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국제유가 올해보다 오를 것, 인상 폭이 관건

2018년 국제유가 전망은 일관되게 ‘올해보다는 오를 가능성이 높다’에 맞춰지고 있다. 새해가 다가오면서 글로벌 경제 전문 기관들이 당초 전망보다 유가를 상향 조정하는 것도 공통된 현상이다. 국제유가를 예측하기 위한 전제 조건들이 너무도 다양하고 변동 폭이 종종 상식을 뛰어넘는다는 것이 여러 경로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가장 최근의 유가 급변동 출발점이었던 2012년 3월, 배럴당 122달러까지 치솟았던 두바이유 가격은 2016년 1월, 26달러까지 주저앉으며 4년 사이에 21%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2012년 3월 당시의 유가 배경을 설명하는 헤드라인은 대략 이렇다.

  • 이란 핵 개발 추진과 관련한 원유 금수 등 서방 경제 제재
  • OECD 주요국들의 낮은 석유 재고
  • 예멘, 시리아 지정학적 불안 지속
  • 미국과 EU의 초저금리 기조에 따른 글로벌 자금 원유 시장 유입

유가가 급락했던 2015년과 2016년을 관통했던 주요 이슈들은 아래와 같다.

  • OPEC 중심의 높은 원유 공급량 유지
  • 미국 중심 셰일오일 개발 확대
  • 중국 증시 급락 등 세계 경기 침체 우려

그런데 2018년 국제유가를 전망하는 키워드는 또 다르게, 다음처럼 요약되면서 2017년보다 오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 OPEC 중심 주요 산유국의 감산 기한 연장
  • 미국 셰일오일 생산 증가 한계
  • 세계 경기 낙관론 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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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영역 기준으로 바라보는 유가 전망은

OPEC을 포함한 주요 산유국들이 생산량을 줄이면서 유가 부양에 나선 결과 올해 11월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60.82달러까지 오르기는 했지만 2012년 상황과 비교하면 여전히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코모디티(commodity)’라고 부르는 그 어떤 상품이나 원자재도 기본적인 원가와 생산 고정비 등이 있으니 이 정도의 급등락이 정상적인 것은 아니지만, 원유에서는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원유 가격은 비상식적인 널뛰기를 하고 있고 그 변동을 세상은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니 유가를 예측하는 것을 가히 ‘신의 영역’으로 부를 만도 하다.

그런데도 매 새해를 앞두고 유가를 예측하는 다양한 전망이 쏟아져 나온다. 여전히 원유는 세상을 움직이는 중심 에너지이고 원유 수급은 세계 경기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다만 유가 예측에 투입되는 자료들은 ‘인간의 영역’에서 바라보고 상상할 수 있는 환경적 요인들이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내년 유가를 결정짓는 주요 환경적 요인들은 어떤 것들일까?

 

수요와 공급 균형 어떻게 맞춰지는지가 중요

언제나 그랬듯 내년 유가를 결정짓는 가장 근본적인 공식은 수요와 공급 균형이 어떻게 유지되는가에 맞춰질 것이다. 그 사이의 균형은 여러 이유로 유지되거나 깨질 수 있다.

이를테면 주요 산유국들이 일종의 담합을 통해 감산을 연장한 것은 공급량을 조절해 유가를 띄우려는 시도다. 미국을 중심으로 비전통 자원인 셰일원유 개발이 얼마나 활기를 띨 것인가는 산유국 카르텔 효과를 낮춰 기름값을 끌어내리는 배경이 될 수 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가 진행할 글로벌 기업공개(IPO)의 흥행을 위해서라면 유가는 상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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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 3개국이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낮추고 아시아나 북미, 아프리카로 눈길을 돌리려는 시도는 원유 시장의 중동 지배력을 낮춰 유가를 끌어 내리는 작용을 할 수 있다. OPEC 회원국으로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 중 하나인 베네수엘라의 경제적 위기로 원유 생산량이 줄어든다면 원유 수급 균형이 깨지는 중요한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이외에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를 공식 인정하면서 주요 산유국이 밀집된 이슬람권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나 사우디판 왕자의 난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는 유가 변동성을 높이는 돌출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OPEC 감산 연장 불구, 상반기에는 공급 과잉 지속 전망

OPEC은 지난 11월 3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총회를 열고 감산 기간 재연장 합의를 이끌어 냈다. OPEC과 더불어 감산에 동참하는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들은 내년 12월까지 생산량 감축 연장에 합의했다. 주요 원유 수출국들이 생산량 감축 기한 연장에 합의했으니 수요와 공급 원칙에 따르면 가격은 상당 폭 상승할 수밖에 없어 보이는데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생각은 다르다.

