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바라본 세상] 예술가들이 사랑에 빠진 도시_2020 캘린더
도심 속 여유를 주는 공원, 바닷가가 있는 휴양지부터 한 나라의 랜드마크와 대표 관광지까지, 도시 속 다양한 풍경들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이 됐습니다. 때로는 감각적으로, 또 때로는 경외심으로, 예술가들의 에너지가 됐던 “도시”는 어떤 곳이었을까요?
오늘 떠나볼 곳은 러시아, 알제리, 프랑스, 그리고 베니스입니다.
1.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 카지미르 말레비치(Kasimir Severinovich Malevich)
첫번째 나라는 러시아입니다. 여러분, ‘러시아’하면 뭐가 제일 먼저 떠오르세요? 붉은 광장, 상트페테르부르크, 성 바실리 성당 등 다양한 곳을 떠올릴 것 같은데요. 오늘 소개해드릴 곳은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입니다. 이 곳은 핀란드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러시아 제 2의 도시인데요, 해가 지지 않는 ‘백야’를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답니다. 때문에 수 많은 예술가들은 이 장소에 감명받아 작품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여기 이 공원 보이시죠? 이 작품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공원을 담아낸 작품입니다. 두꺼운 붓터치와 선명하지 않은 형태, 다양하게 묘사된 빛의 색깔 등 인상주의 작품의 특징을 많이 가지고 있죠. 이 그림을 그린 말레비치는 러시아의 화가로, ‘절대주의’의 선구자라 불립니다. ‘엥? 절대주의 작품이라기엔 너무나 인상파 스타일인데?’ 하고 느끼셨다면, 정확히 보셨습니다! 말레비치는 초기에 인상주의 작품을 그렸었고, 이 작품은 그의 초기작이랍니다. 후에 말레비치는 절대주의 화풍으로 이르며 “예술가는 자기 그림 속의 형태들이 자연과 아무 공통점이 없을 때에만 창조자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대상’ 보다 ‘구성’을 중시하는 화가이기도 했는데요. 때문에 작품 속 인물들은 개성이 묘사되기보다 풍경과 하나가 된, 편안한 느낌으로 그려져있답니다. 덕분에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분위기를 포근하게 담아낼 수 있었죠.
그런데 사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연평균 4.2도의 추운 지역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일조량은 31일 정도로 매우 혹독한 날씨를 갖는데요, 어쩌면 그림 속 인물들은 몇 안되는 따뜻한 날씨에 햇살을 받기 위해 밖으로 나왔는 지도 모르겠네요! 오늘날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다양한 미술관, 박물관들이 위치해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도심은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있기도 하니, 러시아의 문화예술을 즐기기에도 너무 좋은 도시가 될 것 같습니다 🙂
2. 알제리, 알제 – 알베르 마르케(Albert Marquet´)
두번째 나라는 바로 ‘알제리’입니다. 알제리가 다소 낯선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알제리는 아프리카 남쪽 끝,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나라입니다. 1830년 프랑스의 식민 수도가 된 이후, 항구 주변을 중심으로 프랑스풍의 신시가지가 들어선 곳이랍니다. 때문에 아랍식 건축물과 유럽풍 건물들이 뒤섞여 유럽에서도, 아프리카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는 이국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는데요. 18세기 말부터는 아라비아 세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수 많은 화가들은 알제리의 이국적 매력을 담아내기도 했답니다. 그런데, 이를 더 특별하게 바라본 화가가 있습니다.
1920년 1월, 화가 마르케는 알제리의 수도 ‘알제’로 요양을 떠나게 됩니다. 9년 전에도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이번 방문에서 마르케는 “알제리에 오래 머무르겠다” 마음 먹는데요. 이는 단순히 요양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마르케는 그 곳에서 운명의 여인을 만난 것이었죠! 알제리 태생의 여인, 마르티네는 그에게 알제리 곳곳의 아름다운 장소들을 소개해줬습니다. 마르케는 곧 알제리에 매료되었고, 도시가 가진 이국적 매력에 ‘설렘’을 더한 작품들을 만들어냈죠.
사실 마르케는 ‘야수파’ 화풍의 그림을 주로 그렸습니다. 야수파 화풍은 색채의 표현을 극단으로 몰고 간 원색을 구사하는데요. 그가 알제리에서 그린 그림들을 보면, 모노톤의 차분한 색으로 풍경을 그려낸 걸 볼 수 있답니다. 같은 야수파였던 화가 마티스와 비교해보면, 마르케의 그림이 정말 차분하게 느껴지는데요. 사실 마르케는 알제리에 오기 전부터 야수파의 원색적 색채에 불편함을 느껴왔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사하라 사막을 비롯한 알제리 전역을 여행하며 야수파의 야단스러운 색채가 아닌, ‘본질적인’ 색채의 세계를 발견했습니다.
