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게 역사를 묻다 – 제11편] GS칼텍스 예울마루 변천사
예술의 향기, 여수에 흘러 넘치다
‘아름다운 물의 도시’ 여수(麗水)의 명칭은 고려 태조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한 뒤 전국을 순행하면서 여수에서 “이 지역의 인심이 좋고 여인들이 아름다운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하고 묻자, 신하들이 “물이 좋아서 그러하다”고 답한 것에서 유래한 것이다. 고려시대 문인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 친구가 이규보에게 여수 구경 가자는 제안에 눈병 등으로 함께 가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는 대목을 보면, 여수는 고려시대 문인들도 꼭 가보고 싶어하는 곳이었다. 물(水)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순리대로 흐른다. 그래서 노자(老子)는 ‘최상의 선(善)이란 물과 같다’고 했다. GS칼텍스는 아름다운 물의 마을, 여수에 문화와 예술의 마당을 마련했다. ‘문화예술의 너울이 가득 넘치고 전통가옥의 마루처럼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라는 뜻을 가진 예울마루가 그것이다. 아름다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GS칼텍스의 철학이 숨 쉬는 곳, 여수문화예술공원 예울마루로 들어가 보자.
GS칼텍스, 지역사회와 함께하다
GS칼텍스가 국내 최초의 민간 정유회사로 출범해 반세기 동안 종합 에너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보다도 GS칼텍스를 믿고 사랑해 준 지역사회와 고객의 성원이었다. GS칼텍스는 1967년 여수에서 첫 발을 내디딘 이래 여수지역 최대 기업으로서 50년의 세월 동안 숱한 어려움과 기쁨을 여수시민과 함께하면서 성장해 왔다.
GS칼텍스는 매년 각종 자재의 지역구매, 고용창출, 문화·스포츠 행사 참여 및 지원, 지역 인재육성을 위한 장학사업 등 수많은 사회공헌 사업을 진행해 왔다. 50년 세월 동안 GS칼텍스가 여수 지역사회에 기여한 바는 결코 적지 않다. 그러나 이처럼 많은 기여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활동이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여수시민이 GS칼텍스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은 점도 있겠지만, ‘이거다!’라고 떠오르는 대표 사회공헌활동이 없었던 까닭이 아니었을까?
GS칼텍스는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사회공헌활동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수년간의 연구 검토를 거쳐 2006년 8월 1일 GS칼텍스재단(이하 재단)을 설립했다. GS칼텍스는 재단에 2015년까지 총 1,000억 원을 출연해 대규모 공익사업을 전개할 계획을 세웠다. 재단은 문화예술 진흥사업, 소외이웃 복지증진사업, 인재육성 지원 사업 등을 전개하며 기업시민으로서 여수와 함께 공존하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방향을 정했다.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와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수렴을 통해 여수지역에 가장 필요한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모두가 원했던 복합 문화공간
재단은 설립 이후 곧바로 여수시와 시민단체, 지역사회 주요 인사들로 구성된 사회공헌사업자문위원회를 결성하고 어떤 사업을 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종합문화예술회관, 시민문화체육센터, 씨월드, 해양 레포츠 랜드, 만남의 광장, 종합사회복지센터, 여가문화체험단지 등의 사업이 후보에 올랐다. 하나같이 여수시에 꼭 필요한 시설들이지만 재원과 시간이 한정돼 있기에 가장 적합한 사업을 선정하기 위해 다시 상세한 조사와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그 결과 자문위원회는 여수 지역의 문화예술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문화 향유권을 대폭 향상할 수 있는 ‘여수 문화예술공원’을 GS칼텍스의 대표 사회공헌사업으로 추천했다. 지역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 충족을 위한 다양한 공연이 이루어질 수 있고, 남녀노소를 초월해 이용이 가능하며, 음악·무용·미술·연극 등 총체적인 분야에서 지역사회 주민과 예술·문화인들에게 창작활동의 자극과 기회를 부여하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사업 방향이 결정되자 곧바로 부지 선정에 들어갔다. 2012년 개최될 여수세계박람회 행사장 안에 같이 짓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행사가 끝난 후에도 지속적으로 사용할 문화시설이므로 접근성과 향후 확장성을 고려해 입지를 선정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2008년 4월 사업 후보지 선정 및 입지 타당성 조사가 시작돼 최종적으로 망마산·장도 일원으로 결정됐다. 이곳은 쾌적성·접근성·집중성이 모두 고려된 최상의 자리였다. 바닷가이면서도 산이 있고, 다리를 통해 육지와 섬이 하나로 연결된 곳이었기 때문이다. 한 곳에 이런 다양한 자연 요소들을 갖춘 곳은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 어쩌면 그 자리는 예울마루의 탄생을 운명처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예울마루, 여수의 품에 안기다
예울마루 건설 입지가 확정되자 재단은 2009년 2월 세계적인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와 (주)창조건축을 설계사로 선정했다. 프랑스의 건축가인 도미니크 페로는 ‘땅을 재단하는 건축가’로 알려져 있었다. 그의 설계는 주변의 경관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을 설계의 중요한 요소로 응용하며, 주요 시설들을 땅속으로 집어넣는 것 특징이었다. 특히 에너지 절감형 친환경 건축물을 설계하는 것으로 유명해 ‘에너지로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GS칼텍스의 지향점과도 잘 어울리는 건축가였다.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 독일 베를린 올림픽 경기장,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 우리나라의 이화여대 캠퍼스 콤플렉스 등이 그의 작품이었다.
