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社史] 호남정유 직원 배구팀과 여자 배구단의 한판 승부
1973년 6월 18일 저녁 7시, 호남정유 직원 대표팀(이하 직원팀)과 호남정유 여자 배구팀의 9인제 3세트 경기가 열렸어요. 당시에는 회사 전용 체육관이 없었기에 평소 신세를 지던 중앙여고 체육관에서 열린 경기는 호남정유 배구의 발전과 전 사원들의 친목 도모를 위한 친선 경기였습니다. (판교 실내체육관은 1974년 6월 준공)
직원팀은 학창 시절 배구로 명성을 떨치던 직원들로 구성되었지만, 경기가 시작되자 안경이 떨어지고, 공이 사람을 피하는 장면이 계속되면서 체력이 방전되는 선수가 속출했어요. 그래도 세트가 거듭될수록 전열을 가다듬어 한 점, 한 점씩 점수 차를 줄이려 몸부림친 결과! 결국 3:0 (21:4, 21:7, 21:9)으로 스트레이트 패배를 기록하고 말았습니다. 게임 종료 시간은 7시 40분, 세트당 소요 시간은 불과 13분이라는 웃지 못할 결과를 낳기도 했어요.
경기가 끝난 뒤 양쪽 선수들이 모두 함께한 불고기 파티에서 호남정유와 배구팀의 젊음과 영광을 기원하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졌다고 하는데요. 이날의 기원으로 호남정유 배구의 품질을 개선하기 시작하여 다음 달인 7월 박계조배 전국대회에서 1970년 창단 이래 처음으로 3위 입상이라는 영광스러운 기록을 세웠어요.
이듬해인 1974년에는 실업 연맹전 첫 우승이라는 꽃을 피우게 되며 한 해 전에는 14연패 했던 당시 라이벌 유공(현 SK)팀을 압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유공팀은 이후 점점 쇠퇴해져 하위권을 맴돌다가 1982년에는 해체되고 말았다고 하네요.
그로부터 약 한 달 후 호남정유 배구단은 여름 전지훈련 겸 여수공장 견학을 위해 1973년 7월 30일 여수행 풍년호 특급열차를 타고 서울역을 출발했어요. 당시 최신 특급열차라서 9시간 10분이 걸려 밤 9시 50분에 여수역에 도착한 선수단을 여수공장 직원들이 꽃다발과 박수로 반겨주었다고 하는데요.
선수단은 이때의 감격을 “창공을 향해 런닝점프 하고 싶었다”, “7월 광주에서 열린 1차 실업연맹전에서 여수공장 직원들의 원정 응원 덕분에 유공을 이길 수 있었던 일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박계조배 대회에서 3위 입상할 때 본사 직원들의 열광적인 응원이 생각나 마음이 뿌듯했다”라고 표현했습니다.
여수공장에 도착한 선수단은 공장 야경에 놀라 “크리스마스 트리를 수만 개 세워놓은 듯”하다고 감탄했어요. 숙소는 장구미 사택이었는데 당시 최신 사택과 클럽하우스, 수영장이 마치 “이방 지대에 온 듯 시설이 훌륭했다”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선수단은 장구미 사택에서 훈련하는 한편 공장 견학과 여수공장 직원들과 친선경기도 했다고 하네요. 저녁에는 클럽하우스에서 공장 임직원과 환영 파티를 함께 했는데, 선수단은 합창을 하고 직원들이 답례로 남성 트리오를 결성해 ‘빈대떡, 핫바지, 고추장, 우리나라 잼잼’ 등 유머러스한 가사의 노래를 불러주었어요.
선수단은 5박 6일간의 여수공장 방문 기간에 수영, 탁구, 당구를 즐겼으며 원유선에도 시승하고 공장에서 오동도까지 쾌속선으로 관광도 했다고 하네요.
선수단이 서울로 돌아오는 최신 특급열차 풍년호에서 9시간 동안 “본사와 여수공장의 직원들이 보여준 관심과 성원에 보답하는 길은 우리나라 여자배구의 정상에 오르는 것”이라고 다짐을 했는데요. 이러한 다짐이 이듬해 이루어져 실업연맹전에서 첫 우승의 감격을 안게 되었어요.
2020년, 고군분투 하고 있는 GS칼텍스서울Kixx 여자 배구단이 또 다시 정상에 우뚝 설 수 있도록 우리도 1973년의 호남정유 직원들에 못지않은 열광적인 응원을 보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