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 기술로 배출가스를 극복하다
전기를 에너지로 이용한 이동 수단이 친환경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은 적지 않다. 이동 수단 모두를 친환경으로 바꾸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뒤따를 수밖에 없어서다. 게다가 오랜 시간 유류와 내연기관차를 통해 구축한 각종 세제 등의 구조적 문제도 해결되어야 한다. 하지만 표면적으로만 친환경을 외칠 뿐 어느 누구도 감춰진 구조적 문제를 수면 위로 올리는 일에는 인색하다. 마땅한 대안이 아직은 없어서다. 그렇다면 점진적 전환을 선택하되 기존 내연기관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게 정답이다. 무조건적인 억제는 반드시 새로운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결국 노르웨이 정부도 손을 들고 말았다. 2025년까지 내연기관 운행 금지를 선언했지만 재정 부담은 어쩔 수 없었던 탓이다. 노르웨이에서 전기차를 구매하면 세금이 면제되는 반면 내연기관차를 사면 25%의 부가세를 비롯해 탄소세, 중량세, 질소산화물세, 유류세 등을 부담해야 한다. 게다가 모든 공공 장소에 충전 인프라를 구축해 두었으니 환경 논란을 떠나 경제적으로 전기차를 사지 않는 게 오히려 현명하지 못한 판단이다.
하지만 막대한 전기차 재정지원이 결국 부담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2025년까지 노르웨이 전체 자동차 270만대가 모두 전기차로 바뀌면 정부의 재정 부담은 26조원에 달한다. 현재 20만대 수준인 전기차 운행에 따른 세입 감소는 원유를 수출해 충당하는 중이지만 지금보다 전기차가 더 늘어나면 원유 수출만으로 부담이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이를 두고 노르웨이 내부에선 인센티브로 전기차를 늘리는 것은 다른 국가들이 참고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오는 중이다. 보조금 중단이 곧 전기차 판매 중단과 같은 맥락으로 여겨지는 까닭이다. 결국 노르웨이는 2021년까지만 보조금을 유지하고 이후 폐지를 결정했다. 그러자 전기차 관련 기술 발전의 속도가 국가 재정 부담을 줄여주지 못해 결국 다시 내연기관 시대로 돌아갈 가능성마저 제기됐다.
내연기관의 발전과 재정 전환
하지만 이런 문제는 한국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현재 순수 전기차에 주어지는 보조금은 대당 평균 1,400만원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전기차 한 대가 연간 운행되며 내는 세금은 전력에 부과된 부가세가 전부이고 금액으로는 유류세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니 전기차가 내연기관을 대체할수록 정부의 세입은 줄어들되 보조금 지출은 늘어나는 구조다. 매년 일정 대수만 전기차로 전환해도 나라 살림살이에 부담이 되는 이유다. 실제 한국산업조직학회가 2016년에 발표한 ‘전기차의 합리적 과세방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국내에서 20만대 수준의 전기차가 보급돼 이들이 연간 60만㎞를 운행할 경우 약 2,900억원의 유류세가 줄어든다. 이를 기준으로 100만대에 이르면 세액 감소분은 1조원이 훌쩍 넘는다.
그래서 글로벌 각 국가에선 현실적인 동력 전환 방법을 주목하고 있다. 내연기관을 배제하기보다 점진적 전환을 위해 오히려 배출가스 저감 기술의 속도를 높이는 방안이다. 특히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디젤을 유지하자는 목소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디젤 억제가 다시 이산화탄소를 증가시키는 측면도 이유로 꼽히고 있다. 시장분석기관 자토 다이나믹스(JATO Dynamics)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의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율은 2014년 이래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디젤 억제에 따른 휘발유차 판매가 늘면서 유럽 23개 국가 가운데 무려 20개 나라에서 이산화탄소가 증가했다는 것. 평균 배출량이 ㎞당 120.5g으로 2.4g 늘었다는 분석이다. 2007년 이래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다시 증가로 돌아선 것은 디젤의 대안으로 떠오른 EV(전기차)가 여전히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의미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디젤 SUV 증가에 따른 영향도 반영됐지만 질소산화물 억제를 위한 디젤 배제가 이산화탄소 증가로 연결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질소산화물을 크게 줄인다면
그러자 자동차회사를 중심으로 내연기관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질소산화물 저감 방안이 주목받고 있다. 디젤 배출가스의 획기적인 감소 기술이 곧 질소산화물 저감이고, 이 경우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을 동시에 억제할 수 있어서다. 또한 배출가스가 줄어든 내연기관을 통해 확보된 다양한 세금이 전기차 보급에 점진적으로 투입될 수 있는 점도 고려됐다. 그리고 이런 노력은 최근 현실로 다가오는 중이다.
