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미래에 되고 싶은 자기 모습을 이상에 담듯이, 기업은 이루고자 하는 바람직한 미래의 모습인 장래상을 기업의 비전에 담는다.
기업에 비전이 필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고, 제한된 자원과 역량을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미래의 바다를 항해할 때 기업이란 배가 뚜렷한 목적지, 즉 비전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표류하고 말 것이다. 비전은 장기적으로 나가고자 하는 방향을 제시해 주는 나침반이며, 조직구성원들의 에너지를 한 방향으로 강렬하게 집중시키는 집열판이며, 성장이란 항구를 향한 앞길을 밝히는 등대이다.
종합에너지 및 석유화학 기업의 Pacesetter로 성장
GS칼텍스의 첫 번째 비전은 1989년 12월 5일 확정됐다. 이날은 여수공장이 연간 원유 1억 배럴 정제기록을 수립한 날이기도 하다. 회사는 1986년 단독 경영 체제 출범 이후 창사 20주년을 맞은 1987년을 도약의 전환점으로 삼아 기존의 정유 중심 경영체제에서 탈피, 종합에너지 및 석유화학기업으로의 비상을 준비했다.
그러던 중 회사가 21세기를 향한 경영 구상의 일환으로 경영혁신활동인 V 프로젝트를 추진함에 따라 회사의 장래상(이하 비전)을 그려 이듬해 1990년 1월 2일 시무식에서 공표했다.
‘정유와 석유화학의 합리적 결합으로 업계 제일의 신뢰와 수익성을 확보해 종합에너지 및 석유화학 기업의 Pacesetter로 성장한다’는 당시 회사 비전은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돼 있었다.
첫째, ‘정유와 석유화학의 합리적 결합’이란 기존의 정유업을 주축으로 상·하류 부문의 균형 있는 진출을 모색하는 것을 뜻했다.
둘째, ‘업계 최고의 신뢰와 수익성 확보’란 에너지 산업이 국가 기간산업임을 고려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 고객의 최대 만족, 주주의 투자에 대한 확신, 사원의 일하는 보람을 동시에 충족시킴으로써 신뢰받는 기업의 전형으로 부상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신뢰를 쌓기 위한 근원은 수익성 극대화에 있음을 깊이 인식하고 이를 위해 매진하고자 했다.
셋째, ‘종합에너지 및 석유화학 기업’이란 정유와 석유화학을 양축으로 한 전후방 사업의 균형 있는 진출로 에너지에서 산업용 원료까지 다양한 사업영역을 담당함으로써 효율성과 비교우위의 장점을 극대화한 기업이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Pacesetter’란 규모와 내실의 균형을 추구해 시장지배력 및 변화의 선도능력을 갖춘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선진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아울러 회사는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와 ‘인간존중의 경영’을 경영이념으로 택했다.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는 고객을 회사 성장의 주요한 축으로 인정하고 고객과 함께 상생하고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고, ‘인간존중의 경영’은 구성원들에게 공평한 성장기회를 제공하고 능력에 맞는 보상을 하겠다는 뜻을 담은 것이었다. 회사는 이런 경영이념을 구체화하기 위해 내·외부 고객 500여 명의 진솔한 의견을 청취해 1990년 ‘CU행동규범’을 제정했다.
의견 수렴 결과 회사 임직원들이 극복해야 할 점으로는 주인의식 부족, 매너리즘, 이기주의, 권위적 태도 등이 거론됐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자부심 갖기, 진취적 사고, 역지사지, 적극적 경청 등이 제시됐다. 회사는 이를 행동 규범으로 구체화하기 위해 내·외부 고객의 의견을 전 임직원들과 공유하고, 전 임직원으로부터 1,000여 개의 행동규범 안을 접수해 검토했다.
그 결과 ‘회사의 장래는 나에게 달려 있다. 사명감을 가지고 즐겁게 일하자’, ‘스스로 찾아 한 일 보람도 크다. 먼저 생각하고 앞서 행동하자’, ‘일은 함께 하는 것, 의견도 나누고 정보도 교환하자’의 행동 규범 세 가지를 선정했다.