마르케는 알제리에서 운명의 여인 뿐만 아니라, 자신의 예술적 정체성도 찾은 것이었죠. 예술가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은 도시, 알제리는 전형적인 지중해성 기후를 띄는 곳이기도 합니다. 여름에는 고온건조하고 겨울엔 온난해, 프랑스인들의 겨울 피한지로 인기를 얻은 곳이기도 하죠. 운명의 상대를 찾는다면, 혹은 새로운 영감을 찾고 있다면 올 겨울, ‘알제리’로 한번쯤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3. 프랑스, 파리 – 로베르 들로네(Robert Delaunay)
예술의 나라 ‘프랑스’, 그리고 프랑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에펠탑’. 에펠탑은 프랑스 혁명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889년 세워졌는데요. 300미터가 넘는 높이로, 당시 가장 높은 건축물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에펠탑은 탄생하기까지 많은 반대와 논란에 휩싸여왔는데요. 거대한 철골 구조물이 파리의 풍경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많은 대중들은 에펠탑에 냉소적이었고 설계 반대 운동까지 펼쳐졌지만, 파리의 젊은 예술가들은 이에 열광했습니다! 그렇게 에펠탑은 완공 직후부터 오늘날까지, 다양한 작품들로 꾸준히 재해석되었죠. 그런데, 이 에펠탑을 제일 먼저 ‘작품’으로 소재화한 화가가 있습니다.
들로네는 프랑스 화가로, 에펠탑을 주제로 한 작품을 30점도 넘게 그린 ‘에펠탑 마니아’입니다. 그는 칸딘스키, 몬드리안과 함께 추상회화의 선구자로, 프랑스 화가로서는 가장 빠른 시기에 완전한 추상회화를 그린 인물이기도 하죠. 후에 들로네는 ‘입체파’에 매료되었는데요, 그의 에펠탑 그림들이 대부분 이 시기에 그려졌다고 합니다. 당시 입체파 작품들은 대부분 모노크롬 (흑백)에 가깝게 그려지곤 했는데, 들로네는 이와 다르게 ‘색채’에 집중했죠. 때문에 입체파와 미래주의를 절충한 양식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들로네의 그림엔 그 둘이 갖지 못한 감각적인 ‘색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에펠탑을 위에서 바라본 듯 한 시점 표현과 테크놀로지를 찬양하는 기계미학의 관점이 작품에 고스란히 표현되어 있는데요. 이러한 요소들 덕분에 들로네의 에펠탑은 파리의 역동성과 현대적 느낌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답니다 🙂
에펠탑은 여러 영화에서 배경으로 자주 비춰지며 ‘프랑스’와 ‘파리’ 모두를 나타내는 상징물이 되었는데요. 밤이 되면, 매 시각 정각부터 약 10분간 에펠탑이 반짝거리는 쇼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에펠탑을 실제로 보기 전, 들로네의 작품들을 감상해보는 건 어떨까요?
4. 이탈리아, 베니스 – 모리스 프렌더개스트(Maurice Prendergast)
마지막으로 떠나볼 곳은 이탈리아의 ‘베니스’입니다. 베니스는 ‘물의 도시’로 많은 분들께 익숙한 곳일 것 같은데요. 중세부터 르네상스 기간 동안, 유럽 해상무역과 금융의 중심지이기도 했죠. 덕분에 베네치아는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들 중 하나였고, 베네치아의 화려함과 아름다움은 중세부터 유명했습니다. 이를 작품에 담아낸 예술가들도 굉장히 많았는데요.
이 작품은 미국의 후기 인상주의 화가인 ‘모리스’가 그린 베네치아입니다. 모리스는 내성적 성격으로 평생 독신으로 지낸 화가이기도 한데요. 이 그림은 1898년, 1년간 베네치아에 있을 당시 만든 작품입니다. 모리스는 내성적이었지만, 그림을 그릴 땐 사람이 많은 곳을 선호했하고 합니다. 제한된 소재 안에서 다양한 색과 구성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었죠! 때문에 바다나 공원 등, 축제적인 분위기를 선호했고 그의 작품에선 이런 화려한 분위기가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림을 보고 눈치채셨을 수 있겠지만, 모리스의 작품은 앞서 언급했던 인상주의 화풍의 특징과는 조금 다른 점이 있습니다. 사물과 인물에 대한 묘사가 비교적 상세하다는 것이죠. 그는 팔인회(1900년대 미국 뉴욕 미술계를 지배하던 인상주의 전통을 거부하며 등장한 사실주의 화가 8인)의 멤버로 속해있었지만, 그들과 달리 전위적이고 시대를 앞선 화가였습니다. 때문에 모리스는 미국 현대 미술사에서 어느 카테고리에도 속하지 않은 화가이기도 하답니다 🙂
르네상스 시대의 문화 중심지였던 베니스. 오늘날엔 지구온난화로 인해 수면이 올라가, 도시가 물에 잠기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여전히 이탈리아에서 가장 매혹적인 도시로 손꼽히는 곳입니다. 모리스가 그려낸 아름다운 베니스에 감명받으셨다면, 한번쯤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러시아부터 베니스까지, 수많은 예술가들에 영감을 준 도시로 떠나봤는데요. 이렇게 예술가의 삶에 특별한 영향을 끼치고, 작품의 배경이 된 세계 곳곳의 명소들을 담아 ‘2020 GS칼텍스 캘린더’가 제작되었습니다. 다양한 삶의 모습을 아름답게 그려낸 명화 캘린더를 통해 여러분의 삶에도 소소한 에너지를 더할 수 있길 바랍니다.
마음을 읽어주는 그림, 삶에 ‘에너지’를 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