저감에 앞장 선 곳은 아이러니하게 디젤 게이트로 곤혹을 치렀던 독일 폭스바겐그룹이다. 이미 2025년까지 BEV(Battery Electric Vehicle) 분야에서 앞서간다는 전략을 발표한 만큼 디젤을 외면할 것 같았지만 오히려 ‘다시 디젤’을 외치며 에너지 다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른바 폭스바겐그룹이 개발한 ‘트윈 도징(Twin Dosing)’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기본적으로 디젤 엔진이 많이 줄여야 하는 배출가스로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이 꼽힌다. 미세먼지는 호흡기에 영향을 주고 질소산화물은 산성비를 유발하거나 2차 미세먼지를 생성한다. 어떻게든 연소 과정에서 두 가지 물질을 모두 줄이려 하지만 미세먼지를 줄이면 질소산화물이 많아지고 질소산화물을 줄이면 미세먼지가 늘어난다. 둘 모두를 줄이기 위해 미세먼지(DPF)와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가 동시에 각각 사용되는 배경이다.
그런데 현재 질소산화물을 줄이는 방식은 ‘요소수’를 촉매제로 활용한다. ‘엔진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에 요소수를 섞어주면 화학적 반응이 일어나 질소산화물이 질소와 물로 분리된다. 그런데 분사되는 시간이 짧다보니 배출되는 질소산화물 모두가 화학적으로 분리되지 못하는 게 한계다. 그래서 요소수를 2단계로 구분, 뿌려 주는 ‘트윈 도징 SCR 시스템’이 등장했다.
일반적으로 디젤 엔진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이 질소와 산소로 가장 잘 분리되는 온도는 섭씨 220~350도 사이다. 하지만 고회전으로 장시간 운전하거나 짐이 많거나 또는 탑승 인원이 많아 무게가 증가할 때, 그리고 오르막을 주행하면 더 많은 힘이 필요하고 어김없이 배출가스는 350도 이상에 도달한다. 그래서 이 때 분리되지 못한 고온의 질소산화물이 저온으로 내려가면 다시 한 번 요소수를 섞어 또 다시 분리를 시도한다. 미처 밖으로 나가지 못한 상태에서 요소수와 다시 섞이니 일부가 질소와 물로 분리돼 질소산화물이 감소한다. 100% 완벽히 제어할 수는 없지만 현재 기준보다 80% 가량 줄어든다는 결과도 도출했다. 더불어 고온의 질소산화물의 온도를 빠르게 낮추는 기능도 넣어 유해를 무해로 바꾸는 기술을 완성됐다.
그러자 폭스바겐은 당장 판매할 차종에 도징 시스템을 넣어 디젤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디젤의 한계를 인정, 2025년까지 전동화 30%를 내걸었던 캐치프레이즈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 디젤의 지속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기로 한 셈이다. 신형 파사트 2.0ℓ TDI 에보(Evo)에 적용해 새로운 배출가스 기준인 유로 6d를 충족한 것은 물론 실도로주행(RDE: Real Driving Emissions) 시험에서도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이전 제품 대비 무려 80% 가량 줄었음을 확인했다. 그러자 연내 세계 최초 공개를 앞둔 주력 차종 8세대 신형 골프 디젤에도 적용해 디젤을 이어가기로 했다. 전동화에 앞서되 내연기관의 시대 또한 최대한 지속시키고, 독일 정부도 유류세 감소 부담이 적어지니 일석삼조로 주목받고 있다. 동력 전환 시대가 빨라질수록 해결해야 할 문제도 커지는 만큼 점진적 행보를 선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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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주 자동차칼럼니스트
본 콘텐츠는 대한석유협회 석유협회보 <석유와 에너지>에 기고된 글에서 발췌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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