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0회 GS칼텍스 매경오픈 4일간의 축제를 마치며
또 한 번의 눈부신 기록들을 남기며 제30회 GS칼텍스 매경오픈 골프대회가 그 막을 내렸습니다. 대회담당자에게 물어보니 올해 관람객 수를 작년과 비슷한 5만여 명 정도로 추산하네요. 하지만 현장에서의 체감 관람객 수는 예년에 비해 훨씬 더 많아 보였습니다.
지난 10년간 줄곧 GS칼텍스 매경오픈을 관람해왔다는 어느 갤러리 분도 “1~3Round는 몰라도 4 Round는 작년보다 두 배는 많이 온 것 같다”라며 혀를 내두르시더군요. 시종일관 진지한 태도로 선수들의 샷과 퍼팅 하나하나를 눈여겨보던 외국인 갤러리들도 4 Round 18번 홀에서 구름떼같은 갤러리들을 이끌고 등장하는 마지막 챔피언조의 행렬을 보면서 “amazing!”을 외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정도였죠. 가히 ‘한국의 마스터스’라 불리는 GS칼텍스 매경오픈다운 모습이었습니다.
이번 대회의 챔피언은 2007년에 이어 4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김경태 선수였는데요, 김경태 선수는 21언더파라는 놀라운 기록으로 30번째 그린재킷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21언더파는 GS칼텍스 매경오픈 역대 최소타 기록인 만큼 본인은 물론 대회 관계자며, 지켜보는 갤러리들까지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4 Round에서 함께 라운딩한 지난해 챔피언 김대현과의 승부는 대회 내내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두 선수는 지난해 ‘제29회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도 우승을 다퉜었는데, 지난해에는 김대현 선수가 우승, 김경태 선수가 2위를 차지했었습니다. 지난해에 이은 또 한 번의 승부에 혹자는 김대현의 우승을 점쳤습니다. “아직 대회 2연패 기록이 없으니까, 김대현 선수가 이 기록을 세워야 하지 않겠느냐”는 기대에서부터 “아무래도 한국 최고 장타자인 만큼 여러모로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있었지요.
하지만 김경태 선수의 우승을 예상하는 갤러리들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남서울CC는 장타만으로는 소용없다. 정교한 어프로치가 따라줘야 하는데, 어프로치로는 김경태 선수를 따라올 선수가 없다.”는 확신에 찬 전망부터 “작년에 졌으니까 올해는 분명히 칼을 갈고 나왔을 것이다. 한국에서 우승컵을 들어본 지도 꽤 됐으니까 올해는 김경태가 이길 것이다.”라는 예상까지 있었지요.
뜨거운 라이벌전은 원래 경기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법이지요. 결국, 이번 대회의 라이벌전에서는 신들린 듯 정교한 어프로치샷과 자석이 붙어 있는 듯한 정확한 퍼팅으로 시종일관 승부를 압도한 김경태 선수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두 선수 외에도 1라운드 선두에 나서며 세상을 놀라게 한 아마추어 김휘수 선수부터 시종일관 선두권에서 우승권을 내다보았던 김형성, 조문규, 황인춘 선수 등 많은 훌륭한 선수들이 뛰어난 플레이를 선보인 덕분에 갤러리들은 “유난히 눈이 즐거운 대회”였다고 입을 모으더군요.
대회 속 깜짝! 앗, 이런 일이?
한편, 이번 대회에서는 다양한 화젯거리가 등장했었는데요, 2라운드에서는 ‘골프지존’ 신지애 선수의 등장으로 많은 갤러리와 언론들이 화들짝 놀랐었습니다.
같은 매니지먼트사 소속인 홍순상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신지애 선수가 갤러리로 참관했다는 소문이 퍼지자마자 갤러리들은 신지애 선수를 만나기 위해 대거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에 신지애 선수는 급히 자리를 옮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신지애 선수의 응원을 받는 홍순상 선수는 황당한 2벌타로 결국 컷오프하고 마는 불상사를 겪기도 했죠. 2라운드 1번 홀 세컨드 샷 지점에서 자신이 챙긴 클럽 14개 외에 한 개의 퍼터가 더 들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자진 신고한 것이었는데요. 골프규칙에 따르면 “플레이어는 14개보다 많은 클럽을 갖고 라운드를 해서는 안 된다.”라고 명시되어 있고, 이를 어길 경우 홀마다 2벌타, 한 라운드 최다 4벌타를 부과받게 된다고 합니다. 이에 14개보다 더 많은 클럽을 갖고 있었던 홍순상 선수에게 2벌타가 주어진 것입니다.
이날 라운드를 마친 후 홍선수는 2타차로 컷오프 했는데요, 이때의 2벌타만 없었다면 컷을 통과할 수 있었던 만큼 더 큰 아쉬움을 샀습니다. 홍순상 선수는 이전 포스팅‘제30회 GS칼텍스 매경오픈 관전포인트 10가지!에서 제가 강력한 다크호스 후보로 주장했던 그 선수인데 말입니다. ㅠㅠ 그렇다면 이 불운을 안겨다 준 퍼터의 주인공은 도대체 누구였을까요? 알고 보니 홍순상 선수와 비슷한 시간에 연습하던 태국 골퍼 탕카몰프라서트 선수였다고 하네요. 연습 그린에서 연습을 하고 10번 홀로 티샷을 하기 위해 출발하기 전 파빗 선수의 캐디가 퍼터를 백에 넣는다는 게 그만, 비슷한 위치에 있던 홍순상 선수의 캐디백에 넣어버린 것입니다. 그야말로 “앗! 세상에 이런 일이”인 셈이죠.
