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기 잡은 손, 한 끼 식사 값 아낀다

주요소 5곳 중 1곳이 셀프주유소

기름 묻히는 수고로움, 기름값 절약으로 보상 받는다

고유가는 석유 소비 패턴도 바꿔놓았다. 운전자가 차에서 내려 ‘총’으로 불리는 ‘주유기’를 잡고 기름을 넣는 장면은 이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불과 5~6년 전까지만 해도 선비의 나라 대한민국에서 운전자가 손에 기름을 묻히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차에서 내려 손에 기름을 묻히는 수고로움은 기름값을 아끼는 대가로는 무시할 만 했다.

하지만 2008년,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대까지 치솟는 고유가 상황이 도래하며 휘발유 소비자가격이 1리터에 2000원에 근접했고 소비 심리는 변하기 시작한다. 석유업계는 기름값을 내리는 방안을 찾기 시작했고 인건비를 아껴 기름값을 낮추는 방식의 셀프 주유소는 그렇게 하나 둘씩 늘어나게 된다. 기름값에 무감각하던 소비자들도 리터당 20~30원을 아끼는 대가로 직접 기름을 넣는 수고로움을 감수하는 분위기로 반전됐다.

고유가 영향으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셀프주유소 6배 증가

주유소 사업자 단체인 주유소협회가 셀프 업소 현황을 첫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1월, 전국 셀프 주유소는 352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재 전국적으로 영업중인 셀프 주유소는 2000곳을 넘어서며 5년여 만에 6배 가까이 증가했을 정도다.

한 달 평균 8000원 절약 가능, 서울 셀프 효과 가장 커

오피넷에 따르면 3월 한달 동안 전국 셀프 주유소에서 판매한 휘발유 평균 가격은 1리터에 1318.4원을 기록했다. 반면 비셀프 주유소에서 주유원이 직접 기름을 넣어주는 풀서비스 방식은 1356.02원을 지불해야 했다.

운전자가 차에서 내려 ‘총’을 잡고 휘발유를 넣는 수고의 댓가는 일반적으로 1리터당 37.62원의 절약 효과로 돌아 왔다. 셀프 주유소에서 50리터의 휘발유를 채웠다면 1881원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경유 가격도 셀프 주유소의 평균 판매가격이 비셀프 주유소보다 리터당 39.2원 낮았다.

리터당 셀프 주유소와 비셀프 주유소 휘발유 가격 차이

셀프 주유소를 찾게 되면 휘발유나 경유 1리터를 비셀프 주유소 보다 30~40원 싸게 구매할 수 있으니 일주일에 한 번씩 50리터를 주유한다고 가정할 경우 한 달에 7~8000원 정도를 절약할 수 있다. 제법 괜찮은 한 끼 식사 값 정도는 아낄 수 있는 금액이다.

셀프 주유소 이용 때 절감할 수 있는 비용은 지역별로 편차가 컸다. 서울에서 셀프 주유소를 이용하면 비셀프 주유소 보다 리터당 100원 이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3월 기준 셀프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333.73원으로 비셀프 주유소 가격인 1458.74원 보다 125.01원이 낮았다. 50리터 주유할 때 마다 6250원 정도를 아낄 수 있는 셈이다. 경유도 셀프 주유소를 이용하면 비셀프 주유소보다 130.94원이나 낮았다. 이같은 현상은 셀프 주유소 기름값은 서울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큰 차이가 없는 반면 비셀프 주유소는 서울 기름값이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높은 영향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셀프 주유소와 비셀프 주유소 지역별 가격 차이

실제로 3월 기준 서울 셀프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1리터에 1333.73원으로 인접한 경기도의 평균 가격인 1329.31원에 비해 4.42원이 차이 나는데 그쳤다. 하지만 비셀프 주유소는 서울 휘발유값이 1458.74원으로 경기도 평균인 1363.59원 보다 95.15원이나 높았다.

서울이나 경기도 모두 셀프 주유소 이용객들의 기름값 지출은 큰 차이가 없었지만 비셀프 주유소는 땅값 비싸고 인건비 부담이 큰 서울 주유소가 상대적으로 크게 높았다. 울산도 셀프가 비셀프에 비해 휘발유는 리터당 49.19원, 경유는 50.5원이 저렴해 셀프 주유의 대가가 상대적으로 컸고 인천도 셀프 주유소 기름값이 리터당 40원 이상 낮았다.

전체 주유소중 17%가 셀프, 대도시 집중도 높아

셀프 주유소는 전국적으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만큼 보편화되고 있다. 올해 1월 현재 전국적으로 운영되는 셀프 주유소는 총 2138곳으로 집계됐다. 전체 영업주유소인 1만2160곳중 17.6%가 셀프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GS칼텍스도 전국적으로 총 443곳의 셀프 주유소가 영업중이다.

셀프 주유소는 대도시에서 인기가 더 많다. 서울을 포함한 광역권의 셀프 주유소 도입 비중이 현저하게 높다.

주요 도시별 셀프주유소 비중

셀프 주유소가 대도심 권역에 쏠리는 것은 몇 가지 원인으로 풀이된다. 높은 땅값과 인건비 때문에 구조적으로 지방 소도시 보다 기름 판매가격이 높을 수 밖에 없어 셀프화를 통해 인건비를 절감하고 그만큼 기름값을 내려 소비자에게 어필하려는 경영 전략이 한 가지 요인이다.

이직률이 심한 주유 업종의 특성 때문에 셀프화로 구인난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industrial writer 2016년 기름값 에너지, 에너지칼럼
지앤이타임즈 김신 발행인

전북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전공과는 상관없는 에너지 분야 전문 언론에서 20년 넘는 세월을 몸담고 있는 에너지 분야 전문 기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