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분을 몸으로 표현해요! 사이 나쁜 초등학교 아이들이 단짝으로 변한 사연

어린이들의 한 뼘 친구 마음톡톡이 마음치유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드립니다.

어느 날 아이들이 다투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듣고, 상황을 해결하려고 가보니 이미 저희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있더라구요. 아이들이 이전과 다르게 자기 표현을 많이 하게 됐어요. 간혹 자기 표현이 너무 많아 제가 힘들 때도 있지만 긍정적인 변화인 만큼 기쁘게 생각하고 감내하렵니다.

마음톡톡 위(Wee)센터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초등학교 4학년 학급. 총 20명으로 구성된 이 학급 학생들은 학교 특성상 1학년 때 한 반이었던 친구들이 줄곧 같은 학급에 편성돼 진급했습니다. 아이들은 4년 내내 한 학급에서 생활하며 제때 해소하지 못한 서로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마음에 쌓아두고 있었습니다.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아이들은 서로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조금씩 공격적인 행동으로 표출하기 시작했고, 학급은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고 합니다.

학교 안에서 또래관계 갈등 때문에 싸우는 친구들

이 학급은 이미 교내에서 ‘문제 학급’이라는 낙인이 찍혀 있었고, 아이들 역시 ‘우리는 만나기만 하면 싸우기만 하는 학급이야’, 그래서 ‘뭘 해도 안 될 거야’라는 부정적 평가를 하고 있어 자신이 속한 학급에 대한 신뢰가 매우 낮았습니다. 또한 부정적인 말과 행동으로 소통하는 것이 일상화 되어 있는 학급 분위기에 대해 아이들 각각은 심한 스트레스를 느꼈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기 표현을 어려워하며 소극적인 행동을 보였습니다.


학급 공통의 문제를 아우르는 프로그램 준비

치료사들은 담임교사와 협의하여 한 학급을 세 개의 집단으로 나누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집단의 특성을 반영해 내현화 집단, 외현화 집단, 혼합 집단으로 구분하려 했으나 큰 범주에서 볼 때 결국 학급이라는 하나의 집단에 소속된 아동들인만큼 모두 혼합집단으로 구성하도록 변경했습니다. 집단 안에서 자신과 타인의 차이를 이해하고 이해받는 상호 존중의 경험을 통해 아동 스스로 균형감을 획득하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목표 하에 총 12회기 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1. 집단원들과 함께 리듬을 타는 움직임을 통해 친밀감과 결속력을 경험한다.
  2. 타인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자신의 것과 통합하여 협동의 의미를 이해하고 성장한다.
  3. 합동 움직임을 통해 개인과 집단의 장점을 발견하고, 집단 내에서의 지지 경험을 통해 집단 관계성을 향상시킨다.

몸으로 안전하게 나를 표현하고 친구에게 공감하다

무용 동작 치료를 통해 자신의 신체를 지각하고 있는 아이의 모습

프로그램 초반 : 내 몸을 인식하다

마음톡톡은 아이들이 보다 안전하게 자기 표현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기 위한 준비 과정으로, 자신의 신체를 인식하도록 했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동작으로 움직임을 경험하고 신체를 활성화 하는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프로그램 중반 : 타인과의 거리를 배우다

아이들은 스톱(stop)/고(go) 움직임 놀이와 마스킹테이프를 사용해 자신과 타인의 공간을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놀이를 통해 서로의 안전 거리를 확인하며, 상호 간에 안전한 공간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움직임으로 표현하고 경험하는 기회였습니다. 공간 및 경계 인식과 조절 경험을 통해 자신과 타인의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고 배려하는 경계 형성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특히 재경(가명)이는 타인과의 경계 인식이 부족해서, 다른 친구의 개인적 공간을 아무렇지 않게 드나들며 불편을 끼치면서도, 자신의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즉각적으로 감정을 드러내곤 했습니다. 공간 인식 활동 시간에 재경이는 친구가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며 “선생님, 전 지금 가깝게 앉은 이 자리가 불편해요. 지금은 이렇게 앉고 싶지 않아요.” 라고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매우 직설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치료사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 묻자, 재경이는 집단과 거리를 두고 뒤에 앉아서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며 안전한 자기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이 때 치료사는 재경이의 의견을 존중하면서도 집단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재경이와 시선을 맞추며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재경이는 치료사의 개입 없이도 스스로 집단으로 돌아왔고, 한결 편안한 얼굴로 친구들과 활동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프로그램 후반 : 타인의 감정을 공유하다

소그룹 단위의 작업이 중점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소그룹 작업을 통해 집단의 힘을 경험하고, 상대방 감정의 움직임을 미러링(mirroring) 하며 공동의 리듬과 힘을 경험하는 한편, 서로의 움직임을 공유하고 소통하며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완성된 4학년 1반 장점나무

아이들이 심리 치료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과 친구의 장점을 적어놓은 나무

학급 전체가 함께 한 합동 회기를 처음으로 진행했던 9회기. 9회기에는 우선 기존의 세 집단 별로 공간을 형성했습니다. 이후 세 집단은 북소리에 맞춰 움직이기 시작했고, 점차 하나의 커다란 원을 만들며 대집단으로 확장했습니다. 그런 다음 아이들은 자신과 친구들의 장점을 탐색하고 글로 써서 개인 별로 준비한 선물 상자에 담았습니다. 친구들이 인정하고 써준 장점 선물을 받는다는 것에 아이들은 잔뜩 설레어 기대감을 표현했습니다.

10회기에는 학급 전체가 원을 만들고 북소리에 맞춰 함께 움직이면서 신체 움직임을 확장하고 안정적인 환경을 형성하는 것으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지난 시간 작업했던 선물 상자를 받은 후 각자 자신이 받은 장점을 확인했습니다. 아이들은 하나같이 자신도 미처 몰랐던 장점이 있다며 쑥스러워 하면서도 자랑스러워 했고, 학급 인원 수보다 더 많은 장점 개수에 만족감을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반 장점나무 만들기’가 진행되었습니다. 학급 구성원 각각의 장점은 나무 뿌리에 담고, 학급 전체의 장점은 잎사귀로 표현한 장점나무가 완성된 후 아이들은 다 함께 큰 소리로 “우리 반은 OOO해”라고 외쳤습니다.

우리 반은 너무 소중해! 우리 반은 웃음이 넘쳐!

아이들은 함께 외친 학급 전체의 장점을 상징적인 움직임으로 표현하고, 서로 따라하면서 자신과 집단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통합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총 12회기에 걸친 마음톡톡 위(Wee)센터 치유 프로그램이 종결된 후, 아이들은 자기 표현력과 또래 간의 친밀감이 향상되면서 의사소통이 원활해졌고, 학급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바탕으로 문제해결능력 또한 한층 향상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제는 지나치게 원활한 소통이 또 다른 어려움이라는 담임선생님의 즐거운 하소연에 마음톡톡 치료사들도 행복한 마음으로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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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2017 마음톡톡 아이들과 여행하다」 에서 발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