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사가 서로 다른 친구들이 다름을 인정한 후 일어난 변화

따돌림학교로 찾아가는 마음톡톡 프로그램에서 만난 6학년 민경이는 현재 학급에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친구예요. 3학년 때 머릿니가 있다는 엉뚱한 소문으로 시작해 집단 따돌림은 수년간 지속되었죠. 짝을 짓거나 그룹 활동을 해야 할 때도 아이들은 민경이와 함께하기를 꺼렸고, 민경이는 외톨이로 지내는 것에 익숙해졌습니다.

그런 민경이는 또래 아이들과는 조금 다른 점이 있었어요. 외모 꾸미기와 아이돌 가수에 열광하는 또래 아이들과 달리, 민경이는 게임과 종교에 관심이 높았습니다. 반 아이들이 아이돌 가수들의 춤이나 노래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민경이는 재미가 없다고 잘라 말해 아이들을 당황하게 하곤 했어요.

게임아이들은 사실 자기 관심사가 세상의 중심이며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외모와 아이돌 가수가 관심사인 아이들은 그것이 세상의 모든 것이고, 게임과 종교가 관심사인 민경이는 또 그것이 세상의 모든 것이지요. 다만 대다수의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것에는 도통 관심이 없고 자기만의 독특한 관심사를 가진 민경이가 대다수의 아이에게는 이상하게 보일 수밖에 없었어요.

어쩌면 머릿니가 아닌 서로 다른 관심사 때문에 아이들과 민경이는 멀어졌을지도 모릅니다.

동물소개마음톡톡은 민경이의 원만한 또래 관계 형성을 위해 총 12회기에 걸친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자신의 모습을 동물 아바타로 표현한 뒤 친구들에게 설명해주는 활동을 할 때 민경이는 자신의 아바타 목에 팔찌를 감아 답답한 목줄처럼 보이도록 했습니다. 그리고는 ‘지구온난화로 가족을 잃은 외로운 빡달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민경이는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자신의 외로운 마음과 괴로움을 표현했습니다. 평소 민경이의 말에 관심이 없었던 아이들도 이번만큼은 집중하며 민경이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들어느날 같은 반 아이들이 마음톡톡을 시작하기 전 아이돌 가수가 노래하고 춤을 추는 동영상을 보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친구들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했던 민경이는 치료사의 도움으로 친구들에게 다가가 서로의 관심사를 나누고,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친구들도 민경이의 관심사인 게임에 대해 궁금해하며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었어요.

아이들은 조금씩 다른 우리가 짝을 맞추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것에도 마음을 열고 조금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배우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달라서 나쁜 점만 보이던 아이들의 눈에 다르지만 좋은 점도 보이게 된 것입니다.

마니또

프로그램이 후반으로 넘어가자 마니또를 선정하고 ‘학교’ 공간 내에서 찍은 사진을 자신의 마니또에게 선물하는 활동을 진행했는데요. 민경이를 마니또로 뽑은 아이는 하필 영훈이었어요. 마음톡톡 교실에서 민경이를 괴롭히던 친구였거든요.

마니또에게 줄 사진선물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정성을 기울여 사진을 찍고 메시지도 적는 아이들 사이에서 영훈이는 ‘뭘 그렇게 열심히 하냐?’며 빈정거렸지만 아무도 이에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영훈이가 처음에 민경이에게 선물하겠다고 찍어온 사진은 다름 아닌 화장실이었습니다. 치료사가 이 사진이 ‘선물’임을 인지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했지만 영훈이는 아랑곳하지 않았어요. 옆에 앉은 반 친구에게 ‘민경이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장소’라고 속삭이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 역시 아무런 반응도 대꾸도 하지 않았죠.

불행 중 다행으로 그 날 민경이는 심한 감기로 마음톡톡 교실에 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사진선물을 받게 될 민경이는 ‘학교’라는 공간을 결코 치유의 공간으로 생각할 수는 없을 게 뻔했습니다.

그런데 잠시후 영훈이가 사진을 다시 찍어와도 되겠냐고 치료사에게 물었습니다. 물론 다시 찍어와도 된다고 말했지요. 영훈이는 지난 시간 우리가 함께했던 마음톡톡 교실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네가 유일하게 관심받을 수 있었던 곳이란다. 나도 너에게 관심을 줬었어.”

영훈이가 민경이에게 줄 사진 아래 적어넣은 메시지입니다.

친구들 다같이

종결 회기를 마치고 마음톡톡 교실을 나서던 민경이는 그 어느 때보다 환하게 웃으며 흥분된 어조로 치료사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마음톡톡 교실에 오고부터 좋은 일이 많이 생겼다고요. 학급에서 말을 거는 친구도 생겼고, 오늘은 영훈이가 자기 전화번호를 물어보았다며 자랑하듯 이야기했지요. 학원에서는 활발하고 적극적인데 이상하게 학교만 오면 자신이 없어졌다는 민경이가 이제 학교에서도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다며 마음톡톡 선생님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사춘기는 처음이라

아이들이 말하는 친구를 따돌리는 이유는 참으로 여러 가지입니다. 하지만 주된 요인을 찾아보면 결국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서, 내가 싫어하는 것을 함께 싫어하지 않으니까, 생긴 모습이 조금 독특해서, 옷차림이나 말투가 남달라서 등과 같이 어른 입장에서 생각하면 참 시답지 않은 이유들뿐입니다. 표현의 형태와 강도는 다르지만 나와 다른 대상에 대해 수용하고 공감하는 것이 어렵기는 사실 어른들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아이들은 그 표현이 서툴러 더 폭력적으로 드러낼 뿐이지요.

다르다고 틀리지는 않습니다. 다르다고 해서 나쁜 것은 더욱 아닙니다. 상대의 다른 점을 비판하거나 비난하기 전에 상대의 다른 점에서 자신에게는 없는 장점을 발견한다면 ‘다름’을 받아들이기 훨씬 쉬워질 거예요.


본 콘텐츠는 마음톡톡 치료사가 만난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마음톡톡 아이들을 만나다」에서 발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