The Leader in Providing Total Energy Service
비전 제정 후 10년이 경과한 1999년, 허동수 부회장은 CEO직속으로 비전TFT를 설치해 비전 재정립 작업에 들어갔다. ‘정유·석유화학’이라는 회사의 사업영역 확장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비전 재정립 작업은 기존 비전의 재평가와 반성에서 출발했다. ‘정유와 석유화학의 합리적 결합으로 업계 제일의 신뢰와 수익성을 확보해 종합에너지 및 석유화학기업의 Pacesetter로 성장’ 하겠다는 비전은 그 동안 회사의 경영활동 및 의사결정의 기준으로서 신뢰와 수익성을 중시하는 가치를 분명하게 하고, ‘Pacesetter’라는 의미를 부각시켜 질과 양의 균형을 추구하면서 업계의 리더가 된다는 자부심을 구성원들에게 심어 주는 등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됐다.
또한 당시 국내 주주와 해외 주주 모두가 회사의 석유화학진출에 긍정적이지 못했으나 이를 극복하고 Business Domain을 정유에서 석유화학까지 확장함으로 안정적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된 것도 높게 평가됐다.
그러나 구성원과 지역사회 등 주요 이해관계자에 대한 가치를 명시적으로 표현하지 못했고, 임직원이 이해하기 어려웠다는 반성이 있었다. 또한 비전이 너무 길어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비전TFT는 기존 비전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새로운 비전에 대한 기대사항을 수렴했다.
기대사항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았다.
내용면에서는 Business Domain을 재정의해 사업의 방향성을 명확히 하고, 주요 이해당사자의 가치를 포함하자. 형식에서는 간결하면서도 CU의 장래 모습을 명확히 전달하자. 또 수립과정에서 가급적 많은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하고, 비전 실현을 위한 전략을 수립해 실행력을 강화하자 등이었다.
그런데 이런 요구사항을 간결한 하나의 문장에 담기는 어려워 회사는 비전을 비전선언문, 비전의 의미를 간단히 포함하는 캐치프레이즈, 그리고 핵심가치로 구성하기로 하고 핵심가치를 다시 이해관계자 가치와 조직가치로 분류했다.
회사의 새로운 비전을 수립함에 있어 비전TFT 외에 CU운영회의가 Vision Review Council로서 새로운 비전 제정 관련 주요 의사결정, 비전과 기존 혁신 프로그램간의 조정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주요 부문장 10명으로 구성된 Advisory Group과 주요 팀장 19명으로 구성된 Field Supporting Group은 비전 제정 프로세스에 대한 조언, 새 비전에 대한 구성원들의 기대사항을 정리해 전달하는 통로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새로운 비전을 제정하기 위해 허동수 부회장을 포함한 33명의 임원들과 직원 150명이 10차례에 걸쳐 Focus Group 인터뷰에 참여했다.
또한 임원 워크숍을 포함해 일곱 차례의 워크숍에 250명이 참여하고, 임직원 98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도 실시했다. 당시 논의하고 설문한 주요 내용은 ‘CU 성장 원동력, 공유가치, CU 발전을 위한 요소 및 저해요소’ 등이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21세기를 맞아 2000년 1월 3일 새로운 비전 ‘The Leader in Providing Total Energy Service’를 선포하고, 회사의 사업 영역으로 정유 사업을 중심으로 석유화학 사업, 전력 사업, 가스 사업, 대체에너지 사업, Convenience Retail 및 e-Business를 확정했다.