페로는 현지를 직접 방문해 일대를 돌아보고 거침없이 펜을 휘둘러 콘셉트 디자인을 그려냈다. 그것은 망마산 정상에서 시작된 하나의 선이 계곡을 타고 흘러내려 바다에 이르고, 그대로 다리를 건너 장도까지 이어지는 장대한 스케일의 예술작품이었다. 설계가 완료된 2009년 10월, GS칼텍스는 ‘여수 문화예술공원 조성 시민설명회’를 개최하고, 11월 5일 기공식을 가지면서 여수 문화예술공원의 이름을 ‘예울마루’로 정했다.
이듬해 2010년 2월 GS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되고, 4월부터 토목공사에 들어갔다. 여수 세계박람회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2년인데, 공사를 시작하자마자 문제가 발생했다. 땅을 파 내려가자 측정치보다 더 단단한 암반층을 만나게 된 것이었다. 여수 세계박람회 개최 전에 개관하기 위해 밤낮없이 돌을 깨는 공사를 진행했다. 건설비용 또한 수십 억 원이 늘어났다. 이 외에도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공사 날짜를 맞추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기까지 했다.
2011년 5월에 ‘2012 여수세계박람회 제10차 정부지원회의’에서 예울마루가 박람회 공식 지원시설로 지정되면서 책임감은 더 막중해졌다. 시공사였던 GS건설도 계열사로서 사회공헌을 위한 건설 취지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암반층으로 인해 추가로 발생한 비용 35억 원을 재단과 절반씩 부담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정성과 노력이 하나로 모여 모든 난관을 뚫고 마침내 예울마루가 문을 열었다.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개막 이틀 전인 5월 10일이었다. 조성사업 기간 약 1,000일 동안 9만 3,000명의 인력이 투입됐고, 사업비는 2단계 장도 사업을 제외하고도 예상보다 100억 원을 초과해서 1,100억 원이 들어갔다.
산과 바다와 섬을 아우르다
망마산에서 장도까지, 산에서 바다까지, 확 트인 자연을 소재로 햇살과 바람이 지은 문화·예술의 집, 예울마루는 대지 면적 70만m2(약 21만 평)에 1,021석 규모의 대극장, 302석 규모의 소극장, 3개의 전시공간과 체험관 등을 갖추고 있다. 망마산 정상의 전망대에서 공연장, 전시장을 지나 장도의 아틀리에와 상설 전시장에 이르는 약 2km의 산책로는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소통의 공간이다. ‘해안 산책로(Promenade)’, ‘흐르는 강물을 형상화 한 유리 지붕(Glass River)’, ‘환경 친화(Eco friendly)’를 설계 콘셉트로 또 하나의 자연을 만들었다. 공연장과 기획전시장을 덮고 바다까지 연결된 지붕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문화예술의 감동이 흐르고 있다.
예울마루의 건설은 2단계로 나뉘어 이루어졌다. 1단계로는 망마산 기슭의 주 공연장을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에 맞추어 개관한 것이었고, 2019년 완공된 2단계는 보행 교량으로 연결된 장도에 예술가들의 아틀리에와 상설 전시장을 세워 예술의 인큐베이터로 삼는 것이다. 자연 속 예술의 섬을 지향하는 장도에는 물 위를 걷는 듯한 보행 교량이 놓이고, 예술인들의 창작 공간인 아틀리에와 지역 출신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소장한 상설 전시장, 수려한 해안 경관을 바라볼 수 있는 카페가 자리 잡고 있다. 노을이 질 무렵에 망마산과 장도를 잇는 해안 산책로를 여유롭게 거닐다 보면 일상의 스트레스가 씻은 듯 날아갈 것이다.
