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對)베네수엘라 제재가 세계 석유 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베네수엘라는 세계적으로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이다. EIA(美에너지정보청)와 OPEC 자료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1997년부터 2016년까지 평균적으로 256만 b/d를 생산하는 상위 6위권 안에 드는 중견 산유국이었다. 그러나 2017년에는 191만 b/d 규모의 생산을 기록하였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1월 28일 미국의 베네수엘라의 석유부문 제재가 발효됨에 따라 2월에는 110만 b/d로 생산이 급감하였다. 베네수엘라의 중견 산유국으로서 위상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석유의 저주(Curse of Oil)1)에 걸려버린 베네수엘라 정부와 국민들은 정치‧경제적으로 대혼란을 겪고 있다. 한편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 감소로 촉발된 중질원유 공급 차질은 미국의 이란 제재 및 OPEC+의 감산 이행과 더불어 석유 시장에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제재의 배경과 내용, 해당 제재가 베네수엘라와 세계 석유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의 對베네수엘라 석유부문 제재 발동 배경

1. 미국과 적대관계에 있던 마두로 정권의 재집권이 계기

미국과 적대관계에 있던 베네수엘라의 현 대통령인 니콜라스 마두로(Nicolas Maduro)가 2018년 12월 대선에서 6년 임기의 대통령으로 재선되었다. 그가 취임식을 거행한 2019년 1월 10일을 기점으로 베네수엘라는 정치‧경제 전 분야를 통틀어 대내외적으로 대풍랑에 휩싸이게 된다. 이 풍랑의 결정적 계기는 2018년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마두로가 부정선거로 당선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부터이다. 마두로가 46.1%의 투표율 상황에서도 67.7%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되자 부정선거 의혹이 증폭되었다. 식량배급 등을 무기로 국민들이 마두로에게 투표할 것을 강제했다는 것이다. 이는 1월 13일 베네수엘라의 야당 지도자이자 국회의장인 후안 과이도(Juan Guaido)가 임시 대통령을 선언한 배경이 된다. 곧이어 미국이 과이도를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한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면서 미국과 베네수엘라 양국 간 갈등이 깊어졌다.

2. 미국의 베네수엘라 석유부문 제재 내용

미국이 2019년 1월 28일 베네수엘라의 석유부문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발동하기에 이른다. 미국은 이미 4차례에 걸쳐 제재를 부과한 바 있으나 석유부문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는 자제해 왔다. 그 이유는 베네수엘라 국민에 대한 인도주의적 입장 견지라는 피상적 명분과 함께 베네수엘라 원유를 수입하고 있는 미국 정유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번 미국의 제재는 베네수엘라의 석유산업과 재정수입의 핵심인 국영 PDVSA를 포함한 석유부문에 대한 최초의 제재이자, 가장 강력한 제재라고 볼 수 있다. 제재 발효와 동시에 美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 : Office of Foreign Assets Control)은 베네수엘라를 행정명령 13850에 따른 특별 제재 대상(SDN : Specially Designated National)으로 지정하였다. 이에 따라 미국인은 베네수엘라와의 석유 거래에 있어 아래 표의 8개 행위 외에는 PDVSA 등에 대한 대금 지급 등이 전면 금지되고, 대금은 에스크로(Escrow) 계좌에 강제로 예치되게 된다.2)

미국의 대 베네수엘라 제재 상 예외적 거래 허용 범위

美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 존 볼튼(John Bolton)은 이번 미국의 제재로 인해 “내년까지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부에 약 US$110억의 수출 손실이 발생할 것이며 US$70억 규모의 PDVSA의 자산이 동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석유산업 등 경제, 정치적 최대 위기에 직면

베네수엘라는 미국이 석유부문 제재를 발효하기 이전에도 이미 극도의 경제 위기 상황에 놓여 있었다. 우고 차베스(Hugo Chavez)와 그 뒤를 이은 마두로 대통령이 석유산업에서 발생한 이익 대부분을 기본소득제와 무상복지 정책 등 강력한 포퓰리즘(Populism) 정책에 활용했기 때문이다. 3) 지난 5년간 베네수엘라의 경제규모(GDP)는 국가 재정수입의 원천인 원유 생산 감소 추세와 저유가로 인해 약 1/3 규모로 축소되었다. 4) CNBC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정부와 PDVSA는 러시아와 중국 등 국외 채무자들에게 약 US$1,000억의 원금과 이자를 지급할 채무를 지고 있다. 5)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부채는 원유로 상환을 하고 있다.

