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값의 12%로 같은 거리 달린다는 전기차, 그 진짜 이유는?

[에너지리더]

휘발유값의 12%로 같은 거리를 달리는 전기차, 그 진짜 이유는?

100km 주행 연료비 ‘2,759원 = 전기차 급속 충전요금

정부는 지난 12일부터 전기차 보급 활성화 목적으로 급속 충전요금을 크게 내렸다.
kWh당 313원이던 급속 충전 요금을 44% 내려 173원만 받고 있다.
그 결과 경쟁 수송연료와 비용차이는 더 크게 벌어지게 됐다.

100km 주행 시 휘발유차, 경유차, 전기차 소요 비용

연비가 13.1㎞/ℓ인 휘발유 차량이 리터당 1499.65원짜리 연료를 주입하고 100km를 달릴 때 드는 비용은 1만1448원에 달한다. 이 경우 전기차 연료비용은 24% 수준에 그친다. 연비가 17.7㎞, 연료 가격은 리터당 1292.58원으로 기준으로 경유차와 비교해도 전기차는 38% 정도의 연료비용으로 100km를 달릴 수 있다. 신용카드 제휴혜택을 감안하면 충전요금은 더욱 떨어진다. 그린카드를 사용해 충전하면 요금의 50%를 추가로 할인받아 휘발유 연료 대비 12%, 경유는 19% 수준으로 같은 거리를 달릴 수 있다.

석유로 발전한 전기 가격이 더 낮은 이유?

전기는 ‘2차 에너지’다. 석탄이나 석유 등 1차 에너지가 투입된 발전과정을 거쳐 생산된다. 비단 ‘원가(原價)’ 차이를 논하지 않더라도 경제학 용어인 ‘부가가치(附加價値)’를 감안하면 2차 에너지가 1차 에너지 가격보다 높아야 한다.

‘부가가치’는 물건 생산과정에서 덧붙여지는 가치로 1차 에너지를 사용해 2차 에너지인 전기가 만들어지는 과정 역시 그만한 가치가 더해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전기가격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한 에너지 관련 토론회에서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협동과정 이종수 교수는 ‘한국은 2차 에너지인 전기가격이 1차 에너지인 유류 가격보다 낮다’며 이 같은 현상은 주요 OECD 국가 중 유일하다고 말했다.

더구나 그린카 보급을 명분으로 연료가격이 정책적으로 결정되는 수송용 전기에너지는 가격결정 메카니즘이 없다는 지적이다. 전기차 보급 확대의 결정적인 유인 수단으로 낮은 충전요금이 전면에 내세워지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전기차로 똑같은 거리를 달리는 경우 휘발유 가격 대비 12% 수준만 지불하는 파격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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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보다는 세금이 좌우하는 수송 연료 가격!

수송연료 경쟁력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요소는 생산원가보다는 세금이다. 휘발유를 예로 들면 소비자가격 중 절반 이상이 세금이다. 오피넷에 따르면 1월 두 번째 기준 휘발유 소비자 가격 중 세금 비중이 58.6%를 기록했다. 소비자들은 휘발유 1리터를 100원에 구매할 때 59원 가까이 세금으로 내고 있는 것이다. 세금의 종류도 복잡, 다양하다. 교통에너지환경세를 중심으로 교육세, 지방주행세, 부가가치세와 관세가 부과된다. 이외에도 석유수입부과금, 석유품질검사수수료가 추가된다.

LPG 부탄도 개별소비세, 교육세, 부가가치세, 관세와 더불어 석유판매부과금, 안전관리부담금, 석유품질검사수수료가 매겨진다. 그런데 전력에너지에 부과되는 세금은 부가가치세가 유일하고 특별회계 기금인 전력산업기반기금이 더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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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송용 충전요금은 고무줄~

전기는 산업용, 가정용, 교육용 등 용도에 따라 다양한 요금 테이블이 적용된다.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면서 충전요금체계도 마련됐는데 고무줄 가격정책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면서 충전요금체계도 마련됐는데 고무줄 가격정책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완속충전과 달리 전기차 급속충전은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무료로 공급됐다. 이때까지 전기차 운전자들은 수송에너지인 전기를 비용지불 없이 사용한 것이다. 하지만 전기에너지가 공짜로 공급되고 국가재정 손실로 이어지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지난해 4월에 급속충전을 유료화시켰다.

당시 정부는 내연기관 차량 연료비의 최대 60% 선에서 급속충전요금이 결정한다고 밝혔는데 8개월여 만에 요금인하에 나섰다. 전기차 보급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적용요금의 40% 정도만 받겠다는 것이다. 우려되는 대목은 에너지 가격의 형평성과 예측 가능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린카드 등의 혜택까지 감안하면 전기차는 휘발유 대비 10% 수준의 비용만으로 동일한 거리를 달릴 수 있게 된다. 다만 전기차 운전자가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전기에너지 스스로의 가격경쟁력 때문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최소한 전기 생산원가는 보존 받아야 하는데 예외가 적용되면서 내연기관 수송연료와의 형평성 왜곡이 발생하고 있다.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는 그 언젠가 정부는 충전요금을 현실화시켜야 하는데 관련 로드맵이 없다. 전기 생산원가에 부가가치까지 더해진 충전요금이 결정되며 현실화되는 그 언젠가, 전기차 운전자들은 ‘그간의 특혜’가 ‘일시적인 정책적 배려’였다고 너그럽게 이해할지 의문이다.

‘Well-to-Wheel’로 평가돼야 하는 전기 환경 성능

‘전기에너지가 과연 청정한가’와 관련한 논란도 전기차 보급 확대에 앞서 해결돼야 할 과제다. 전기자동차 자체는 오염물질 배출이 없어 대기오염 저감에 유용한 수단이지만 전기 자체가 깨끗한 것은 아니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전기에너지와 전기차의 환경 친화 여부를 설명하는 수단으로 ‘Well-to-Wheel’ 개념이 사용된다. ‘Well’은 원유가 생산되는 우물, ‘Wheel’은 자동차 바퀴를 의미한다. 에너지가 생산되는 단계부터 전기가 만들어지고 그 에너지로 자동차가 달리는 전 과정이 담겨져 있는 것인데 ‘Wheel’을 제외한 대부분 단계가 청정하지 않다.

대한민국 연간 에너지 발전량 믹스

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저 발전은 석탄과 원자력이 담당하고 있다. 2015년 기준 전체 발전량 중 석탄발전이 48%, 원자력이 38%로 무려 86%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기저발전(基底發電)’은 국가 전체 전력 기본수요를 담당하기 위해 24시간 연속으로 운전되는 발전인데 경제성이 우선되면서 당장 발전원가가 저렴한 석탄과 원자력 의존도가 높다. 문제는 석탄은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등 다양한 대기오염원 배출로 환경에 유해하고, 원전은 안전과 관련한 갈등 또한, 수명 종료 이후 천문학적 해체 비용 등을 사회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오염물질 배출이 전혀 없는 전기차이지만 정작 그 연료를 생산하는 과정은 대기 환경오염과 안전 관련 사회적 논란, 후처리 비용부담 등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Well-to-Wheel’ 개념의 전주기적인 환경·편익까지 감안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본 콘텐츠는 지앤이타임즈(석유가스신문)의 협력으로 제작된 콘텐츠입니다.


industrial writer 2월호 에너지, 에너지칼럼
지앤이타임즈 김신 발행인

전북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전공과는 상관없는 에너지 분야 전문 언론에서 20년 넘는 세월을 몸담고 있는 에너지 분야 전문 기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