기존의 종합 에너지에 서비스를 추가한 것은 고객에게 에너지 솔루션(Solution)을 제공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향후 에너지 분야의 각종 규제가 철폐되면 한 가구(고객)가 사용하는 석유·전기·가스 등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제시한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이런 솔루션은 Single Utility 공급자는 제공할 수 없는 것이었다. 또 공급자의 입장에도 석유·전기·가스 등의 Multi Utility를 운영·제공함으로써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전과 함께 확정한 캐치프레이즈는 ‘energy Leader’였다. Energy의 ‘e’를 대문자로 하지 않고 소문자 ‘e’를 강조한 것은 21세기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e-Business 등 인터넷 전자 환경을 활용해 고객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업계의 리더가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Value No.1 Energy & Chemical Partner
2013년 1월 2일 제6대 CEO로 허진수 부회장이 취임한 이후 7월에 New Vision TFT가 출범했다. TFT는 조직 구성원들의 새 비전에 대한 요구와 희망을 수렴함과 동시에 새로운 비전에 담길 선호 가치 또는 전략적 목표에 대해 파악했다.
회사는 다양한 의견수렴 과정과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2014년 1월 2일 시무식에서 모든 구성원들이 뜨거운 열정으로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새로운 비전을 선포했다. 새 비전은 ‘Value No.1 Energy & Chemical Partner’였다.
새로 정립된 비전은 세 개의 어구로 구성됐다. ‘Value No.1’은 고객에게는 최상의 제품과 서비스를, 투자자에게는 최고 수준의 지속적인 수익성을, 사회와 국가에는 산업동력과 자원의 안정적 공급과 사회적 공헌을, 그리고 구성원에게는 행복하고 보람찬 삶과 성장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세계 최고 수준의 가치 창출자로 인정받는 기업이 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Energy & Chemical’은 서비스의 제공과 기존의 윤활유 및 석유화학에 국한하지 않고 사업 영역을 성장·발전시켜 나아간다는 의미를, ‘Partner’는 모든 이해관계자의 성장을 지원하고 보람을 함께하는 동반자적 존재가 된다는 뜻을 품고 있다.
회사의 새 비전에는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비전 선언문이 있다. 비전 선언문은 비전이 내포한 의미를 가능한 길지 않으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작성됐다. 이를 통해 회사의 의지와 전략 방향, 그리고 반드시 성취코자 열망하는 회사 미래 모습 등에 대해 모든 구성원들이 공감하고 각자의 마음속에 명확히 형상화할 수 있기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비전 선언문은 세 개의 문장을 부드럽게 연결해 구성됐는데, 각각 회사의 존재이유, 핵심역량, 그리고 열망하는 비전을 정의하고 있다.
우리의 비전에 내포된 분명한 의미
2019년 1월 2일, 제 7대 CEO 허세홍 사장이 취임했다. 그리고 지난 5월 19일 창립기념일을 맞아 허세홍대표는 회사의 성장과 함께 한 지역사회와 고객 그리고 파트너사와 임직원들의 헌신과 노고로 쌓아 올린 ‘위대한 유산’인 회사의 역사를 반추하며 회사의 비전에 내포된 Value No.1의 두 가지 의미를 분명하게 밝혔다. 첫째, Value No.1이란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의미이다.
기업 가치창출의 기본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성과창출에 있으며, 그 기본이 바탕 될 때 구성원과 주주 그리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므로 임직원 각자가 업계 최고가 되겠다는 확고한 신념으로 초일류 경쟁력을 갖추고 탁월한 경영성과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둘째, Value No.1은 존경 받을 수 있는 실행으로 완성된다는 의미이다.
사회적 존재로서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에 사회적 기본과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회사는 어렵게 쌓아온 사회적 관계와 신뢰를 잃게 되고 결국 성과창출에도 문제를 일으키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성원들의 모든 경영활동은 그 과정부터 결과까지 존경 받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하며, 이것이 충족될 수 있어야 Value No.1의 진정한 가치가 완성된다고 했다. 회사의 미래는 우리들 마음속에 있고, 그 미래를 향한 비전달성도 우리의 의지에 달려 있다.
선배들이 반세기 역사를 거치며 수많은 땀과 노력으로 이뤄낸 ‘위대한 유산’을 물려 받았다면, 이제 우리는 후배들에게 초일류 경쟁력을 갖추고 사회 속에서 ‘가장 존경 받는 기업’인 GS칼텍스를 물려줄 책임이 있다. 우리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무엇을 하든 이 의미를 기억하고 실행하여 반드시 그 꿈을 이뤄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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