러시아나 중국과의 거래와 달리 원유 수출 대금을 현금으로 받을 수 있었던 미국과의 거래(원유 수출)가 줄어들거나 중단되는 경우, 베네수엘라 경제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베네수엘라가 처한 현재의 경제적 위기는 지급불능에 대한 위기가 아니라 유동성의 위기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는 베네수엘라가 3,000억 배럴 규모의 세계 최대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산유국이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의 제재 극복 노력

미국의 제재 이전 베네수엘라는 자국 중질원유를 미국, 중국, 인도, 유럽 순으로 수출해왔다. 그러나 미국이 PDVSA와 그 자회사들과의 거래를 제한함에 따라 PDVSA는 미국에 수출하던 중질원유를 중국, 인도 등 아시아로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편, 미국에서 수입하던 나프타 등 희석제(diluent)는 러시아 Rosneft와 중국으로부터 수입했거나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 흐름

베네수엘라 석유부문 제재의 대외적 영향

1. 미국 내 경질원유 대비 중질원유 가격 상승초래

미국의 걸프만 소재(USGC : US Gulf Coast) 정유사들은 베네수엘라 중질원유의 최대 수입처이다. 이들 정유사의 생산 공정은 중질원유에 최적화 (단순히 경질원유로 대체 어려움) 되어 있다. 이 정유사들은 필요한 중질원유 대부분을 베네수엘라, 캐나다, 멕시코 등으로부터 수입하였다. 때문에 이번 미국의 베네수엘라 석유부분 제재는 베네수엘라 뿐 만 아니라 美 정유사들에게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베네수엘라가 당장 미국을 대신할 수출처를 확보하는 것이 당면한 문제라면, 미국의 USGC 정유사들은 베네수엘라 중질원유(약 50만 b/d)를 대체할 중질원유의 확보가 시급한 문제이다.

그러나 USGC 정유사들의 대체 중질원유 확보 노력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주요 중질원유 수입처인 멕시코와 캐나다가 각각 원유 생산 감소와 감산 정책의 영향으로 베네수엘라의 공백을 완전히 매꾸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멕시코는 내부적 요인으로 원유 생산이 감소 추세에 있고, 국영 Pemex의 생산물량 대부분이 기 계약되어 있어 미국으로의 추가 수출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의 경우 앨버타 주정부의 감산 방침과 운송 제약으로 인해 당분간 베네수엘라 중질원유를 대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질원유를 확보하려는 USGC 정유사들의 노력은 통상 경질원유 대비 낮게 거래되는 중질원유 가격 상승을 초래하고 있다. 아래 그래프를 통해 미국의 베네수엘라 제재 이후 중질원유가 경질원유 가격 대비 높게 거래되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Brent유와 Dubai유의 스프레드 그래프에서는 경질원유에 속하는 Brent와 중질원유인 Dubai간 스프레드도 축소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중질원유, 경질원유 가격 대비 높게 거래

브렌트유와 두바이유 스프레드 축소

2. 세계 석유공급, 저유황 경질원유 늘고 고유황 중질원유 줄고!

