 본 콘텐츠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으며, 대한석유협회의 저작물에 기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