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에네르기=경쟁력. 제5의 에너지원 에너지효율화 이야기
중•고등학교 시절 배웠던 에너지의 사전적인 의미는 ‘물리적인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지금 에너지란 단어는 이제 외래어라기 보다는 온전한 우리말로 자주 사용되고 있으며,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매체들’을 에너지라 부르고 있습니다.
일을 할 수 있는 에너지, 아자자
과거 청소년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래곤볼’이란 만화를 보면 ‘에네르기’란 용어가 등장하여 전투력의 크기를 비교하곤 하는데, 에너지 매장량이나 외교를 통한 에너지 확보량이 그 나라 경쟁력의 크기를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현실과 매우 유사합니다.
더 좋은 에너지를 만드는 에너지회사
아이러니하게도 정유회사에서는 에너지를 만드는데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우리 주변의 주유소에서 휘발유나 경유를 쉽고 안전하게 얻을 수 있지만, 이 제품들도 처음에는 지하 유정에서 캐낸 시커먼 원유에서 출발합니다. 정유회사는 이 원유에 에너지를 투입하여 LPG/나프타/등유/경유 및 벙커유 등으로 분류한 후 친환경처리를 하여 고객에게 공급하게 됩니다. 즉, 땅속에서 얻은 원유를 보다 안전하고 환경친화적인 제품으로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 정유회사의 가장 큰 미션입니다.
어떻게 하면 친환경적이며 보다 더 경쟁력있는 제품을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요? 이를 위해 정유사는 정제 비용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에너지를 효율화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에너지 효율화가 달성되면 외부 환경과 상관없이 고객에게 저렴한 고품질의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됩니다.
동종업계 최초 에너지전담조직 구성
미국의 시사 주간지 ‘타임’은 2008년 12월 31일자 특집 기사에서 전통적인 에너지원인 불(제1에너지), 석유(제2에너지), 원자력(제3에너지), 신 재생에너지(제4에너지)에 이어 ‘에너지효율화’를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TV 등 언론 매체를 통해 중동 정유 공장의 굴뚝에서 검은 연기로 둘러싸인 화염이 하늘로 치솟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공장 운영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에 비싼 제품을 대기 중으로 방출하는 것입니다.
저도 중동의 오만 국영 정유사의 정유 공장에서 운영 기술 지원을 위해 근무한 적이 있었는데 에너지효율화는 둘째 치고 공정의 여러 문제 해결에 온 신경을 썼던 기억이 납니다. 혹시 GS칼텍스 여수공장을 방문하시면 굴뚝을 눈 여겨 보세요. 거의 아무 것도 볼 수 없을 겁니다. GS칼텍스는 2003년에 에너지효율 전담조직을 만들어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에너지개선 활동에 돌입하였습니다.
현장에서 20년 이상 실무경험을 쌓은 현장 전문가와 정유/석유화학 등의 다양한 분야의 기술전문가가 힘을 합쳐, 머리에만 머무는 개선활동이 아닌 현장 친화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에너지개선활동을 주도하여 왔습니다. 공장 운영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고, 이미 10년 가까운 다양한 에너지 절감 활동을 통해 에너지 효율화가 잘 이루어진 GS칼텍스 여수 공장의 에너지를 어떻게 하면 더 줄일 수 있을까요? 저희가 생각해낸 방법은 ‘Back to the Basic’ 입니다.
에너지 개선, 능동적인 활동
에너지를 줄이는 방법에는 투자를 통한 개선과 기존 시설의 효율적 운영의 두 가지 축이 있습니다. 투자 개선 방법으로는 보다 효율적인 최신 시설로의 개조, 신기술 적용, 공정간 통합 등이 있으며, 목적에 부합하는 시설이 적기에 투자된다면 에너지 사용량을 지속적으로 줄여나갈 수 있습니다. 2011년 초 여수 공장의 제3원유정제공정(No.3 CDU)의 정기 정비 일정이 9월로 확정되었습니다.
주어진 미션은 ‘원유정제공정에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히터의 에너지효율을 개선하라’ 였습니다. 히터의 에너지효율 개선을 위해 열 교환 성능이 아주 높은 튜브로 교체하여 설치하기로 하고 히터 업체에 문의를 했지요. 그랬더니 이 고효율 튜브는 유럽에서만 제작이 가능하며 1년 이상 소요된다는 회신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다른 여러 업체들과 협의하여 유럽의 여러 업체에 나누어 발주하여 기간 내에 성공적으로 적용한 사례가 있습니다.
시설 투자 개선 외에 운전변수 조절 등을 통해 에너지를 줄여나가는 일상 관리 활동은 에너지 절감의 또 다른 중요한 축입니다. 그러나 이 활동은 공정을 직접 운전하는 생산 및 기술 부서와의 합의에 이르는 과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거대한 장치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장치 보호가 우선되지 않는 변화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각 부서 임원, 팀장들로 구성된 협의체에서 치열한 논의와 협의를 통해 합의에 이른 항목들을 선별하여 진행하기 때문에 에너지 절감 활동은 무엇보다도 소통이 많이 필요하다 하겠습니다.
측정 없이 개선은 없다
개선이 이루어진 공정에 대해서도 운전 변수들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수치를 정량화하여 생산부서에 피드백하는 손실 최소화 시스템도 중요한 에너지 절약의 도구입니다. 여수공장의 경우 현재 타사에서 도입을 검토 중인 에너지포탈 사이트를 몇 년째 운영하고 주간보고서를 지속적으로 발행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에너지 사용 부서의 에너지 사용을 감시하는 수동적인 활동에 그쳤죠. 올해부터는 에너지 사용 일일 보고서를 발송하여 에너지 사용 부서에서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스스로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능동적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최고의 에너지경쟁력 확보는 우리의 사명
현재 GS칼텍스 여수공장의 에너지효율지수 및 탄소배출지수는 국내 동종사 중 1위이며 세계적으로도 상위권에 자리하여 2011년에는 에너지절약 유공자 대통령 단체 표창도 수여 받은 바 있고, 쉐브론 등 해외 메이저 정유사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에너지효율화 팀원들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에너지를 한층 더 절약하는 노력을 오늘도 지속합니다. 고객에게 더 경쟁력 있는 제품을 공급함으로써 회사뿐만 아니라 국가와 사회에 기여한다는 긍지와 자부심이 바로 저희의 에너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