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한 국가경제의 에너지효율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에너지원단위를 사용합니다. 에너지원단위란 일정량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데 투입되는 에너지소비량을 산식으로 계산한 수치입니다. IE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기준 우리나라의 에너지원단위는 0.20toe/천USD인데, 세계평균이 0.19, 아시아평균 0.16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에너지 선진국인 영국과 덴마크는 0.11이며, 독일과 일본은 0.14 정도 수준이다. 우리나라 에너지 효율의 현주소를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우리나라가 에너지 효율화를 위해 전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많은 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에너지의 해외의존도가 96%에 달할 정도로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어 유가 상승과 같은 국제 에너지 환경변화에 따라 경제자체가 휘청거릴 수 밖에 없는 취약한 구조를 극복해 내기 위함도 하나의 이유가 되겠고, 에너지사용량 세계 10위, 석유소비 8위, 전력소비 9위 등의 순위에서 보듯이 에너지다소비 산업에 의존된 산업구조*의 현실 속에서도 그 필요성은 명백히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국내 에너지소비중 다소비업종이 차지하는 비중 : 39.2%
(일본 24.5%, 미국 14.5%, OECD 평균 17.9%)
물론 우리나라는 수입한 원유 중 재가공을 통해 수출하는 비중이 작년 기준 38%에 달하며, 석유정제능력은 하루 239만 배럴로 세계 6위에 달하는 세계적인 석유 가공 국가입니다. 때문에 에너지다소비 구조를 하루 아침에 바꾼다거나 개선한다는 것은 말처럼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직 우리에게 개선할 여지는 남아 있다는 것이고, 에너지의 효율화 노력 없이 경쟁력 있는 글로벌 기업이 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지난 30년간 GDP성장률과 에너지수입액의 변화 추이에서도 중요한 단서를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GDP성장률이 ‘80년대에 8.2%, ’90년대에 6.7%, 2000년대 들어서는 3.7%로서 경제성장 속도는 점차 둔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에너지수입액 증가율은 ‘80년대 3.8%에서 ’90년대에는 12.9%, 그리고 2000년대에는 15.2%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유가의 상승은 원가상승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원가상승은 해외에서의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켜 중국과 같은 신흥개도국에 밀리게 되는 것이 작금의 현실입니다.
그러나, 긍정적인 사고가 필요합니다. 지난 IMF 외환위기를 극복할 때 우리는 ‘위기는 기회다.’라는 말을 즐겨 했고 실제로도 경쟁력 없는 기업들은 퇴출되었고, 기업들은 보다 견실한 구조를 갖추게 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공정 개선과 폐열 활용, 노후설비의 개체 등 에너지절약을 위한 설비투자는 CEO 입장에서 항상 후순위에 두어 온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에는 에너지 효율화를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는 기업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나라의 산업, 가정․상업, 수송 등 부문별 에너지 효율화의 현황과 개선을 위한 대책들을 살펴봅시다.
2010년 기준, 우리나라 산업부문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는 국가 전체 에너지소비량의 59.3%를 차지합니다. 다시 말해 산업부문의 효율화가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국가의 에너지효율도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죠.
산업의 에너지효율화를 위해 정부가 먼저 꺼내든 대책은 바로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도*입니다. 금년 10월, 정부는 산업․발전부문 366개 관리업체에 대한 ’12년 온실가스․에너지절감목표를 발표했다.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배출허용량은 338백만 톤CO2으로서 예상배출량보다 4.7백만 톤CO2가 감축된 규모입니다. 특히 철강, 반도체․디스플레이․전기전자, 석유화학, 시멘트, 정유 등 상위 5개업종이 차지하는 감축규모가 4.1백만 톤CO2로서 전체의 88%를 차지합니다.
한편, 정부는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의 실효성 확보와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을 위해 그린크레딧(Green Credit)제도를 도입키로 했습니다. 그린크레딧 제도란 목표관리 대상이 되는 대기업들은 비대상인 중소기업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자금이나 기술 등을 제공하고 그를 통해 감축목표의 일부를 크레딧 형태로 이전 받는 사업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된다면 추가적인 온실가스 감축여력이 부족한 대기업의 감축수요와 자금과 기술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국내 기업들도 에너지 효율개선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에너지절약이 에너지담당자만의 몫이었다면, 최근에는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조직 구성원 전체가 에너지효율개선을 체계적으로 계획하고 지속적으로 이행하는 에너지경영시스템(EnMS : Energy Management System)이 도입되는 추세입니다. 이러다 보니 기업마다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사무실과 산업현장에서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에너지를 절감하기 위한 에너지절약 실천운동도 다양한 방법으로 전개하고 있죠.
