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류 유통 현황과 개선과제

국내 석유류 유통의 구조적 문제로 가격 인상/인하의 비대칭성을 이야기한다. 즉 국내 석유류 가격은 근본적으로 국제유가에 따라 인상, 인하가 불가피하나, 국제유가 상승기에는 판매가를 빠르게 올리고, 하락기에는 상대적으로 늦게 내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적으로 주유소 유통단계에서 상승기에는 판매가를 적게 올리고 하락기에는 적게 내리는 행태로 인해 주유소 간 상당 폭의 가격차가 존재한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는 주로 주유소의 가격 조정 눈치보기, 재고 물량, 그리고 소비자 탐색형태 등에 기인한다. 이로 인해 일부 소비자는 피해를 보고, 물가 당국으로 하여금 석유류 가격 통제에 대한 유혹을 받게 한다.
올해 1월 중 소비자물가는 국제유가의 반등과 고병원성 AI 확산에 따른 달걀 가격의 급등 등으로 전년 동월 대비 2%대로 올라섰다. 정부는 최근의 물가 상승이 주로 석유류 가격 인상에  있다고 보고, 이를 억제하기 위한 대책을 밝혔다. 그 가운데 하나가 알뜰주유소의 가격경쟁력을 강화하고 석유시장의 경쟁을 촉진해 가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시설관리비용 지원을 통해 알뜰주유소를 확대하고 기존 알뜰주유소 간 협력을 강화해 공동구매물량을 최대한 결집하고 정유사의 공급계약 단가도 낮추기로 했다. 아울러 현장 점검을 강화해 불합리한 가격 인상을 억제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에 여기서는 기본적으로 알뜰주유소 확대를 통한 석유가격 안정화라는 정부 대책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그리고 알뜰주유소 및 전자상거래를 둘러싼 관련 업계의 우려 등에 대해 살펴보고 개선방안을 찾아보고자 한다.

알뜰주유소는 ‘대규모 공동구매를 통한 구매력 제고, 셀프주유 및 사은품 미지급 등 낮은 유통마진을 통해 국내 유가 안정 및 국민경제 기여’라는 취지로 도입되었다.

알뜰주유소는 ‘대규모 공동구매를 통한 구매력 제고, 셀프주유 및 사은품 미지급 등 낮은 유통마진을 통해 국내 유가 안정 및 국민경제 기여’라는 취지로 도입되었다. 지난 2011년 12월 1호점이 개설된 이래, 2017년 1월 현재 1,168개의 알뜰주유소가 운영되고 있는데, 이는 전체 주유소의 9.7%에 해당한다. 정부는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206.7억원의 재정 지원으로 당초 목표한 알뜰주유소 1,000개소를 이제야 넘긴 것이다.
한편, 정부는 2014년 마련된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석유유통대책의 성과를 바탕으로 석유현물시장(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적극 추진함으로써 시장기능을 활용한 경쟁 구조화 유도, 정유4사 전자상거래 참여, 수입 등 비정유사 물량 등을 통해 현물시장 공급 확보, 알뜰 주유소, 혼합판매 등을 통해 수요기반 확충, 그리고 시장경쟁이 확보된 이후에는 사업자간 공정경쟁 기반이 확보될 수 있는 자율 경쟁 체제 전환 유도”를 제시하였다.
하지만, 재정 지원을 통한 알뜰주유소 확대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미 정부는 알뜰주유소로 가격 안정화 효과를 거두었다고 자평한 바 있다. 그런데도 또다시 시설관리 비용 지원으로 알뜰주유소를 확대하겠다든지 더 큰 폭의 가격 인하를 꾀하겠다는 것은 오히려 여러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정부가 석유류 유통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함으로써 발생할 정부실패(government failure)이다. 또한 논란이 여전한 정책을 재탕, 삼탕 추진하겠다고 발표하는 것도 적절치 못하다.

알뜰주유소 정부지원 예산

알뜰주유소에 국한하여 정부 재정으로 시설 개선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시설 개선 자금을 자가 부담하는 일반 주유소와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 또한, 정부 지원 예산을 2013년 64.7억원을 정점으로 매년 줄여서 올해에는 6.4억원을 책정하였다. 그런데 이를 다시 늘리겠다는 것인지, 그렇지 않다면 20~30개의 알뜰주유소를 추가 개설한다면 소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인지를 가늠하기 어렵다.
여기에다 석유사업자의 석유수급, 가격 및 거래 내역을 보고받는 공공기관인 석유공사가 직접 시장에 참여하고 있고 경쟁 중립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도 알뜰주유소와 일반주유소 간의 가격경쟁 심화로 주유소의 영업이익률이 1%대에 불과하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따라서 알뜰주유소와 일반주유소 간 반목을 심화시키고 형평성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정부의 차별적인 재정 지원을 중단하고, 알뜰주유소의 운영주체인 농협, 석유공사 및 도로공사가 자유의사에 따라 입찰에 참여하는 등의 자율 경영을 보장하여야 한다.
아울러 국내 석유제품 유통시장의 거래 투명성 제고 및 국내 수급 상황을 반영한 거래가격 형성을 위해 지난 2012년 3월에 도입된 석유제품 현물 전자상거래 시장에 대해서도 이제는 보다 시장 친화(market-friendly) 정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전자상거래의 내수비중(M/S)이 10% 수준으로 확대되었는데도 초기 시장 형성을 위한 세금 감면 등의 우대조치를 지속·유지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전자상거래시장의 내수비중 및 가격경쟁력

그리고 전자상거래 시장 가격과 정유사의 장외시장 가격 간의 차이가 2015년 상반기 이후부터는 휘발유는 물론 그간 상대적으로 큰 차이를 보였던 경유조차 10원/ℓ 이하로 줄어들었다. 또한, 석유 수입 부과금 환급 및 법인세 감면과 같은 조세지원과 추가적인 수송비(5~10원/ℓ) 부담을 감안한다면 정유사 장외시장 가격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 그리고 거래형태별과 세금 부담을 달리하는 것은 자율 경쟁시장의 공정경쟁 환경을 훼손하고 자금 여력 부족으로 전자상거래 시장에 참여하지 못하는 영세 주유소에 대한 불공정 시비를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전자상거래 시, 석유 수입부담금 환급 중단 및 법인세 감면 일몰 등 조세 지원을 중단함으로써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전자상거래 시장의 안착을 위해 조세 지원의 전면 중단이 불가피하다면 부담금 환급액 및 법인세 감면액 축소 등 일련의 시장 친화적 조치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외상거래 허용 등 자체적인 경쟁력 확보 노력 및 체계 구축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

유류세율 인하를 통해 석유류 가격을 낮추어야 한다.

그간 지속적 단속에도 유사, 품질 부적합 석유류 유통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한 세금 포탈은 물론 자동차 안전 등에 의한 피해 내지 손실을 고스란히 소비자인 국민이 떠안고 있다. 석유류 중에서도 휘발유 그리고 주유소가 아닌 비석유사업자에 의한 탈법 유통이 가장 큰 문제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유통질서 확립이 주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끝으로,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유류세율 인하를 통해 석유류 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국제유가 상승기에 가장 적절한 정부 대책이 아닐까 싶다. 정부의 시장개입은 공정한 시장 조성을 위한 범위 내에서 그 정당성을 담보 받을 수 있다. 정부가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고 할 일을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