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을 영어 선생님, 파란 눈의 키다리아저씨를 만나다

섬마을 영어 선생님, 파란 눈의 키다리 아저씨를 만나다

나눔의 참맛을 즐기는 딸기 아빠 사회공헌팀 박필규 차장입니다. 회사에 들어와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어느 날 갑자기 사회공헌팀으로 발령을 받아 쭈욱 기업사회공헌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요, 회사에서 돈을 받아가며 좋은 일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좋은Job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덕분에 업무 중 가슴 따뜻하고 특별한 분들을 많이 만납니다. 앞으로 종종 그런 분들의 이야기를 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전남 여수의 어느 섬마을에 가면 만날 수 있는 키다리아저씨 ‘존’ 이야기를 드리겠습니다.

GS칼텍스의 ‘도서학교 원어민 영어교실’의 외국인 선생님

GS칼텍스의 ‘도서학교 원어민 영어교실’의 외국인 선생님

GS칼텍스는 2007년 3월부터 여수시 교육지원청과 함께 전라남도 여수의 섬지역 초/중/고등학교 학생 모두를 대상으로 영어 원어민 영어교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섬 지역은 학생수도 얼마 안 되고,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이 많다 보니, 경제논리로 따져서는 요새 유행하는 원어민 영어교육을 제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교육 불평등 문제해소에 조금이나마 이바지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칼텍스의 ‘도서학교 원어민 영어교실’ 프로그램은 두 명의 외국인 선생님들이 학기 중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주 섬들을 순회하면서 가르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일이 남도의 외딴 여러 섬을 옮겨 다녀야 하는 고된 일입니다. 더군다나 외국인들이! 사명감이 투철하지 않으면 쉽게 배겨낼 수 없기에, 좋은 원어민 강사를 구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여건 속에서 혜성같이 등장한 파란 눈의 외국인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존 맥클린톡(John McClintock)입니다. 더군다나 존은 본인이 원해서 여수항에서 배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섬 금오도에서 살겠다고 했으니, 여수시 교육지원청과 GS칼텍스로서는 고마울 따름이었습니다. 존은 GS칼텍스가 얻어 준 바다가 보이는 아담한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금오도와 선생님의 집

여수 금오도 훈남, Mr. 존

글 도입부에 존이 키다리 아저씨라고 했는데요. 키가197cm입니다. 정말 크죠? 키가 작은 제가 옆에 서면 완전히 고목에 매미가 되고 맙니다. 파란 눈의 키다리 아저씨 존은 외딴 섬 금오도에 살면서 주중에 화태도/안도/연도 등 인근 섬들을 찾아 각 학교별로 매주 2회씩 영어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08년에 시작했으니, 벌써 4년째입니다. 정말 책임감과 사명감이 대단하시죠?

외딴 섬에서 4년째라… 외로울 법도 한데, 존은 아이들을 항상 만날 수 있어 행복하다고 합니다. 섬에서 만나는 모든 학생이 특별한 존재로 느껴지는데, 그 아이들의 영어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볼 때 가장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섬과 섬에 사는 아이들을 사랑하고,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는 기쁨이 무엇인지를 알기에 존은 행복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존은 요리를 무척 잘합니다. 존이 만들어주는 연어구이는 맛이 정말 기가 막힙니다. 다행히 존은 한식도 가리지 않고 잘 먹습니다. 섬이다 보니 회는 기본이고, 김치도 잘 먹더군요. 특히 아이들의 생일날이면 본인이 직접 작은 케이크를 만들어 선물한다고 하네요. 그러니 섬 아이들이 존을 좋아하고 따르는 것은 당연지사겠죠? 키다리 아저씨 ‘존’은 참 대단한 분인 것 같습니다.

금오도가 제2의 고향이라며, 어느새 삶 일부가 되었다고 말하는 존을 보면서, 세상에 이렇게 특별한 사람들이 많다면, 우리 사회가 더 행복하고 아름다워지겠다는 생각이 절로 납니다. “존 아저씨! 저 졸업할 때까지 섬을 떠나시면 안 돼요!” 하던 초등학생 아이의 음성이 잊히지 않습니다.

원어민 영어교사 존 2

자라를 닮았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여수 ‘금오도’는 에메랄드 빛 남해를 끼고 도는 아름다운 비렁길(비렁: ‘벼랑’의 사투리)이 유명해지면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하는데요. 오늘도 키다리 아저씨 ‘존’은 금오도의 바닷가에서 망망대해의 지평선에 드리워지는 붉은 노을을 보면서 아이들과 함께했던 오늘의 수업시간을 떠올리며 하루를 정리하고 있을 것입니다.

참! 원어민 영어선생님은 존뿐만 아니라, 뉴질랜드에서 온 ‘리차드’도 있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훈남 ‘라차드’ 얘기도 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