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제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요?

감정표현1

긴 생머리에 호리호리한 하은이는 첫눈에 보기에도 여리고 여성스러운 6학년 소녀였습니다. 첫날 마음톡톡에 함께 온 두 친구와 수다스러울 정도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친구와 하은이 사이에는 미묘한 감정의 벽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은이는 감정 기복이 심해 갑자기 기분이 나빠지거나 우울해지곤 해서, 치료사와 친구들도 금세 눈치챌 수 있도록 행동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감정이나 기분을 적절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끝내는 눈물로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은이는 우울하거나 기분이 가라앉아 있는 이유를 물어보는 치료사에게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회피하려고 하거나 울음을 터뜨리고는 자신도 왜 우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했지요.

우울한 아이

때로 하은이는 상황에 맞지 않는 명랑함이나 수다스러움으로 내면의 불안을 감추려는 행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친해 보이던 하은이의 두 친구와도 점차 거리가 생겼고, 어느새 하은이는 그 둘의 주변을 서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은이도 다른 친구들도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만 했습니다.

마음톡톡 교실에서는 동물 아바타와 보금자리를 만드는 작업을 통해 친구들과의 관계를 형성했어요. 하은이는 자신의 아바타에게 ‘용감한 호랭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하은이는 ‘이 호랭이에게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울먹였는데 ‘아무도 들어오지 마’라는 문패를 달아주었어요. 그러나 여전히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것을 어려워하며 집단에 융합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자화상 그리기

두 번째 프로그램인 자화상 작업을 할 때 6학년 친구들이 아닌 5학년 아이와 짝을 지어 활동하면서 하은이는 그동안 쌓였던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해소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프로그램이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자신의 감정을 점점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은이의 용감한 표현은 그동안 하은이와 감정적으로 불편한 관계를 이어가던 6학년 친구들도 하은이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고, 하은이 역시 더욱 적극적으로 자기를 표현할 용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친구들은 하은이가 학교에서도 뭐든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전했고, 하은이를 비롯한 집단의 변화를 예고했습니다.

연극

마음톡톡 교실에서는 연극 발표 시간을 가졌어요. 연극 활동을 준비하는 과정은 예상처럼 수많은 갈등의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하은이는 그 과정에서 다양한 에너지를 사용하며 집단원들을 조율하고 이끌어나갔습니다. 그동안 소심함과 두려움 때문에 빛을 발휘할 기회가 없었던 하은이의 수많은 강점이 빛을 발하는 시간들이었지요.

연극 발표를 성공리에 마치고, 종결 회기를 진행할 때 하은이는 ‘이제는 마음톡톡에 안 와도 돼서 속이 시원하다’라고 소감을 말했습니다. 그만큼 친구들과 놀 시간이 훨씬 많아졌기 때문이랍니다. 서툴고 투박하게 표현하기는 했지만 초반에 모기만 한 목소리로 친구들과 잘 지내는 방법을 알고 싶다고 말하던 하은이가 친구들과 놀 시간에 대한 기대로 부푼 감정을 확실하게 표현하게 된 것입니다.

웃는 아이

누구보다 씩씩하고 멋있게 친구들 앞에서, 그리고 선생님께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스스로에 대한 기대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기대에 부합하게 말할 자신이 없을 때, 아예 말을 하지 않기로 하고 입을 닫아버리기도 하죠. 자기표현에 자신이 없을 때 가장 두려운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자신의 기대를 실현하는 것도 멋진 일이지만 꼭 멋지게 해내지 못했어도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한 일이 아닐까요?

 


본 콘텐츠는 마음톡톡 치료사가 만난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마음톡톡 아이들을 만나다」에서 발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