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이 느리고 공부 의지가 없는 아이, 속마음은 달라요

어린이들의 한 뼘 친구 마음톡톡이 마음치유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드립니다.

겨울방학을 시작하기도 전에 내년 중간고사를 걱정하거나, “공부도 못하고 잘 하는 것도 딱히 없어 어떻게 먹고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불안해 하거나, 또 한편으로는 대체 학교에 왜 다녀야 하는지 몰라 매사에 시큰둥하거나… 열 살을 넘긴 지 고작 몇 년 되지 않는데도 요즘 아이들은 제 삶의 속도에 쫓기고 무게에 짓눌려 지쳐 있습니다.

– 마음톡톡 교실힐링 프로그램 수퍼바이저, 이효원 소장

사회적 가치에 민감한 아이들

‘효용성’이라는 사회적 가치로 개인을 평가하고 줄 세우는데 익숙한 세상입니다. 학교라는 공간에서서도 이런 사고방식은 너무나 쉽게 받아들여지고, 시험점수나 등수 처럼 단편적인 측면으로 공부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을 규정합니다. 강자 아니면 약자, 승자 아니면 패자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지요.

공부와 시험, 학교생활에 불안감을 느끼는 아동의 모습

요즘 아이들은 이런 사고방식에 너무나 지친 나머지, 공부와 학교생활에 대한 불안감과 부적응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나타납니다.


불안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던 세원이

세원이(가명)는 학습에 대한 의지와 집중력이 약해 과업 수행 속도가 매우 느린 아이였습니다. 인터넷 게임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고, 성격적인 측면에서는 다소 소극적이고 폐쇄적이었죠. 우울증이 의심될 정도로 우울한 정서상태와 위축된 행동은 친구들을 사귀는 데에 어려움이 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음톡톡 치료사가 세원이와 이야기를 나누자 조금 다른 사실이 발견됐습니다. 바로 세원이가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유독 강한 아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세원이의 이러한 욕구 이면에는 ‘인정받지 못하면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부모님에게 버림받는다는 생각, 인정받아야만 한다는 생각에 그동안 얼마나 부담스럽고 불안했을까요. 그러다가 마침내 학습하는 것 자체를 그만두고, 그 불안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게임의 가상세계로 숨어버렸던 것입니다.

공부와 시험에 대한 불안감을 게임으로 달래는 아동의 모습


세원이의 자신감을 찾아준 또래관계 경험과 미술 활동

세원이의 이런 속마음을 알게 된 치료사는, 아이들과 함께 세원이가 좋아하는 인터넷 게임이나 영상에 대해 이야기하며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그러자 세원이는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아이들에게는 즉각 반응하고 미소를 보이며 친해지고자 하는 욕구를 표현했습니다.

세원이는 곧 마음톡톡 시간 동안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먼저 털어놓는 등 또래관계를 수용하고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치료사는 아이들이 모여있는 자리에서 세원이의 변화된 모습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며 지지했습니다. 아이들 역시 세원이의 새로운 모습에 놀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자연스럽게 표현했습니다.

미술 활동 시간에는 세원이가 만든 작품의 장점을 찾아 지지해주고,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는 것이 아닌 그저 서로의 생각을 편하게 주고받는 경험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세원이는 점점 스스로 자신도 무언가를 잘 해낼 수 있고, 사랑 받고 지지와 수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협동하는 아이들의 모습

프로그램 후반에는 아이들이 팀 단위로 협업해서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활동이 많아졌습니다. 세원이가 아이디어를 낸 ‘하이파이브 하는 손’ 작업을 보며 집단원들은 칭찬을 해주었고, 아이클레이로 하나의 작품을 표현하는 작업에서도 세원이의 독창적인 작품에 긍정적인 피드백을 해주었습니다. 집단원들은 세원이의 작품을 따라 하거나, 작품이 완성되면 세원이에게 먼저 제목에 대한 의견을 묻는 등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렇게 한 학기 동안 마음톡톡에서 사귄 친구들을 통해 긍정적인 또래관계를 경험하게 되자, 세원이는 남들보다 잘해야 하고 인정받아야 한다는 불안에 쫒기지 않게 되면서 집중력이 향상되었습니다. 과업을 수행하는 집중력과 의지가 돌아오자, 학습 상황에서도 도피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다 알지도 못하면서 왜 매번 날 다그치기만 해
이거 해라 저거해라 딴짓 말고 공부나 해라 왜 이래라 저래라 하는지..
어디에도 내 쉴 곳은 없네 갈 곳 없는 한 소녀의 노래
익숙해진 외로움과 몸에 베인 침묵 속에 내 마음은 슬퍼져만 가네
나를 존중해줘 (내 말이 항상 맞지 않더라도)
사랑해줘 (나도 사랑받고 싶단 말이야)
인정해줘 (내가 잘 한 모습을…) 나를 헤아려줘

-17년 2학기, B중학교 학생이 만든 노래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 가사 일부

마음톡톡은  아이들에게 서로가 갖고 있는 상처와 흠, 소망과 욕구를 들여다보고 가치와 의미를 찾게 합니다. 치료사들은 아이들이 무엇을 쫓거나 쫓기기를 잠시 멈추고, 깊은 숨을 쉴 수 있도록 다양한 예술치유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자칫 경쟁의 공간이 될 수도 있는 학교라는 환경에서 마음톡톡은 아이들의 ‘효용’이 아닌 다른 면모에 주목하며 치유 프로그램을 펼쳐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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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2017 마음톡톡 아이들과 여행하다」 에서 발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