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적인 소통을 만드는 테크닉
미국경영학회(American Management Association)는 21세기 모든 직장인에게 요구되는 스킬로 ‘네 가지 C’를 강조한 바 있습니다. 바로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협력(collaboration)’, ‘창의력(creativity)’, 그리고 ‘의사소통(communication)’입니다. 사내 소통은 최근 조직 문화의 핵심 요소로서 전략이나 조직보다도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일터의 모든 일이 소통을 떠나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한 주제라 오늘은 ‘리더의 경청’, ‘소통의 비용’, ‘조직 간 장벽’ 이 세 가지를 중심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직장인의 79.1% 소통 장애에 시달려
기업 현장에서 소통에 가장 큰 장애 요인은 무엇일까요?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2017년 우리나라 직장인 2,86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79.1%의 응답자가 직장에서 ‘소통 장애’를 겪는다고 답했습니다. 장애 요인으로 가장 많이 꼽힌 것은 ‘직속 상사’(41.5%)였는데, 이유는 ‘상대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말만 해서’(55.0%), ‘알아들은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아서’(39.7%)가 각각 1, 2위로 나타났습니다. 리더의 경청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의미입니다.
말처럼 쉽지 않은 경청
경청이 중요하다는 것을 리더들이 모를 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리더십 전문 기관 블랜차드(Blanchard & Co)가 글로벌 기업 임원 1,400명을 대상으로 물었을 때, 81%의 응답자가 “중간 관리자 실패의 주된 요인은 경청 부족 때문”이라고 했다니, 뭔가 큰 어려움이 있어 보입니다. 심리학자들은 입으로 하는 말과 뇌의 정보 처리 속도 차이를 경청이 어려운 기본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눈으로 읽는 속도가 말하는 속도보다 평균 4-5배 정도 빨라서, 들을 때 지루하고 답답하게 느껴지고, 그 순간 스트레스 호르몬도 더 많이 분비가 된다는 것입니다.
습관을 바꾸는 경청의 테크닉
경청은 ‘훈련된 습관’이기 때문에 개인 차원의 노력이 필수입니다. 우선 심리적 부담과 머릿속 잡념을 털어 버리고 대화에 집중하도록 해야 합니다. 집중을 방해하는 소음이나 외부 자극이 없는 장소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일단 듣기 시작하면 ‘선입견 가지고 듣기’, ‘말 끊기’, ‘넘겨짚기’ 등 나쁜 습관에 주의하면서 열린 자세로 끝까지 듣도록 노력하고, 핸드폰이나 컴퓨터 화면을 확인하는 등의 행동은 말하는 사람을 ‘무시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으니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듣는 집중력이 떨어질 때는 적절한 확인 질문을 하거나, 자신이 이해한 내용이 맞는지를 상대에게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의견이 없어 말 못 하는 직원은 없다
직장에서 업무나 조직과 관련한 자기 의사를 밝히는 것은 직원의 권리이자 책임입니다.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책임감을 강조하는 ‘수평적인 조직’일수록 소통 참여가 많이 요구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직원들이 스스럼없이 자기 의견을 피력하는 분위기는 흔하지 않습니다. 최근 국내 모 에너지 기업 CEO와 면담 시 들은 얘기입니다. CEO께서 입사 2년 차 신입 직원들과 점심 식사 때 “1년 동안 일하며 느낀 점을 얘기해보라고 했더니 아무도 말을 안 하더라”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어진 일련의 직원 일대일 인터뷰에서 보인 모습은 판이했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의견과 불만이 있었지만, 자기가 입을 열었을 때 생길 수 있는 불이익 때문에 입을 닫아버린다는 얘기였습니다. 한편, 회사의 블라인드(Blind) 토론장은 회사의 사업 문제에서 관리자 뒷 이야기까지 불평불만의 격전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소통의 비용이 소통을 막는다
사내 소통을 개선하기 위한 브레인스토밍을 해보면 ‘티타임’, ‘호프데이’, ‘간담회’, ‘소통 워크숍’, ‘칭찬 릴레이’, ‘멘토링’ 등 소통의 ‘기회’를 확대하자는 제안이 다수를 차지합니다. 하지만, 막상 해보면 효과가 별로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과거에 시도하다가 흐지부지된 경우도 있습니다. 이유는 소통이 안 되는 원인을 잘못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소통 시간이 부족한 경우라면 기회를 넓히는 접근이 맞겠지만, 사실 소통이 막히는 주된 이유는 ‘소통의 비용’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소통의 비용이란 ‘어떤 말을 함으로써 개인적으로 겪게 되는 모든 부정적 결과’를 말합니다. 자기 생각을 말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 놓고 ‘의견을 얘기해 보라’고 하면 짜증만 납니다. 소통을 해도 ‘겉돌게’ 됩니다. 사석에서 한 얘기를 가지고 트집을 잡거나, 고심 끝에 아이디어를 냈을 때 ‘그럼, 자네가 한 번 해봐’ 라는 대답, 보안을 전제로 얘기한 것을 소문을 내서 곤란에 빠뜨리기가 모두 소통의 비용입니다.
