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아스팔트에서 비싼 경유를 만듭니다

아시아 최초, 세계 7번째로 도입되는 최첨단 고도화 시설
제3 중질유분해시설

단일 공정에 대한 투자로는 국내 정유업계 사상 최대 규모 프로젝트인 GS칼텍스 제3 중질유분해시설(VR HCR, 감압잔사유 수첨분해탈황시설)이 완성되어 5월 12일 준공식을 가졌습니다.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 처음이며 세계적으로도 7번째로 도입되는 최첨단 시설인 제3 중질유분해시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GS칼텍스 제3 중질유분해시설

GS칼텍스의 중질유분해시설은?

현재 GS칼텍스에는 총 3개의 중질유분해시설이 있습니다. 이 설비들 중 제3중질유분해시설은 가장 어려우면서도 경제성이 높은 설비입니다. 제1 중질유분해시설(RFCC)은1995년 본격적인 상업생산을 시작한 설비로 1차정제과정에서 나오는 벙커C유를 휘발유를 중심으로 한 경질제품을 만드는 설비입니다. 여기에는 촉매가 사용됩니다.

2007년 본격적인 상업생산을 시작한 제2중질유분해시설은 제1중질유분해시설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벙커C유를 원료로 하는 것은 똑같지만 1차적으로 진공상태에서 한번 분류를 합니다. 높은 산에 올라가면 물이 100도가 아닌 80도에서도 끊는 것처럼 진공상태에서 높은 온도의 열을 가하면 VGO(Vacuum Gas Oil)와 VR(Vacuum Residue)로 구분됩니다. 여기서 나오는 VGO를 원료로 수소를 첨가하여 등유와 경유를 중심으로 한 경질유제품을 만드는 설비입니다.

제3중질유분해시설은 진공상태에서도 찌꺼기처럼 남아있는 초중질유인 VR을 원료로 한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다릅니다. 통상적인 중질유 분해시설(RFCC, HCR)을 ‘누룽지로 다시 밥짓기’에 비유한다면, VR HCR은 ‘누룽지 보다 더 심한 숯검뎅이로 다시 밥짓기’에 해당할만큼 어려운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가장 설비운영이 어려우면서도 찌꺼기 수준의 아스팔트 등 초중질유를 원료로 하기 때문에 경제성이 가장 높은 설비이기도 합니다. 바로 이 설비가 이번에 준공식을 하게 된 것입니다.


중질유 분해시설은 왜 필요한가?

그렇다면 이렇게 공사비용이 일반 원유정제시설에 비해 몇 배 이상 소요되고 운영도 어려운 중질유분해시설을 왜 건설하는 것일까요?

바로 원가 및 품질경쟁력을 향상시켜 수익성과 공급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석유제품의 생산에 필요한 설비는 크게, 원유를 투입하여 곧바로 석유제품을 정제하는 ‘상압 정제시설(CDU)’과 2차시설 또는 고도화시설로 불리우는 ‘중질유 분해시설’로 분류됩니다. 원유를 단순 정제하여 1차로 생산되는 제품 중 약 40% ~ 50% 가량은 벙커C유 등 중질유(重質油)제품입니다. 하지만 중질유제품은 전세계적으로 환경문제 등이 대두됨에 따라 수요처가 줄어들게 되어 원유보다 더 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중질유제품을 적게 생산하고 경질유제품을 더 많이 만들어야 수익을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정유공정은 하나의 원료로 동시에 여러제품을 생산하는 연산성의 특징을 갖기 때문에 아무리 싫더라도 중질유생산은 피할 수 없습니다. 소 한마리를 잡으면 등심 뿐만 아니라, 안심, 갈비, 사태 등이 일정한 비율로 한꺼번에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죠. 결국,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왕에 생산된 중질유를 분해/재정제(크래킹; 깨다)하여 고부가가치의 경질유로 변환(Conversion)시키는 방법을 쓸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경질유 제품수요는 중국 등 신흥개발국의 급격한 수요증가로 인해 앞으로 그 필요성이 더욱 증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원유고갈에 대한 문제는 이미 몇십년전부터 문제시되고 있습니다. 중질유분해시설이 없다면 경질유제품 수요에 맞추기 위해서는 더 많은 원유를 필요로 하게 되고 필요없는 중질유제품은 계속 재고로 쌓이게 될 것입니다.

중질유분해시설을 지상유전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경질유제품 수요증가에 따른 원유의 소비량을 크게 절감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제 중질유분해시설은 정유회사에 있어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으며 전세계적인 원유고갈 등의 문제를 고려하더라도 반드시 필요한 설비가 되었습니다.

송유관


숫자로 풀어보는 VR HCR

건설기간 : 2008년 10월 ~ 2010년 12월 (26개월 소요)
투자비 : 2조 2천억원 (국내 정유업계 단일 시설로 최대 규모)
설계/건설에 따른 고용창출 효과 : 연인원 약450만명 (하루 평균 4천명) 투입
상업가동 후 상시고용창출 효과 : 약500명 (회사/협력사)
부지면적 : 615,000㎡ (약18만6천평, 축구장 80개 크기)
배관길이 : 2,000㎞ (서울-부산 2.5회 왕복)
공사에 소요된 콘크리트 : 약 30만㎥ (20층 높이의 33평형 아파트 40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