폭 23m, 길이 152m의 푸른 유리 지붕은 마치 산자락을 타고 바다로 흘러내리는 계곡물을 연상케 한다. ‘마루’는 전통 가옥의 대청마루처럼 편안한 공간이라는 뜻도 있지만, ‘산꼭대기’ 또는 ‘하늘’이라는 뜻도 품고 있다. 그래서 예울마루의 푸른 유리 지붕을 ‘하늘에서 흐르는 강’이라고 부른다. 예울마루의 주요 공간들은 지하에 배치돼 있어 멀리서 보면 구불구불 굽이치는 모양새의 유리 지붕만 보인다. 그 유리 지붕 아래에는 가로 200m, 높이 7층의 건물이 숨어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예술과 문화의 향기가 피어난다.
예울마루 대극장은 뮤지컬·발레·콘서트·오페라 등 다양한 공연을 할 수 있는 초현대식 공연장으로 최첨단 조명시설과 음향시설로 무대 효과를 극대화해 공연자와 관객 모두를 만족시킨다. 특히 무대와 1층 객석 맨 뒷좌석까지의 거리가 불과 21m로 공연자와 관객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으로, 서울의 대형 뮤지컬 전용 극장보다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출자의 의도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로 변형이 가능한 반원형 무대의 소극장은 관객과 함께 호흡하며 즐길 수 있는 공연장으로 연극이나 국악·실내악·독주회 등 다양한 소규모 공연을 펼칠 수 있다. 반원형 형태의 무대와 원하는 위치에 자유자재로 설치할 수 있는 조명 시설 덕분에 다양한 무대 연출이 가능해 실험적인 작품 공연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공간에 예술을 담은 전시실은 3개의 전시 공간으로 나누어져 있어 각기 다른 전시회를 동시에 개최할 수 있다. 사진·회화·조각·공예 등 다양한 분야의 전시가 가능하고 전시실마다 항온항습 시설과 자동 제어 시스템이 구축돼 있어 바닷가에 위치한 전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최적의 상태로 작품을 전시하고 관리한다. 광(光)천장 시스템을 도입해 자연채광에 가까운 밝은 분위기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대극장의 무대 환경을 그대로 연출한 리허설 룸과 쾌적한 편의시설을 갖춘 13개의 개인·그룹 분장실, 차 한 잔의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카페, 시원한 물줄기로 더위를 식혀주는 야외 바닥분수 등은 공연자와 관람객을 위한 예울마루만의 세심한 배려다.
예울마루의 외적 아름다움을 넘어서는 또 다른 가치는 친환경에 있다. 유리 천장과 지붕에 설치된 태양전지 시스템은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해 건물 내에 필요한 에너지를 일부 공급할 수 있으며, 경사 지형을 활용한 열미로 시스템(Thermal labyrinth)은 지하의 일정한 열을 이용해 건물의 실내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모든 조명은 LED 전구를 사용해 기존의 백열전구보다 30% 가까이 전력 소비를 절감할 수 있다. 지하건물의 특성상 자연적으로 생기는 지하수는 디워터링(De-watering) 공법으로 정화해서 재활용하고 있다.
사람이 모이고 예술이 꽃피다
한려수도에 한 마리 나비가 날개를 활짝 편 형상을 한 여수. 그 나비의 양쪽 날개가 모이는 곳에 예울마루가 자리하고 있다. 물과 흙이 만나고, 바람과 태양이 머무르는 곳이라 생명의 기운이 충만하다.
