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자원개발 히스토리

대한민국은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에너지자원 절대빈국인 셈이다. 하지만 동시에 산유국이다.

지난 2004년, 울산 앞바다 남동쪽 58km 지점 제6-1광구 고래 Ⅴ구조에서 천연가스 생산에 성공하며 세계 95번째 산유국으로 기록됐다. ‘동해-1 가스전’으로 명명된 이곳에서는 하루 평균 4,600만 입방피트의 천연가스를 생산하는데, 석유공사는 이를 해저 관로를 통해 육상으로 운반한 이후, 열량 조절 등 품질 보정 작업을 거쳐 울산, 경남지역 31만 가구의 도시가스로 공급하고 있다.

적은 양이지만 석유도 생산되고 있다. 동해-1 가스전에서는 컨덴세이트로 불리는 초경질 원유가 부산물로 생산되는데, 물량은 하루 평균 890배럴로 자동차 1만8000대를 운행할 수 있는 양이다. 동해-1 가스전에 이웃한 동해-2 가스전도 오는 하반기 본격 생산에 돌입한다. 울산 신항 개발 작업이 지연되면서 생산 시점이 늦춰지고는 있지만,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오는 10월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가게 된다.

국민적 숙원, 산유국 진입 꿈 이뤄

2011년, 유명 여배우인 하지원이 주연한 ‘7광구’라는 영화가 개봉했다. 제주도 남단에 위치한 7광구를 배경으로 석유시추선 이클립스호가 석유 개발 작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해저 괴물과 벌이는 사투를 다룬 영화로 인기를 끌었는데, 이 영화의 무대가 실제 역사적 기록에 근거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제주도 동남쪽과 일본 규슈 서쪽 사이에서 한ㆍ일 양국이 대륙붕 공동 개발을 진행한 곳이 바로 7광구다. 1970년대 추진된 양국 간 공동 원유 개발은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현재는 잊힌 존재가 됐다. 하지만 당시 ‘7광구’라는 유행가요가 인기를 끌었고 2000년대 들어 영화 소재가 될 정도로 산유국 진입은 자원 빈국 대한민국의 숙원이었는데 동해 가스전 생산을 기점으로 꿈을 이룬 상태다.

다만 아쉬운 점은 조만간 산유국 타이틀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동해-1 가스전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가 바닥을 보이고 있고 오는 10월 본격 생산에 돌입하는 동해-2 가스전의 수명 역시 길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 동해 가스전 생산 종료 시점을 산업부는 2019년까지로 전망하고 있어 3년 이후에는 원유와 천연가스 전량을 수입할 수도 있다. ‘한때 산유국’으로 전락할 수도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자원개발은 언제부터 시작되었나?

대한민국 자원개발 히스토리

우리나라 영토에서 처음으로 자원 개발 작업이 시작된 것은 1959년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국립지질조사소라는 정부 산하 기관이 전남 해남 우황리 일대에서 첫 석유 탐사를 시행했고 이후에도 포항 등 육상 탐사 작업이 여러 차례 시도됐지만, 원유 발견에 실패했다.육상에서 원유 찾기에 실패하자 정부는 1970년, 해저광물자원 개발법을 제정, 공포하고 국내 대륙붕에 대한 본격적인 탐사에 돌입한다.
당시에는 국내 유전 개발 기술력이 일천해 외국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탐사를 진행했는데 석유발견에 실패하면서 1980년대 초반에 모두 철수했고 자원개발 공기업인 한국석유공사(당시 한국석유개발공사)가 설립되는 계기가 마련됐다.
우리나라가 산유국 대열에 진입한 것은 석유공사의 탐사 노력 덕분인데 지난 1998년, 석유공사는 동해-1 가스전에서 경제성을 갖춘 양질의 천연가스전을 확인했고 2004년 이후 본격적인 생산에 나서면서 에너지 부분 자립의 전환점이 마련된 상태다.

멈추지 않는 산유국의 꿈..부존 가능성 높은 유전 집중 개발 중

정부는 앞으로 수년 안에 수명을 다하는 동해 가스전을 천연가스 저장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경남 지역 가정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던 동해 가스전은 조만간 가스 저장 기지로 역할을 바꾸게 되는 셈이다.
동해 가스전에 이어 대한민국을 산유국 지위에 올릴 유망 광구 개발에 민관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아직 경제성이 확보된 추가 유전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석유공사는 국내 대륙붕 중 서해와 제주, 울릉 등 3곳을 원유 부존 가능성이 높은 대규모 분지로 점 찍고 이 지역을 우선 탐사지역으로 설정해 정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국내 대륙붕 수역

상업성이 확인된 해외 개발 광구 등에 지분 투자 방식으로 자원 개발 사업을 진행해오던 국내 기업들도 리스크가 높은 국내 대륙붕 탐사 사업에 참여 중이고, 철수했던 외국 개발 기업도 다시 찾고 있다. 지난 2011년,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대우) 등 국내 민간 기업들이 사상 처음으로 국내 대륙붕 탐사 사업에 참여했고 현재 유전 개발 작업을 벌이고 있다. 호주의 글로벌 자원개발 기업인 우드사이드(Woodside)도 동해 8광구와 6-1 광구 북부 심해저 등에 대한 유전 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국내 대륙붕에서 마지막으로 유전 개발 사업을 벌인 외국 기업은 영국 커클랜드로 1992년에 동해 제5광구에 지분 참여하며 시추 1공에 대한 탐사 작업을 벌였는데 유전 개발에 실패하면서 1994년에 철수했다.

그 이후, 2007년 호주 우드사이드가 한국석유공사와 공동으로 동해 심해저 광구에 대한 유전개발 탐사권을 취득했고, 외국 기업 철수 이후 16년 만에 국내 대륙붕에서 외국 자원 개발 기업이 탐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 관계자는 “동해 가스전의 뒤를 이어 원유 등을 생산할 유전이 아직 개발되지는 않았지만, 자원 부존 가능성이 높은 분지가 확인되고 있고 호주 우드사이드와 국내 기업들이 국내 대륙붕에 대한 탐사 시추 작업을 진행 중인 만큼 경제성을 가진 유전 개발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industrial writer GScaltex 에너지, 에너지칼럼
지앤이타임즈 김신 발행인

전북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전공과는 상관없는 에너지 분야 전문 언론에서 20년 넘는 세월을 몸담고 있는 에너지 분야 전문 기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