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에게 듣는 에너지 이야기 6편 – 전력수급 패러다임 전환의 방향성
올 여름은 평년보다 덥고 비도 많이 온다고 예보되었습니다. 기상예보가 항상 맞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주에 이어 주말, 그리고 이번 주까지 비가 계속되고 있어 예보에 딱 맞춘 장마철입니다. 지역에 따라 비가 너무 많이 내려 피해를 입은 곳도 보도되고 있는데요, 정확한 예보와 철저한 준비로 더 이상 비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더위와 장마 이외에도 올 여름을 더 덥게 만드는 것! 바로 전기절약인데요, 가정과 산업체, 공공기관에 이르기까지 사회 각 분야에서 전기수급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구슬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재작년 9.15 순환정전사태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전기가 없는 생활은 상상할 수 없는데요. 현재와 같은 전력수급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알아보고 장기적인 해결방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전문가에게 듣는 에너지! 제6편은 ‘전력수급 패러다임 전환의 방향성’에 대해 한밭대학교 조영탁 교수에게 들어봤습니다.
조영탁 교수 / 한밭대학교 경제학과
생태경제학과 에너지경제학을 전공하였고,
전력수급기본계획 위원, 전력위기 대응체계 개선 TF위원,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장으로 활동했음.
현재 기후변화센터 정책위원, 에너지시민연대 감사,
소비자 시민모임 석유시장감시단 위원을 겸하고 있음
“경제활동에서 전력은 필수적인 존재입니다. 혈액이 공급되지 않으면 생명활동이 중지되는 것처럼 전력이 공급되지 않는다면
모든 경제활동은 중단되겠죠. 공장가동이나 통신, 금융서비스도 불가능 할 것이고 당장 교통신호등, 지하철도 이용하지 못할
겁니다. 전력은 다른 에너지원의 생산과 사용에도 밀접하게 연계돼 있어 전력공급이 중단되면 석유와 가스 등 다른 에너지
사용도 어려울 것입니다.”
Q. 반복되는 전력위기, 그 근본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현재의 전력수급 위기는 현상적으로 본다면 원전 부품비리와 이로 인한 원전가동 중지가 원인인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는 수급위기를 악화시킨 원인이지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하절기•동절기에는 늘 전력수급 위기가 반복되어 왔기 때문인데요.
현재는 물론 지난 몇 년 동안 지속된 전력수급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구조적인 측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구조적 원인이란 우리나라 에너지가격(즉 유류세제와 전기요금)의 왜곡에 기인하는데요, 전기요금이 지나치게 낮아 전력수요를 촉발하였고, 고유가 이후 유류가 저렴한 전력으로 대체되면서 전기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에 전력수급 위기가 나타났다는 것이죠.(에너지의 전력화)
같은 고유가 시기를 겪었지만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만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우리나라가 오랜 기간 ‘유류가격은 높게 그리고 전기요금은 낮게’라는 기조로 유류세제와 전기요금 정책을 운용했기 때문입니다. 외국에는 전기가 여러 가지 에너지 중에서 제일 비싼 데 우리나라는 정반대가 되어 있는 것이죠. 이러한 구조적인 원인은 전통적인 전력수급 패러다임과 연계하여 생각할 수 있습니다.
Q. 전통적인 전력수급 패러다임은 특징은 무엇이고,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나요?
전통적인 전력수급 패러다임이란 정부가 물가안정과 산업경쟁력을 위해 전기요금을 계속 억제하고, 이로 인해 전기수요가 급증하여 이를 공급하기 위해 저렴한 원전과 유연탄발전에 기초한 장거리 송전망을 통해 전력을 공급하는 체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적 수용성이 떨어지고 공급의 불안정성이 커지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원전과 유연탄 발전은 냉각수 문제와 부지 갈등 때문에 해안지역에 대규모로 조성하기 때문에 장거리 송전망 사용이 불가피한 방식입니다. 그러나 주민반대와 보상관련 문제로 송전망 여건이 점점 열악해 지고 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추가 송전망 건설도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또한 송전망을 추가로 건설한다 해도 현재 수도권의 전기 수요밀도는 너무 높습니다.
수도권이 지속적으로 비수도권의 전력공급에 의존하게 되면 수도권 전력공급이 더 불안해진다는 것입니다. 낮은 전기요금으로 인해 전기수요가 증가하는데 발•송전 등 공급여건은 점점 열악해지는 상황으로 한마디로 말해 원전 및 석탄에 기초한 장거리 송전망 체계의 위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Q. 우리나라 전력수요 급증은 예상하지 못한 결과인가요?
많은 전문가들이 전력수요의 과소예측을 우려해왔는데요, 통상 발전소 건설에는 2년에서 10년까지 소요됩니다. 따라서 현재 전력수급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수 년전에 전력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따라 발전소 건설을 미리 해야 합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에 예측한 2010년대 초반의 전력피크는 현재 전력피크보다 15% 정도 낮습니다. 설비예비율을 15%로 본다 하더라도 예비력이 부족해서 아슬아슬한 상황인 것이죠.
전력수요가 예상을 넘어서 급증하게 된 이유는 크게 가격요인과 산업구조 요인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가격요인은 앞에서 말한 에너지 가격의 왜곡으로 인한 에너지 전력화가 주된 요인입니다. 산업구조 요인은 제철, 석유화학, 시멘트 등의 전통적인 전력다소비 산업에 이어 최근 IT산업의 전력수요가 급속하게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IT 산업체들이 수도권에 몰려있어 수도권 전력수요 문제가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Q. 현재의 전력수급 위기는 앞으로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앞서 언급한 전통적인 전력수급 패러다임 중 전력요금 등 가격체계의 왜곡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한 것은 예비력 위기로, 수도권의 전력수요 급증과 원격지 공급으로 인한 송전망 문제는 계통위기로 볼 수 있는데요, 예비력 위기는 새로운 발전소가 준공되는 2014년 이후에는 완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만, 계통위기는 악화추세에 있어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특히 계통위기의 경우 수도권의 수요집적 문제와 대규모 발전단지의 불안정성이 문제인데요, 현재 상태라면 송전망 계통에서 문제가 발생하여 정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Q. 전력수급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과제, 전통적인 전력수급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전통적인 전력수급 패러다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비와 공급측면 둘 다 개선이 필요합니다. 수요측면에서는 무엇보다 전력수요를 연착륙시켜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에너지 가격왜곡을 바로 잡아야 가능합니다. 즉 유류세는 낮추고 전기요금을 현실화시켜 유류가 전기로 전환되는 것도 막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물가, 에너지세제, 전기요금 등의 통합적인 관리가 필요할 것입니다. 또한 냉난방용 전력수요를 줄이기 위해 전기보다 석유와 가스 등의 유류를 더 많이 활용하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공급 측면에서는 전력망의 안정적인 관리, 수요지 근처에 입지할 수 있는 가스발전의 비중을 높이는 등 송전망의 건설을 최소화하도록 발전설비를 분산 배치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방안이 현실성을 갖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과 규제가 필수적이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