예울마루에서는 다채로운 공연과 전시회가 열렸다. 첫 무대는 개관 기념공연인 ‘KBS 열린음악회’였다. 전 세대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중파의 인기 프로그램을 유치해 당시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려있는 여수세계박람회와 명품 예술·문화공연장인 예울마루의 탄생이란 두 가지 사실을 전국에 알렸다. 첫 전시회는 여수 출신의 세계적인 사진작가 배병우의 사진 특별전 ‘대양을 향하여’였다. 손양원 목사의 일대기를 그린 창작 오페라 ‘손양원’과 여수에 억류됐던 네덜란드인 하멜의 이야기를 다룬 창작 오페라 ‘귀항(歸港)’ 등도 무대에 올랐다. 엑스포를 관람하기 위해 여수를 찾은 관람객들은 여수라는 도시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고 그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박람회 기간 동안 예울마루의 공연과 전시회들은 연일 매진 행진이었으며, 여수를 찾은 세계 각국의 관람객들과 해외 언론들은 공연과 전시의 수준은 물론 자연과 하나가 된 건물의 아름다움에 경탄과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람회가 끝난 후에도 그간 품격 있는 문화예술 공연에 목말라 있던 여수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예울마루의 공연을 보기 위해 여수를 찾았다. 2013년 뮤지컬 ‘맘마미아’, 국립 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금난새의 신년음악회’, 여수지역 작가 초대전 ‘Like a Flower’가 펼쳐졌다. 2014년에는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 ‘브로드웨이 42번가’, ‘빈 소년 합창단 신년음악회’, 개관 2주년 기념 조각 전시 ‘사람·사람展’, 교과서 속에서만 보던 명작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던 ‘교과서 속 우리 미술展’ 등은 학생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모두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2015년에는 대형 뮤지컬 ‘시카고’와 오리지널 ‘캣츠’가 공연됐다. ‘캣츠’ 제작팀이 서울 공연 후 첫 지방 투어 장소로 예울마루를 선택했다는 점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다. ‘허영만 展-창작의 비밀’은 단일 기획전시 최초로 관람객 1만 명을 돌파하는 등 전시 프로그램들 역시 많은 사랑을 받았고, 2016년에는 뮤지컬 ‘오즈의 마법사’, ‘그날들’, 개관 4주년 기념 ‘살아있는 그림展’, 어린이 미술전 ‘반가워요! 동물친구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지역 국악 영재들의 꿈을 키워주기 위해 여수시와 협력해 국악캠프도 개최했다. 2012년 5월 개관 이후 2016년까지 예울마루의 공연·전시·문화나눔의 누적 관람객 수는 모두 55만 4,195명이다. 그 가운데 연극·음악회·연주회·뮤지컬 등의 공연 횟수는 778회, 사진·회화·서예·조각 등의 전시 건수 50회로 서울의 대규모 공연장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예울마루가 세워지기 전까지 여수시민은 문화예술에 목말라 했다. 1987년에 세워진 여수 시민회관은 시설 노후로 수준 높은 공연을 유치하기가 어려웠고, 공연장의 규모가 작아 축소공연을 해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여수 시민들은 제대로 된 문화예술 공연을 보기 위해서는 서울이나 광주, 부산까지 가야만 했다. 그러나 지금은 순천과 광양 등 인근 지역은 물론 남해와 진주 시민들까지 수준 높은 공연과 전시회를 보기 위해 여수를 찾고 있다. 예울마루가 남해안의 문화 지형을 바꾼 것이다.
나눔과 상생의 바다로 흘러가다
재단은 예울마루와 관련해 2012년 ‘민관협력사례공모대회’ 국무총리상 수상, ‘대한민국 토목건축대상’ 레저개발부문 최우수상 수상에 이어 2013년 ‘한국 메세나 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국내 문화예술 발전과 대중화에 대한 공헌과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바를 높게 인정받은 것이다. 모두가 협력과 상생의 아름다운 과정이며 결과이다.
물은 모이지만 다투지 않는다. 함께 보듬고, 끌어안고 합쳐서 큰 힘을 발휘하며 대양(大洋)으로 나아간다. 예울마루는 그런 물이 모여서 바다로 가는 길목이다.
이곳에서 GS칼텍스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마음톡톡’의 예술캠프가 매년 진행되었다. 마음톡톡 프로그램은 또래 관계 문제 등으로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어린이들을 예술과 문화 활동을 통해 치유하고자 예울마루에서 2박 3일간 합숙을 하며 각종 예술 체험 활동을 통해 치유와 힐링 과정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예울마루는 예술단체에 대관료를 30% 할인해 예술 활동을 장려하고, 대극장과 같은 넓이와 음향 조건을 갖추고 있는 리허설 룸을 여수심포니 오케스트라, 교원 오케스트라, 여수 영재 오케스트라 등에 무료로 제공해 문화예술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문화나눔 차원에서 모든 기획공연과 전시에 문화 소외계층을 초청해 지금까지 입장객의 10%에 달하는 1만 2,000여 명이 혜택을 누렸다.
지역 예술영재 육성 및 문화예술 교육도 예울마루의 중요 사업이다. 예술 교육의 기회가 많지 않은 지역사회의 특성상 재능 있는 어린이들이 자신의 재능을 계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울마루는 첼리스트 양성원, 이상 엔더스, 최주연을 비롯해 바이올리니스트 한경진, 임가진 등 유명 예술가들의 재능기부를 통해 지역사회의 예술 꿈나무를 키워내는 데 앞장서고 있다.
