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포드대 심리학자, ‘사회적 거리두기’ 대신 ‘거리 둔 소통 활동’ 촉구

다른 사람들과 자발적으로 신체적 접촉을 제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늦출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다. 그러나 스탠포드 대학의 심리학자 ‘자밀 자키’ 교수는 인간에게는 함께하고 소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이를 할 수 없게 될 경우 코로나19의 유행이 종결되었을 때 심리적, 신체적 건강에 장기적인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스탠포드 인문과학대학교 부교수이자 스탠포드 사회신경과학연구소 소장인 자키는 아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서로 연락하며 지낼 수 있는 전략을 설명하며, 떨어져 있어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닌 ‘신체적 거리두기’로 용어를 재정립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키 교수는 공감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보다 효율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연구 중이며, 최근 <친절을 위한 투쟁: 조각난 세상에서 공감대 형성하기>라는 책을 저술했다.


“We are in this together”

자밀 자키 교수는 코로나 19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우리 국민들과 GS칼텍스 임직원들에게 ‘We are in this together’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우리는 서로 떨어져 있어도 어려운 시기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서로 공감하고 위로하는 우리의 모습이, 바로 GS칼텍스가 나누고 싶은 l am your Energy 아닐까요?

다음은 스탠포드 뉴스 ‘멜리사 드 위트’ 부국장과 ‘자밀 자키’ 교수와의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인터뷰 내용입니다. (원문 보기 링크)


자밀 자키 교수
자밀 자키(Jamil Zaki) | Associate Professor of Psychology
(스탠포드 인문과학대학교 부교수 겸 스탠포드 사회신경과학연구소 소장)

자밀 자키 교수는 현재 스탠포드 인문과학대학교 부교수이자 스탠포드 사회신경과학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주로 공감의 여러 차원을 다루는 연구를 통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공생하는 부분에 대한 연구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저서] The War for Kindness: Building Empathy in a Fractured World.


Q. 사회적 거리두기와 외출자제가 사람들에게 어떤 정신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사회적 거리두기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늦추는 데 매우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거나 상호작용을 하고 싶어하는 인간의 기본 욕구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특히, 어려운 시기에 사람들은 고통을 나누고 서로에게 위안 받기를 원한다. 실험 결과, 사랑하는 사람의 격려는 일반적인 스트레스뿐 아니라 물리적인 전기 쇼크에 대한 뇌의 반응까지도 완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외로움은 정신 건강에 독약과도 같은데, 불면증, 우울증 유발은 물론 면역력 및 심혈관계 질환을 야기한다. 만성적 외로움은 매일 담배 15개비를 피웠을 때의 사망률과 비슷할 정도로 위험하다.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는 지금은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옳지만, 이를 통해 만성적 외로움이 확산된다면 코로나19의 유행이 종결되었을 때 심리적, 신체적 건강에 장기적인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Q. 외로움을 예방하는 것이 가능할까?

코로나19에 응하는 우리의 행동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적절치 못한 용어라고 볼 수 있다.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더라도 사회적으로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신체적 거리두기’를 한다고 인식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나는 사람들에게 ‘거리 둔 소통 활동’을 할 것을 권장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사회 구조를 갈라놓는다고 탓하던 바로 그 기술이 이제 우리를 연결해 줄 최고의 도구가 될 것이다.

Q. 외로움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 가족과 친구와 함께하는 방법은 없을까?

페이스타임(Facetime), 줌(Zoom)과 같은 커뮤니케이션 툴을 친숙하게 활용해보자. 통상적으로는 미팅이나 교육에 사용되고 있지만, 일반적인 소통에 활용해도 무리가 없다. 즉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적이다. 누군가를 만날 때, 매 순간이 즐겁고 생산적일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서로 잡담과 농담을 나누거나 특별한 목적 없이 밍기적거리기도 한다. 오히려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이야말로 서로 공감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온라인에서도 이 느낌을 재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 연구실에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휴식 시간을 즐기는 ‘커피룸’이 있는데, 우리는 줌 채널에도 함께 모여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커피룸’을 만들었다. 마찬가지로 페이스타임으로도 누군가와 함께 같은 음식을 만들거나, 가상으로 건배를 하거나, 아이들이 친구와 같은 놀이를 하거나 같은 그림을 그리며 놀 수 있도록 온라인 놀이 시간을 갖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Q. 기술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은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안타깝게도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노인층은 심각한 고립과 외로움에 처할 위험이 가장 높으며, 동시에 최신 기술에도 가장 익숙하지 않은 계층이다. 따라서 이들이 새로운 기술을 접할 수 있도록 돕고, 소프트웨어 등을 설치하는 방법에 대해 인내심을 갖고 설명해야 할 것이다.

최신 커뮤니케이션 툴을 활용하지 않더라도, 소통의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얼마 전 이탈리아인들이 발코니에서 함께 노래하는 동영상을 보고 크게 감동했는데, 단결과 협동을 보여주는 이 단순한 행동을 통해 서로 떨어져 있더라도 함께 어려운 시기를 견뎌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Q.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논의에서 빠져있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느끼는 것은?

언론에는 재난의 피해자가 이기적이거나 폭력적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묘사된다. 마치 불이 꺼지거나 법이 사라지면 사람들이 반사회적인 모습을 표출하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코로나19 초기에는 사람들이 휴지를 사재기하는 등의 모습이 일부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더 많은 사람들은 이와 정 반대로 행동한다. 재난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서로를 돕기 위해 집에서 쏟아져 나와 헌혈을 하기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고, 모르는 사람을 보호하고 도움을 주려 한다. 인권운동가인 레베카 솔닛이 말한 ‘동정심의 카니발’처럼, 인종과 계층을 떠나 행동하는 것이다. 지난 몇 주 간 가까운 주위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었던 모습이다. 희망이 필요하다면, 해시태그 #COVIDkindness 를 검색해 보라. 물론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지 않다면 도움을 주기도 쉽지 않고, 코로나19가 이조차도 어렵게 만든 건 사실이다.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겠다는 결정 또한 친절함에서 비롯된 행동이라는 것이다. 젊고 건강한 사람들은 코로나19에 걸려도 상대적으로 덜 위험하기 때문에, 스스로 격리하겠다는 결심은 지역공동체 내 바이러스에 취약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한 방법이기도 하다. 격리라는 결정조차도, 혼자이면서 함께하는 모두를 생각한 결정인 것이다.

Q. 교수님 가족도 외출 자제를 하고 있을 텐데, 도움이 되는 방법이 있었나?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업무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것이었다. 일은 내가 원하는 속도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고, 내 야심이나 욕심도 쉬어갈 필요가 있다. 잠깐 동안의 내려두기를 실천하면서,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즐거워졌다. 물론 미취학 자녀가 두 명이나 되기 때문에 함께 있는 것이 힘들 때도 있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