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조용~하길래, 이 녀석 방에서 낮잠 자나 싶어
방문을 살짝 연 순간… 가슴이 철렁…
컴퓨터 모니터엔 민망한 장면이 한가득..
화면에 들어갈 기세로 야동에 푹~ 빠져들어있는 아들을 목격했습니다. 눈치 못 채게 살짝 문 닫고 나오려다가 아이와 눈이 마주쳤는데… 서로 무척 당황스러워 어찌할 바를 몰랐네요.
청소년들과 주로 만나 상담을 진행하는 저는 아이들이 스마트폰으로 그룹 카톡방에 성인물을 경쟁적으로 올리고 경험담이나 노하우를 전수하는 모습을 빈번히 접하게 됩니다. 놀랄 일이라기보다는 요즘은 그 나이라면 당연한 절차의 개념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어느 날 저희 반 여학생이 “선생님 ‘010’이 뭔지 아세요? 자꾸 한 친구가 ‘010’ 있냐고 물어보고 다녀요”라고 하더군요. ‘010’은 남자의 성기를 표현한 은어예요. 성에 대한 아이들의 호기심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그 이상이죠. 베테랑 선생님들께서 입을 모아 하시는 말씀이 ‘당황하면 안 된다, 아이들의 호기심에 선생님들이 열려 있다고 느끼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죠.
요즘 남자애들도 5-6학년이면 사춘기고, 초등학교 수학여행 가서도 모여 앉아 야동 보는 게 일이라고 하더라고~ 중 1이면 그럴 때도 됐지. 엄마가 이렇게 아들이 여전히 귀요미인 줄 알고 있는 걸 보니 아들도 꽤 놀랐겠네~
14살, 한참 성에 대해 호기심이 많아질 나이이긴 하죠. 하지만, 이런 동영상 때문에 아이가 성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가지게 될까 걱정이 됩니다.
아이들도 그런 영상을 통해 보이는 것은 모두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야동을 보는 것을 무작정 막는다거나(막을 수도 없고…) 부모 세대의 성 관념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식의 교육은 더 이상 영향력이 없죠.
다른 부모님의 경우를 보면, 그 자리에서 잔소리하시거나, 아이의 방문을 유리로 바꾸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대응하고 계셨어요. 이런 방식은 오히려 아이와 부모님과의 사이를 더 데면데면하게 만들 뿐이죠. 10대의 성문화는 생각보다 훨씬 개방적이에요. 이를 음지로 끌어내려 일상 대화에서 차단하고, 성에 대한 호기심을 그들 속에서 해결하도록 방치하는 것이야말로 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만드는 것이죠.
일단은, 야동이 아들의 눈과 귀를 현혹하고 이성을 마비시킨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아들의 도덕성과 성품을 믿어줘. 아이들이 우리들 생각처럼 그렇게 막 나가지는 않는다고, 나름의 판단력과 절제력이 있다니까?
성교육을 집에서 시켜본 적도 없고, 아이와 막상 이야기하려니 민망하기도 하고. 그냥 모른 척하고 넘어가야 하는 건지… 가정에서 아이 성교육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해결책은 ‘성인물 차단’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것이죠. 요즘은 사회에서는 콘돔이나 피임약 사용법 등을 상세히 알려주는 성교육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가정에서는 ‘성’ 은 단순한 즐거움이 아니라 생명에 대한 책임과 인격적 상호 존중의 관계, 절제가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셔야 합니다.
가정에서 대화 주제가 갑자기 ‘성’이 된다면 아이는 뒷걸음칠 거예요. 중요한 건 언제나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저희 집의 경우 드라마에서 키스신이 나오면 부모님께서 먼저 “멋지다, 예쁘다” 등 자연스레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셨죠. 덕분에 제 동생은 몽정을 했을 때도 아버지께 말했다고 해요. 어색하고 노력이 요구되지만 성을 가족 안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