관람객들의 이해와 관람을 돕는 전시해설사를 지역 최초로 두고 있으며, 작가와의 대화, 전시 연계 미술체험 행사 등 다양한 체험행사로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예술마루 아카데미’에서는 수준 높은 강사진을 구성, 공연장 직업체험, 공연관람 예절교육, 찾아가는 교양강좌, 음악캠프, 마스터 클래스 등 차별성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역 주민들의 삶에 문화적 향기가 날로 더해가고 있다.
예울마루 2단계 프로젝트, 예술의 섬 장도
예울마루 조성사업은 1단계 망마산 지역과 2단계 장도 지역으로 구성돼 있다. 2012년 개관한 1단계 망마산 지역은 공연장 중심의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시민들의 사랑과 성원 속에서 성장해왔다. 개관 7주년을 맞이한 2019년 5월, 장도 조성사업을 마치면서 예울마루 프로젝트는 대장정의 조성사업을 마무리했다.
장도는 약 94,843㎡(3만평)의 부지에 시민과 예술가들의 참여로 자유롭게 채워가는 자연 속 예술섬을 지향하며, 장도 전시관과 창작 스튜디오, 다도해 정원 등이 주요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장도 전시관은 약 1,465㎡(443평)의 공간에 천장에는 오브제를 설치하여 자연채광의 미학을 살렸고 전시실과 로비, 카페, 교육실, 사무실 등 다양한 공간을 마련하여 전시, 교육 등의 체험프로그램이 가능한 다목적 공간으로 기능할 예정이며 창작 스튜디오는 초입의 안내센터와 4동의 건물이 자리잡았다. 국내외 다양한 분야의 저명한 예술가들에게 작업공간을 제공하여 안정적 창작 환경을 지원할 예정이다. 조수간만의 차이로 물에 잠기는 장도교는 기존 석축교의 컨셉을 유지하여 하루에 2회 물에 잠기게 설계되어 만조 시에는 마치 바다 위를 걸어가는 듯한 신비로운 분위기를 간직하되 상시적인 방문객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보완하여 보행교량을 설치했으며 교량의 길이는 350m이며 폭은 5m로 차량진입은 통제되어 쾌적한 산책로를 가진 섬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렸다. 그밖에 다도해 정원은 다단식 정원으로 사계절 꽃이 피는 정원으로 조성하였으며 남해 자수종 및 야생초화류 식재로 아름답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감성적인 경관을 연출할 예정이다. 장도의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산책로는 섬 전체를 걸어서 순환할 수 있고 모든 산책로에서 해안 경관 조망이 가능해 지역 주민들에게는 생활 속 예술 공간으로, 여수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대표 산책로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문화 향기 가득한 세상을 꿈꾸다
잘 지은 문화시설 하나가 도시를 흥하게 하는 것을 흔히 ‘빌바오 효과’라고 한다. 빌바오는 스페인 북부에 있는 인구 40만의 작은 도시다. 한때 철강과 선박제조로 번영했지만 1980년대 경제침체로 도시는 슬럼화를 거쳐 소멸의 위기까지 몰렸다. 빌바오 지방정부는 몰락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했다. 1997년 개관 첫해 100만 명의 관광객이 빌바오를 찾았다. 그 후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빌바오를 찾고 있으며, 이로 인해 미술관 주위에 대형 호텔과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서고, 소비 효과로 인해 빌바오는 경제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문화시설이 죽어가던 도시를 살린 빌바오 효과를 천만다행(千萬多幸)라고 한다면, 여수 예울마루의 역할은 금상첨화(錦上添花)라고 불러야 옳을 것이다. 예울마루는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주도한 여수산단을 품고 있는 여수에서 해양 관광도시의 문화적 핵심공간이자, 시민 관광객들의 여가 및 휴식공간으로 탄생했기 때문이다. 소동파(蘇東坡)의 시 중에 ‘옥재산이초목윤(玉在山而草木潤), 복유시서기자화(腹有詩書氣自華)’라는 구절이 있다. “산에 옥이 있으면 초목에 윤기가 돌고, 뱃속에 시와 글이 들어 있으면 그 사람의 기(氣)는 저절로 아름다워진다.”는 뜻이다. 여수의 가슴 속에는 예울마루가 있으니, 도시는 문화의 향기로 인해 저절로 빛나고 향기로울 것이다. 흔히 꽃의 향기는 백리를 가고, 술의 향기는 천리를 간다지만 문화의 향기는 족히 만리를 가고도 남을 것이다. 지역과 세대를 아우르고 희망과 행복을 빚어내며, 여수와 남해안을 넘어 대한민국 곳곳으로 문화의 향기를 뿜어 낼 예울마루의 큰 물결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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