김대현 선수도 뜻하지 않은 벌타로 화제를 모았었습니다. 마지막 4 Round 14번 홀 파5 그린에서 볼이 저절로 움직여 1벌타를 받았습니다. 14번 홀에서 티샷이 OB에 떨어져 네 번째 샷 만에 그린에 올린 뒤 홀 앞 70~80cm 지점에서 보기 퍼팅을 남겨둔 순간이었는데요, 김대현 선수가 보기 퍼팅을 준비하는 순간 오르막 경사에 있던 볼이 살짝 움직이고 말았던 것입니다.
골프규칙에 따르면 “플레이어가 어드레스를 한 뒤 볼이 움직이면 플레이어가 그 볼을 움직인 것을 간주한다.”라고 해서 무조건 1벌타가 주어지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결국, 김대현 선수는 규칙에 의해 더블보기로 홀아웃 하고 말았습니다.
사실 이렇듯 중력이나 바람에 의해 볼이 저절로 움직이는 경우에 매겨지는 벌타는 ‘불운’하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데요, 이에 미국골프협회에서는 ‘저절로 볼이 움직이는 경우 벌타를 부과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우리나라에서도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봅니다.
모두가 뜨거웠던, 모두가 즐거웠던 한바탕 큰 축제
역대 최소타 우승, 역대 최다 관중 등 다양한 기록들이 남았지만, 무엇보다 이번 제30회 GS 칼텍스 매경오픈 골프대회는 대중스포츠로서 ‘골프’가 가지는 가능성을 확인한 대회로 그 의미가 깊습니다.
다른 어떤 대회보다 ‘갤러리’의 가치를 인정하고 ‘갤러리’를 위한 다양한 준비가 돋보인 대회였는데요, 그 중 하나가 바로 셔틀버스였습니다.
올해 GS칼텍스 매경오픈은 ‘그린 골프대회’를 모토로 내걸고, ‘자동차 없는 대회’를 목표로 갤러리를 위한 셔틀버스를 운영했습니다. 분당 도심과 골프장을 오가는 셔틀버스 라인은 모두 3개였는데요, 갤러리들은 지하철 정자역이나 수내역, 서현역에서 골프장 입구까지 셔틀버스로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지하철 입구에서부터 셔틀버스 안내 입간판을 세워 친절하게 안내하는 한편, 셔틀버스 승강장에서는 토끼탈을 쓴 인형이나 미모의 도우미들이 안내를 도와주어 한결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저도 직접 셔틀버스를 타고 골프장까지 이동해 봤는데요, 지하철 서현역에서 골프장까지는 불과 1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고, 셔틀버스도 10분 간격으로 자주 오는 덕분에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매년 골프대회에 참관하러 오는 갤러리들의 차량행렬로 도로가 붐비던 것에 비하면 정체현상도 거의 없었고, 또 이를 통해 환경보호에도 큰 도움이 되었으리라 믿습니다.
GS&Point 카드 또는 매경독자 무료쿠폰을 소지한 사람들과 스마트폰에 GS칼텍스 매경오픈 앱을 설치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동반 1인까지 공짜로 GS칼텍스 매경오픈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해 골프대회 입장료 부담을 없애주었던 것도 올해 대회의 특징이었죠. 다양한 무료입장 기회가 있었던 만큼, 또 어린이날과 휴일 등 빨간 날을 중심으로 운영되었던 만큼 올해는 유독 다양한 연령층의 많은 갤러리들이 골프대회를 찾아주셨던 것 같습니다.
갤러리들을 위해 마련된 다양한 이벤트들은 골프대회를 한결 더 축제 분위기로 만들었는데요, 방석과 부채 등의 기념품은 더운 뙤약볕 아래에서 갤러리들이 보다 편안한 관람을 하는 데 도움이 되었고, 연습그린에서 펼쳐진 ‘골프신동을 이겨라’ 이벤트에서는 자그마한 골프신동 홍서연 양의 놀라운 퍼팅솜씨와 현란한 볼 핸들링 기술이 많은 갤러리들의 찬탄을 자아냈습니다.
그밖에도 챔피언의 의상인 그린재킷과 우승컵을 들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이벤트도 많은 갤러리의 관심을 모았는데,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많은 갤러리들이 우승의 기쁨을 간접적으로나마 맛볼 수 있었던 이벤트였습니다.
하지만 많은 갤러리들이 운집하다 보니 이런저런 작은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챔피언조의 18라운드 입성을 기다리는 동안 갤러리들 사이에서는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작은 몸싸움도 있었고, 골프장에 쓰레기를 투척하는 어린 학생들과 그를 말리는 어른들 사이에 실랑이도 있었습니다. 방송촬영을 위해 마련된 탑에 갤러리가 올라가기도 하고, 갤러리석과 필드를 구분하는 가이드라인을 넘어서 필드 안쪽까지 자리를 차지한 갤러리들도 있었습니다. 필드 안쪽에서는 선수들이 심각하게 경기를 하고 있는데 바깥쪽에서는 “아빠~”를 부르며 아이가 울기도 했지요. ^^
아직까지는 골프관람에 익숙치 못한 갤러리들이 적지 않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해프닝에도 불구하고 이번 제30회 GS칼텍스 매경오픈이 선수와 갤러리 모두가 한 마음으로 즐기는 축제의 장이었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또한 내년에는 보다 성숙한 갤러리 매너 속에 더 멋지고, 더 근사하고, 더 활기 넘치는 ‘GS칼텍스 매경오픈’이 펼쳐질 것이라는 믿음 또한 변함이 없습니다!
내년에는 더욱 흥미진진한 현장소식으로 만나뵐 것을 약속드리며 이상으로 제30회 GS칼텍스 매경오픈에 대한 줄포스팅을 모두 마감합니다. 꾸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