IEA는 내년에도 여전히 공급 과잉이 지속되면서 유가를 크게 끌어 올리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EA 석유 부문 분석가인 Neil Atkinson은 미국과 캐나다, 브라질 등 비OPEC 국가들이 내년 원유 생산을 늘려 공급이 석유 수요를 초과할 것이라는 분석을 최근 내놓았다. OPEC 등 주요 산유국들이 생산량을 줄이는 것보다 북미 셰일오일 등에 근거해 늘어나는 공급량이 더 많은 것이라는 것인데 그렇다면 유가 상승 폭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IEA는 이 같은 원유 공급과잉이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되고 하반기가 지나야 비로소 석유 수급이 빠듯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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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셰일오일 생산성 과대평가 분석도 중요 이슈

OPEC의 원유 시장 지배력을 제한하고 있는 미국발 셰일오일 잠재력이 바닥을 보인다는 전망도 눈여겨볼 이슈 중 하나다. MIT가 최근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자국 셰일 붐을 과대평가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경제성이 떨어져 개발이 포기됐던 비전통 자원인 셰일에너지가 시추 기술 진보로 빛을 보고는 있지만, 성과 향상을 너무 과대하게 계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EIA는 가장 생산성이 좋은 ‘스위트 스팟(Sweet spot, 이상적 지점)’ 지역의 셰일 유정 생산성을 기초로 시추 기술 발전 속도를 적용했는데 이를 두고 MIT는 ‘이자가 복리로 계산되듯이 성과 향상을 가정했다’는 표현까지 동원하고 있다. 또한, 최근 셰일오일 거점은 점차 생산성이 떨어지는 지역으로 이동 중이며 셰일오일 스위트스팟 유전인 페르미안(Permian) 분지마저 생산 정점보다 10∼20%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3개 대규모 독립계 석유회사인 Pioneer Natural Resources, Parsley Energy, Newfield Exploration 경영진들이 산유국들의 감산 기간 연장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더라도 시추 활동을 증가시키지 않겠다고 언급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셰일오일 붐을 타고 자금 조달이 줄을 이으면서 개발 확대에 치중했던 최근까지의 흐름과는 달리 이들 석유회사 투자자들은 생산량 증가 같은 외형 확대보다 수익성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도록 주문하고 있다는 것이다. OPEC 감산 연장으로 유가가 오르더라도 셰일오일 개발을 급격히 확대하지 않게 되면 또다시 원유 시장 지배력의 무게 중심이 중동으로 쏠려 유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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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보다 상승할 것’ 분석이 지배적, 변수는 여전히 존재

앞에서 언급했듯 주요 글로벌 경제 기관들은 내년 유가가 올해보다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다만 그 폭이 관건인데 연말이 가까워 지면서 애초 전망보다 높게 수정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는 11월에 발표한 내년 유가 전망에서 브렌트는 배럴당 55.61달러, WTI는 51.04달러로 전망했는데 12월 전망에서는 57.26달러와 52.77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업체인 IHS Energy 역시 11월 발표 자료에서는 두바이유 가격을 배럴당 52.81달러로 전망했는데 12월에는 1.41달러 올려 54.22달러로 분석했다. 영국 경제 조사 기관인 EIU 역시 12월 발표 자료에서 브렌트는 배럴당 59달러, WTI는 55.49달러로 전망하며 11월 전망보다 5달러 정도 상향 조정했다.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도 같은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데 내년 평균 유가를 11월 발표 때 보다 올려 브렌트유와 WTI 전망을 62달러와 57.5달러로 수정했다. 올해보다 내년 유가가 하락할 것으로 점쳤던 BNP파리바도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 지난 10월 발표에서 내년 브렌트유 가격을 1배럴에 48달러로 예측했던 BNP파리바는 12월 발표에서는 무려 7달러 오른 55달러를 평균 가격으로 제시했다.

주요 기관들이 내년 국제유가 전망을 잇달아 상향 전망하는 배경은 지난 11월 3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OPEC 총회에서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들까지 감산 기한 연장에 합의한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내년 세계 경기 회복세 전망,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 차질 우려,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등도 유가 상향 전망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물론 산유국들의 감산 이행률이 떨어지거나 미국 셰일오일 생산이 급증하는 등의 변수가 발생한다면 유가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지만, 확률적으로 높지는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제 시계추는 흘러 2018년을 향하고 있고 분명한 것은 인간의 영역에서 바로 본 내년 국제유가는 올해보다 상승할 것이라는 점이다. 인간이 근접할 수 없는 신의 영역에서는 유가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하고 있는지가 그래서 더욱 궁금해진다.


industrial writer GS칼텍스 에너지, 에너지칼럼
지앤이타임즈 김신 발행인

전북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전공과는 상관없는 에너지 분야 전문 언론에서 20년 넘는 세월을 몸담고 있는 에너지 분야 전문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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