심리적 안정감 주기
사람들이 모여 일을 하다 보면 갈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갈등은 너무 심해도, 너무 없어도 조직 성과에 좋지 않습니다. 진정한 소통은 불편한 진실도 토론하고 건설적으로 다투기도 해야 하는데, 그게 어렵기 때문입니다. 구글(Google) 내부 분석에 따르면 높은 성과를 내는 팀 구성원들일수록 ‘심리적 안정감(psychological safety)’을 느낀다고 합니다. 심리적 안정감은 소신대로 얘기해도 불이익이나 불편함이 없을 때 가능합니다. 건설적으로 할 말은 하면서도 뒤끝이 없고, 말꼬리를 잡아 불이익을 주지 않는 조직이 건설적으로 소통하고 성과도 내는 것입니다.
소통의 비용을 줄이는 솔선수범
조직 내에서 소통의 비용을 가장 많이 만드는 것도 관리자이기 때문에 리더들이 솔선수범해야 합니다. 20년 동안 심리적 안정감을 연구해 온 하버드 경영대학원 에이미 에드먼슨(Amy Edmondson) 교수는 리더들이 ‘상황에 따른 겸손함(situational humility)’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처음 겪는 상황에 닥쳤을 때 모든 답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판단이 실수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타인들의 말에 관심 갖고 집중하는 것을 말합니다.
소통에서 생산성이 나온다
최근 주목받는 *’애자일(agile)’, *’린 스타트업(lean startup)’,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 등 경영 방식은 모두 프로젝트 중심의 업무 관리 방식이라는데 공통점이 있습니다. 급변하는 외부 환경에 적응하며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 프로젝트 팀의 경우 고정 부서보다 소통이 더 중요합니다. 한 글로벌 연구개발 전문 기업은 사내 소통이 프로젝트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화 한 바 있습니다. 이 기업이 수행한 1,518개 프로젝트의 성과 및 소통 데이터를 검토한 결과, 전체 프로젝트 중 30%에서 소통의 폭과 빈도를 평균 대비 34% 정도 끌어올리면 2,200인시(man hour) 이상 업무 절감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 애자일 : 애자일 조직이란 ‘민첩한’, ‘기민한’ 조직이라는 뜻으로, 부서 간의 경계를 허물고 필요에 맞게 소규모 팀(cell)을 구성해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문화이다.
- 린 스타트업 : 아이디어를 빠르게 최소 요건 제품(시제품)으로 제조한 뒤 시장의 반응을 통해 다음 제품 개선에 반영하는 전략이다.
- 디자인 사고 : 디자인 사고는 디자이너들이 무엇인가를 디자인하며 문제를 풀어가던 사고방식대로 사고하는 방법이다. 디자이너들은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고, 현실적으로 이윤도 남기는 동시에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창의적이고 혁신적으로 생각해낸다. 이를 위해서는 사용자와 깊이 공감할 수 있는 감수성과 비즈니스적인 전략적 사고가 둘 다 필요하다.
부서 간 소통의 어려움
부서 내부의 소통보다 어려운 것이 부서 간 소통입니다. 전반적으로 소통이 잘 되는 기업에서도 대개 부서 간 소통이 부서 내부 소통보다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많은 기업의 사례를 살펴보면 영업과 재무, 구매와 품질, 연구와 운영 부서들은 서로 업무 상 긴밀하게 협조하고 소통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서로 앙숙인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기능(function) 중심의 전통적 위계(hierarchy) 조직일수록 심합니다. 기능의 전문화, 복잡화에 따라 상호 업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가운데 성과 경쟁을 부추기는 분위기나 인수합병 등 조직 변화가 가중될 경우 불필요한 부서 간 갈등, 정보 흐름 정체, 부분 최적의 의사결정, 업무 지연과 실기 등 문제가 생기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위계 조직이 부서 간 소통이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와 관련, 과거 애플(Apple)과 소니(Sony)의 비교 사례가 많이 언급됩니다. 애플이 아이팟(iPod) 혁명을 일으킨 2003년 소니도 ‘트랜스포메이션 60’이라는 전략을 세웁니다. 가전, 모바일, 엔터테인먼트 등 핵심 사업 군의 강점을 융복합 하여 21세기 초우량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이미 오디오, PC, 메모리, 배터리 등 뛰어난 자체 기술을 보유한데다 소니뮤직의 콘텐츠 공급력까지 갖춘 소니로서는 필승 전략이었습니다. 그러나 위계 조직의 *사일로(silo) 속에서 경쟁으로 다져진 사업부들은 서로 소통을 거부했고, 아이팟 대항마로 겨우 출시 한 제품은 참담한 패배를 겪습니다. 반면, 애플은 역시 위계 조직 형태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효율적이고 벽 없는 직접 소통 문화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자체 제조 라인을 운영하지 않는 애플은 제품을 모두 외주 생산했는데도 아이팟은 아이디어에서 시장 출시까지 10개월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부서뿐 아니라 협력 업체와의 소통까지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불가능했을 결과였습니다.
