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가격은 짝짝이 나비? – 석유가격 비대칭성에 대한 이야기

석유가격의 비대칭성에 대한 연구

지난주까지는 내복을 입어야 할 정도로 추웠는데 요새는 날씨가 많이 풀린 것을 보니 곧 봄이 올 것 같습니다. 날씨는 점점 풀리는데 정유업계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아직도 싸늘하기만 합니다.

최근에는 석유 가격과 관련된 연구가 몇 건 있었습니다. 오늘은 이와 관련된 말씀을 나눌까 합니다.


비대칭성에 대한 논란

삼성경제연구소는 작년 12월, 소비자물가를 연구한 결과를 보고하면서, 국내 휘발유값에 대한 연구결과도 발표했습니다.

이 내용을 보면, 국내 휘발유가격은 국제유가 상승기에 더 빨리 더 큰 폭으로 반응하였으며, 또한 다른 13개의 OECD 국가와 비교할 경우, 한국 휘발유가격의 비대칭성이 가장 크다고 보고했습니다. 즉, 2005년 1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주별 자료 기준으로 휘발유 소매가격을 비교/분석한 결과 휘발유 가격은 두바이유와 환율변화라는 2가지 요인에 대해 비대칭적으로 조정되었다고 합니다.

‘비대칭 오차수정모형’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두바이유 가격이 10% 상승하면 휘발유 가격은 1주일 후에 2.3% 상승하고, 두바이유 가격이 10% 하락하면 휘발유 가격은 1주일 후에 1.8% 하락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합니다.

또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휘발유 가격이 1주일 후에 3.5% 상승하고, 환율이 10% 하락하면 1주일 후에 1.9% 하락한다는 결론을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원유가와 환율 변화에 대해 공히 오를 때와 내릴 때의 반영폭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석유가격의 비대칭성, 사회적인 이슈일 수 밖에 없습니다.
석유가격의 비대칭성, 사회적인 이슈일 수 밖에 없습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비교 기준을 원유가(두바이유)로 잡았습니다. 국내 휘발유가격은 삼성경제연구소가 기준으로 삼은 두바이유 등 원유가가 아닌 국제 휘발유가격(MOPS)을 기준으로 산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2000년대 초반 석유제품 수입량이 증가함에 따른 환경변화에 대응하고, 국회/언론 등 회부의 요구를 반영하여 원유가 기준의 가격산정방식을 국제제품가 기준으로 변경한 것입니다.

따라서, 보고서의 내용은 정유사의 가격결정방식과 다른 기준을 사용했기 때문에 왜곡된 내용이라 봐야 합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국가별 석유가격 비대칭성 분석 시, 정유사의 공급가격이 아닌 소비자가격에서 세금을 제외한 가격을 기준으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세금제외 소비자가격에는 주유소의 유통비용 및 마진 등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이를 토대로 정유사에 책임을 전가하여 정유산업의 높은 시장집중도가 문제라고 지적하는 것은 적절한 판단은 아닌 것으로 분석됩니다.

소비자시민모임에서도 석유시장 가격이 오를 때 빨리 올리고, 내릴 때 천천히 내리는 비대칭성이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다만 원유 대신 국제휘발유가격을 비교 대상으로 삼은 점은 다릅니다.

소시모는 2011년 1월 첫째 주와 12월 마지막 주를 비교해 데이터를 산출, 비대칭성의 근거로 삼았습니다만, 분석기간을 1주일 앞이나 뒤로 옮기면, 오히려 국내가가 국제가 대비 덜 올라간 것으로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일주일씩 뒤로 미뤄서 2011년 1월 둘째 주부터 2012년 1월 첫째 주까지의 기간을 비교하면 국제휘발유값 변동액보다 정유사 공급가 변동액이 29원 낮게 나옵니다. 또 주 단위가 아닌 월 단위로 매월 비교할 경우 역시 정유사 공급가 변동액이 국제휘발유값 변동액보다 15원 낮게 나옵니다. 이 말은 곧,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하느냐에 따른 결과가 달라진다는 의미입니다.

이정도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정도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답은 없는가?

이런 비대칭성 논란에 대한 답은 작년 4월, 서민물가 안정을 위한 지식경제부, 재정부, 공정위, 시민단체, 석유협회, KDI,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석유가격 TF에서 나온 바 있습니다.

이 TF는 1997년 1월~2011년 2월까지 주유소 판매가격을 분석한 결과, 국내 석유가격이 항상 비대칭적인 것은 아니며, 석유가격의 비대칭성으로 인해서 정유사들이 초과이익을 취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비대칭성을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근거로 삼성경제연구소는 정유산업의 시장집중도와 차량연료비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다시 말해 소수의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과점시장에서는 경쟁이 제한되기 때문에 국제유가의 변동이 국내 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높은 가격이 유지된다는 것입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주장에 따르면 과점 상태인 한국 정유산업의 시장집중도는 조사 대상 13개국 중 가장 높으며, 비대칭성도 가장 크다고 합니다. 하지만, 삼성경제연구소는 시장집중도와 비대칭성 및 가격 간의 인과관계에 대한 분석은 실시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상관관계가 있다고 하여 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는 앞으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