에너지효율화를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은 고효율 에너지기자재의 보급을 늘려나가는 것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LED산업인데요.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뒤늦게 LED산업에 뛰어들었지만 적극적인 정책 추진과 업계의 투자확대에 힘입어 단기간에 LED산업 주요국으로 부상했습니다. ’09년 세계최초 LED TV상용화 이후 ’10년에는 세계 2위의 LED소자 생산국으로 발돋움했고, LED분야 무역수지도 흑자로 전환되었습니다. 교통신호등도 90%이상 LED로 교체되었으며, 민간부분 설치 장려금 지원, ESCO사업을 통한 저리융자 지원 등 보급․확산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도 꾀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체 전력 중 조명이 차지하는 비중이 17.3%에 달하는 것을 감안했을 때, 백열등이나 형광등 방식보다 무려 80%까지 에너지절감이 가능한 LED조명은 국내 에너지효율화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산업이 아닌, 다른 부문은 어떨까요? 가정․상업부문의 에너지사용량도 무시할 순 없습니다. 전체의 19.6%에 달하는 에너지가 가정 및 서비스분야에서 소모되고 있으며, 가전제품이 대형화되고 이를 소비자가 선호하는 경향이 더 강해지면서 에너지 효율성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992년부터 에너지소비효율등급표시제도를 운영하여, 1~5등급으로 에너지소비효율등급 라벨을 부착토록 하고, 최저소비효율기준에 미달하는 제품에 대한 생산과 판매를 금지하는 제도를 병행하여 시행해 왔으며,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과 미국이나 유럽보다 높게 설정한 최저소비효율기준 등으로 가전제품의 효율은 세계 Top 수준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실제 에어컨의 효율은 ‘96년 대비 21%, 냉장고는 60% 상승하였으며, IEA에서도 국내 가전제품의 효율이 세계 최고수준임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도 있지요.
그러나, 정부는 전자제품의 효율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9월 발표를 통해 전자제품에 대한 효율 기준을 강화키로 했습니다. 현재 가전제품의 1등급 비중이 약 30~50%에 달해 고효율 제품으로서의 변별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내년부터 1등급 조건을 상향하여 10%내외로 축소하기로 했으며, 가정 전력소비의 17%를 차지하고 있는 TV는 내년 7월부터 세계최초로 효율등급제 대상에 편입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지난 겨울철 전력난의 주원인인 시스템에어컨(전기 냉/난방기)은 에너지소비효율 등급대상으로 전환되며, 전기온풍기, 전기스토브 등 전열기기도 효율관리대상에 포함될 예정이라고 하네요. 이를 통해, 세계시장에서의 우리제품의 효율 경쟁력은 한 걸음 더 전진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마지막으로 수송부문에 대해 살펴봅시다. 지난 해 기준 국내 등록차량은 1,794만대로 집계되었으며, 수송부문의 에너지소비는 전체 에너지소비량의 18.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승용차 역시 대형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커지면서 거리를 다니는 승용차의 70%이상이 1,500cc 이상입니다. 경차의 보급률은 8%에 불과해 30%에 달하는 일본에 비해 턱 없이 보급이 저조한 실정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 1988년부터 자동차 연비표시제도를 도입․운영해 왔으며, 그 결과 ’03년 연비기준이 개정 된 이후, 약 31%의 효율개선(’03년 9.96km/ℓ→ ’10년 13.07km/ℓ)을 달성했다는 점입니다. 이에 더해, 자동차의 연비를 지속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도록 내년부터 평균에너지소비효율*을 17.0km/ℓ로 상향키로 했다고 합니다. 현재 1,600cc 이하 승용차에 적용하는 12.4km/ℓ, 1,600cc 초과 승용차에 적용하는 9.6km/ℓ보다 획기적으로 높아진 수치이죠.
평균에너지소비효율제도
자동차 제작사․수입사가 생상․판매되는 자동차의 연비를 지속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도록
승용차에 대한 기준평균연비를 준수토록 시행하는 제도로 내년부터는 배기량에 구분없이
연비 17km/ℓ이상 또는 온실가스 배출 140g/km 조건 중 1가지를 선택토록 정함
수송부문의 에너지효율화는 단순히 연비향상의 문제만은 아닐 것입니다. 반도체․선박 외에 가장 많은 수출액을 올리고 있는 자동차 강국,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과제는 바로 ‘그린카’입니다. 유가가 일 년 내내 100불을 넘어선 소위 신고유가 시대에서,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전기차의 등장을 위해 연구개발과 정책적인 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지난 ’07년부터 ’10년까지 4년 동안 1,900여개 업체가 에너지진단기관을 통해 에너지진단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 결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잠재량은 전체 사용량의 6%를 넘었고, 에너지절감잠재량을 금액으로 환산했을 때 무려 1조 1,300억원이나 됐습니다. 에너지절약의 잠재량과 가능성은 아직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정부의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와 같은 정책에 맞춰가는 것이 기업의 목표라면 위기는 그저 위기일 것입니다. 고유가의 파고와 기후변화로 인한 선진국의 무역장벽을 넘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 전사적으로 에너지 효율화에 노력하는 바로 그 때 위기는 기회라는 이름으로 미소지으며 우리에게 다가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