- 사일로: 회사 안에 성이나 담을 쌓고 외부와 소통하지 않는 부서를 가리키는 말이다. 과거 전자 산업계를 호령했던 소니가 침체의 늪에 빠져 좀처럼 재기하지 못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사일로 문화가 지적되고 있다.
소통을 촉진하는 제도
물론, 애플의 경험을 일반화하여 모두가 따르도록 하기는 어렵습니다. 과거 애플의 경영 방식과 성과는 스티브 잡스라는 독특한 리더를 배제하고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기업 안에서 부서 간 수평 소통을 촉진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여러 가지 방안이 있습니다.
첫째, ‘T자(字) 형 인재 육성’입니다. 한 업무 분야의 전문성(세로 축) 외에 다른 여러 분야에 대한 경험과 전사 관점(가로 축)을 갖춘 리더를 충분히 육성하면 이들이 나중에 소통 장벽을 줄이는 역할 수행한다는 것입니다.
둘째, ‘다기능 팀(multi-function team)’ 활용입니다. 여러 기능 부서에서 차출되어 자기 완결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도록 팀을 운영하면 소통의 사일로(silo) 문제가 자연스레 해결되고, 구성원들의 소통 역량과 마인드도 향상된다는 것입니다. 최근 주목을 받는 애자일(agile) 조직의 *트라이브(tribe)는 전형적인 다기능 팀입니다.
셋째, 공개적 소통 활성화입니다. 선진 기업들은 ‘타운홀(townhall)’, ‘올핸즈(all-hands)’ 미팅 등 전사 또는 총괄 단위 소통을 통해 모든 구성원들이 목적을 공유하고, 상호 이해를 높이는 계기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넷째, ‘비공식 조직’ 활용입니다. 조직도 상의 정규 조직과는 별도로 학습, 교류, 네트워킹 등 공통의 관심사를 공유하는 구성원들이 만나서 함께하는 기회를 갖도록 격려함으로써 공식적 소통도 좋아질 수 있습니다
- 트라이브: 스쿼드란 애자일 조직의 기본 단위로, 직원들은 각 업무영역인 개별 스쿼드에 소속되어 업무를 하는데, 이런 스쿼드들 가운데 업무 관련성이 높은 스쿼드들이 묶여 하나의 트라이브를 구성한다.
작고한 경영 구루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 교수는 생전에 “커뮤니케이션은 단지 조직 활동의 수단이 아니라, 조직의 존재 양식 그 자체”라고 설파한 바 있습니다. 4차 산업 시대에 적응하는 민첩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조직 내 소통 양식부터 수평적으로 바뀔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 조직에 수평적인 소통을 가로막는 어떤 장애 요인이 있는지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건설적인 소통 문화! 이렇게 요약할 수 있어요!
첫째, 리더의 솔선수범 경청 습관들이기!
기업 현장에서의 건설적인 소통에 있어, 리더의 경청은 절실히 요구됩니다. 경청은 ‘훈련된 습관’이기 때문에 개인 차원의 노력이 필수입니다. 우선 리더가 솔선수범하여 심리적 부담과 머릿속 잡념을 털어 버리고 대화에 집중하도록 하며, 열린 자세로 끝까지 듣도록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둘째, 구성원 간 소통의 비용 줄이기!
소통의 비용이란 ‘어떤 말을 함으로써 개인적으로 겪게 되는 모든 부정적 결과’를 뜻하며, 이는 조직원 간 소통을 어렵게 하는 주된 원인입니다. 건강한 소통을 하려면 소통 중 심리적 안정감을 갖는 것은 필수 요소인데요. 소신대로 얘기해도 불이익이나 불편함이 없는 조직은 건설적으로 소통하고 좋은 성과도 내게 됩니다.
셋째, 조직 간 장벽 없애기!
부서 내부의 소통보다 어려운 것이 부서 간 소통입니다. 특히 기능(function) 중심의 전통적 위계(hierarchy) 조직일수록 심합니다. 하지만, 모든 위계 조직이 부서 간 소통이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 위계 조직 형태를 띄고 있더라도 부서뿐 아니라 협력 업체와의 소통까지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면 효율적인 소통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