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하고 싶은데 잘 안돼서 속상하고,
선생님께 칭찬받지 못해서 속상하고,
다들 그런 나를 놀리는 것 같아 너무 슬퍼요.
‘학교로 찾아가는 마음톡톡’ 프로그램에서 만난 선미(가명)의 말입니다. 선미는 중요한 문제나 또래 관계에서 갈등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눈물부터 흘리는 아이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안 되거나, 친구들 사이에서 제 감정과 생각이 수용되지 않거나, 과제를 하다가 조금이라도 어려움이 생기면 눈물을 흘리며 금새 우울해 했습니다.
아이가 울음으로 호소하면 사람들은 당황해서 무작정 달래주는 등 문제를 해결해주곤 합니다. 하지만 울음으로 해결이 되는 경우가 많아질 수록 아이들은 문제를 해결하는 다른 방법을 배우지 못하게 됩니다. 그렇게 늘어난 선미의 울음은 함께 어울려서 무언가를 하는 데 방해가 되었고, 친구들은 그런 선미를 불편하게 여기고 짜증스럽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선미가 울지 않고, 재미있게 열심히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을까요?
아이의 장점을 이끌어낸 또래관계 경험
총 12회기 동안 진행되는 ‘학교로 찾아가는 마음톡톡’ 프로그램에는 아이들의 욕구와 감정이 분출될 수 있도록 신체를 활발히 움직이는 다양한 동작 활동이 담겨 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예술활동을 즐기면서 답답함과 불안감을 날리고, 그때그때 자신의 필요와 욕구를 밝히며 감정을 표현하는 기회도 많이 갖게 되는 것입니다. 활동 속에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가진 장점이 드러나고, 치료사의 도움으로 또래 사이의 마찰도 화해하고 양보하며 협동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진행한 사전검사에서 선미는 전반적으로 우울감이 큰 반면에, 한편에는 의욕적인 모습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프로그램 진행을 위한 집단의 규칙에 다른 아이들보다 빠르게 적응했고, 또래들과 교류하려고 매사에 적극적으로 움직였습니다. 즉 선미는 뭐든지 잘 하고 열심히 하고 싶은 의욕이 강한 반면에 뒤쳐지는 학업으로 인해 자신감이 떨어지고 위축감이 커진 상태였습니다. 속상한 마음에 울음이 많아진 것이었습니다.
또래관계에 대한 강한 욕구는 새로운 체험을 만들어주고 자신감을 안겨줄 수 있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변화하는 것을 보여주고, 친구들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는다면 집단에도 긍정적인 에너지가 되어 아이들이 결속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선미는 미술활동 등 예체능을 좋아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즐거워했고, 점점 아이들에게 새롭게 인식되고 부각되는 면들이 생겼습니다.
그러던 중 6회기 때, 선미에게 자신의 행동이 다른 친구들에게 주는 영향을 깨닫도록 도와주는 사건이 생겼습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아바타로 동물 피규어를 골라 아바타를 위한 꿈의 공간을 만들어주는 활동시간이었습니다. 선미는 자신이 좋아하는 토끼가 없다며 한 시간 내내 소리내어 울었습니다. 선미로 인해 집단 활동이 중단됐고, 아이들은 매우 답답해했습니다. 치료사는 선미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울음이 활동을 하고 싶어하는 다른 친구들을 방해하고 있고, 친구들이 안타깝고 속상해 한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선미는 처음으로 단호하게, 그러나 감정을 배제하고 처벌 없이 자신의 눈물이 만들고 있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설명해주는 어른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다른 애들도 나처럼 속상할 수 있다는 걸..
난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선미는 어린 아이처럼 울면서 떼를 쓰는 것이 더이상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했습니다. 선미는 바로 울음을 멈추었습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 태도를 바꿔 자기가 원했던 토끼를 직접 만들었습니다. 선미는 그런 자신에게 스스로 만족했고 치료사도 그런 선미를 칭찬하며 응원했습니다.
친구들과 치료사가 구체적인 언어로 칭찬하며 격려해주자 점점 눈물이 줄어들고, 그동안 숨겨져 있던 능력과 재능이 더 눈에 띄게 되었습니다. 선미는 미술 표현 능력이 매우 뛰어났는데, 처음 만들어보는 것이 있을 때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머릿속으로 구상해서 신중하게 만들어갔습니다. 생각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도 예전과 달리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스스로를 격려하고 다독이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 칭찬 아이템 스티커가 좋은 효력을 발휘했습니다. 칭찬 스티커를 통해 아이들은 서로의 행동 변화에 대해 긍정적인 피드백을 할 수 있었고, 선미와 집단 전체가 자신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마음톡톡 프로그램을 마치고 사후검사 때 선미는 ‘나는 울지 않고 말한다’ 의 항목에 ‘그렇다’ 고 체크했고, 치료사에게 “앞으로도 계속 울지 않고 말할 거에요.” 라고 다짐하듯 말했습니다. 또래집단의 수용과 지지를 경험하며 사회성을 이해하게 되자 울보 습관을 고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울지 않고, 느리지만 언어로 또박또박 표현할 수 있으며, 친구들도 더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에게도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긍정적인 면과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선미는 변화했습니다.
관찰과 이해의 자세로 만드는 마음톡톡 프로그램
치료사가 아이의 울음을 다룰 때 중요한 것은 우선 ‘왜 울게 되는지’ 를 많은 관찰을 통해 살피는 것입니다. 아이가 울음으로 무엇을 해결하고 있는지, 다른 방법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 것인지, 다른 해결방법 배우려면 무엇을 어떻게 차근차근 학습해야 하는지를 관찰하고 계획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 치료사는 울음의 행동이 아이에게 어떤 상호작용을 가져오는지, 그것이 과연 아이가 원하는 것인지를 단호하게 이해시킵니다. 아이에게 울음이 아닌 다른 해결 방식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그것을 이해하고 몸에 익힐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세심히 만들어서 학습기회를 제공합니다.
아이의 새로운 시도를 기다려 주고, 작은 변화에도 끊임없이 반응해주며 격려해주면 아이들은 변합니다. 마음톡톡 프로그램은 선미처럼 더 많은 아이들이 장점과 힘을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나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