세계 석유 시장은 미국의 베네수엘라 제재로 인해 중질원유의 공급 감소6)에 따른 유종별(quality) 공급물량의 변동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타이트 오일 생산의 증가로 경질원유의 공급은 증가하는데 반해, OPEC+7)가 자발적 및 비자발적 감산을 추진하고 있어 중질원유의 생산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향후 3년간 미 원유 생산의 증가로 저유황 경질원유 공급이 30% 증가하고, OPEC의 감산으로 고유황 중질원유 공급이 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OPEC+ 감산 참여국들이 대부분 중질원유(medium and heavy oil)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발적인 OPEC의 감산 이외에도 이란과 베네수엘라, 리비아 등 감산에서 제외된 국가의 원유 생산이 줄어든 것이 이러한 현상에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 원유 제품 생산량 변화 추이

미국에 우호적인 정부가 들어오기 전까지 제재는 계속

3월 11일(현지시간) 美재무부는 러시아 모스크바 소재 은행 ‘Evrofinance’을 특별재제대상 목록에 포함시켰다. 해당은행이 베네수엘라의 가상화폐인 Petro를 발행하여 현 마두로 정부의 불법적인 자금조달을 도왔다는 것이 제재를 단행한 이유이다. 美재무부는 해당 제재 조치는 베네수엘라 현 정부와 거래를 유지 중인 외국 금융기관 등에 마두로 정부와 관계 단절을 요구하는 메시지라고 밝혔다. EIA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이번 미국의 석유부문 제재와 구조적인 요인 등으로 인해 원유 생산이 올해 하반기 100만 b/d 이하, 내년에는 70만 b/d로 감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베네수엘라 및 이란 등의 공급 감소는 OPEC+의 감산 효과와 더불어 유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석유 시장에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유가상승을 경계하는 미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 감소 정도에 따라 이란 제재 ‘Waiver’(제재예외) 연장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美재무부가 제재 발효 시 밝힌 것처럼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 조치는 현 마두로 정권이 물러나고 미국에 우호적인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미국이 베네수엘라 관련 어떤 추가적인 제재 조치를 단행할지 베네수엘라 앞날과 석유 시장에 미칠 파급효과에 대해 귀추가 주목된다.

추가 설명

  • 1) 1940년대 중반 베네수엘라 개발부 장관(Minister of Development)이자 OPEC의 창설자(1960년)인 후한 알폰소 (Juan Pablo Perez Alfonzo)는 석유로 인한 역효과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겼다. ‘Ten years from now, twenty years from now, you will see : Oil will bring us ruin, Oil is the Devil’s excrement”
  • 2) PDVSA의 미국 내 자회사 Citgo(루이지애나, 텍사스, 일리노이)의 계속 운영은 가능하나 매출수익이 미국계좌로 강제 예치 및 지급이 전면 차단된다. 해당 제재조치는 궁극적으로 베네수엘라의 對미국 중질원유 수출뿐만 아니라 미국의 對베네수엘라 나프타 등의 석유제품 수출 금지를 포함한다.
  • 3)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1998년 12월 당선이후 ’99년 2월부터 ’13년 3월 5일 그가 사망하기 전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하였다. 그가 사망 한 후 당시 부통령이던 마두로가 2013년(6년 임기)부터 대통령직을 계승하였다.
  • 4) GDP(Statista, 2019):US$2,426억(’15년)→ 2,361억(’16년)→ US$2,100(’17년)→ US$963억(’18년)→ 870억(’19년)
  • 5) 베네수엘라 정부 및 PDVSA는 중국에 US$200억, 러시아 정부 및 Rosneft사에 US$23억의 부채(이자 제외)를 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석유로 부채를 상환하는 형태(Oil for debt repayment)로 이루어지는 것이라 실질적인 현금이 발생하지 않는다
  • 6) 베네수엘라 원유생산 추이(OPEC, 만 b/d) : 191(’17년) →135(’18년) → 110(‘19.2월, Platts)
  • 7) OPEC+(OPEC 및 러시아 등 10개 산유국)의 감산목표(’19년 상반기)는 120만 b/d(OPEC 80만 b/d)로 6월 25~26일 회의를 앞두고 있다. OPEC의 원유 생산량(OPEC) : 1월 3,018만 b/d, 2월 3,068만 b/d

한국석유공사 석유동향팀 김예희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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