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석유화학이야기 – 석유의 개질과 크래킹
석유화학공장은 참으로 다양한 화학공정을 수행하는 콤비나트로 건설됩니다. 여천 산업단지에 둥지를 틀고 있는 GS칼텍스도 예외가 아닌데요. 이번에는 여러 화학공정 중 석유화학공업의 핵심이 되는 개질과 크래킹 공정이 무엇을 뜻하며 어떤 제품을 얻을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개질 (리포밍, reforming)
개질(改質)공정은 주로 원유의 정제과정에서 얻는 나프타(naphtha, 35~205℃ 증류분)를 원료로 합니다. 흔히 촉매를 사용해 나프타 성분들의 화학구조를 바꿔(접촉 또는 촉매개질법) 화학공업에 대량으로 필요로 하는 방향족 화합물(벤젠, 톨루엔, 자일렌)과 양질의 가솔린을 얻는 데 주목적이 있습니다.
이 과정은 원유 → 분(별증)류 → 나프타 → 촉매(접촉)개질 → 가솔린+BTX 로 쉽게 정리할 수 있는데요. 그렇다면 나프타에는 어떤 화학물들이 들어 있을까요? 나프타의 조성은 산유지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보통 열린사슬 파라핀(포화탄화수소), 고리형 파라핀(종종 나프텐이라 칭함)과 방향족 탄화수소를 포함합니다.
나프타 중 탄소수가 6과 그 이하인 상대적으로 분자량이 낮은 탄화수소를 포함한 나프타를 경나프타, 더 큰 분자들을 포함한 부분(끓는점이 140~205℃)은 중나프타라 부릅니다. 나프타 중 중나프타는 접촉개질에 주로 사용되는데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경나프타를 개질해서는 가솔린을 얻지 못할 뿐 아니라 BTX분도 별로 얻지 못하기 때문입다. 왜 그럴까요?
원유를 분별증류할 때도 가솔린은 얻어집니다. 그러나 양질이 되지 못하고 그 양도 충분치 않습니다. 그렇다면 양질의 가솔린은 어떤 특징을 가질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자동차 등 내연기관에서 연소가 효율적으로 진행되는 연소 특성을 가집니다. 따라서 같은 양의 가솔린으로 더 멀리 주행이 가능하며, 이를 두고 옥탄가가 높다고 하는 것입니다.
다시 개질공정 이야기로 돌아가면, 접촉(촉매)개질에는 흔히 백금과 레늄 촉매(0.1%정도)를 알루미나 등의 운반체에 실어 사용하며, 여러 가지 다른 유형의 화학반응이 일어납니다. 몇 가지 대표적 예로는 곧은사슬 파라핀을 고리화시키고 탈수소화시켜 방향족 화합물들을 만들고, 나프텐의 이성질체화 및 탈수소화를 통해서도 방향족 화합물 등이 생기게 합니다.
또 곧은사슬 파라핀이 이성질화 분해반응, 수소화 분해반응을 거쳐 가지친 탄화수소를 만듭니다. 가지친 탄화수소는 곧은 사슬 화합물보다 옥탄가가 큽니다. 한 예로 중동원유 중질 나프타(옥탄가 52)를 개질하면 옥탄가 93~98정도인 나프타 80%와 LPG 15%, 수소 등을 얻습니다. 개질유에서 BTX를 분리해 화학공업에 중요한 원료로 사용하는데요. 고온에서 중유 등을 수증기와 섞어 접촉반응시켜 수소와 일산화탄소를 주성분으로 하는 혼합가스를 얻어 도시가스나 합성원료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크래킹 (cracking)
우리는 석유화학공업에서 나프타 크래킹이라는 표현을 자주 들으며, 석유화학공업의 규모를 크래커(cracker) 의 크기로 비교하기도 합니다. 왜 그럴까요? 리포밍은 양질의 가솔린과 BTX 등을 얻는데 주목적이 있는데 비해, 크래킹은 고분자공업에 중요한 에틸렌(에텐), 프로필렌(프로펜), 부타디엔, 이소부틸렌(이소부텐) 등을 얻기 위해 사용하는 분해공정법입니다.
물론 크래킹으로도 원료에 따라 가솔린, LPG, 디젤 등을 얻기도 하는데요. 석유화학공업에서 탄화수소의 탄소-탄소(C-C)결합을 끓는 반응을 통틀어 크래킹이라 부르며, 원료 및 크래킹 조건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생성물이 얻어집니다. 크래킹에는 스팀크래킹(steam cracking)과 촉매크래킹(catalytic cracking)법이 중요합니다. 이 두 공정의 차이는 어디에 있으며 얻어지는 제품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스팀크래킹에서는 나프타, LPG, 에탄 같은 기체상이나 액체상의 탄화수소를 스팀(수증기)과 섞어 고온에서 짧게 반응시킵니다. 그리고 산소는 철저히 제거한 환경을 만들어줍니다. 이 때 만들어지는 생성물의 종류나 양은 사용원료의 조성, 스팀의 양, 크래킹 온도와 노(furnace) 속에 반응물이 머무르는 시간 등에 의존합니다.
예컨대 에탄, LPG, 경나프타를 크래킹하면 저분자량 알켄(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이 많이 생기지만, 중나프타를 스팀크래킹하면 가솔린이나 연료류에 사용하기 적합한 탄화수소와 방향족 화합물이 많이 얻어집니다. 고온크래킹에서는 에틸렌과 벤젠이, 저온크래킹은 프로필렌, C-4 탄화수소와 액체 탄화수소가 많이 생깁니다. 촉매크래킹에서는 산성의 촉매(실리카-알루미다와 제올라이트 등)를 사용합니다. 촉매를 유동화시켜 670~760℃ 정도의 높은 온도에서 중유 등 고분자량 오일을 크래킹하면 LPG, 가솔린, 디젤유 등을 얻습니다.
하이드로크래킹 (Hydrocracking)
이 밖에 원유를 수소와 섞어 크래킹하는 하이드로크래킹 공정도 일부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제트연료, 디젤, 고옥탄가 가솔린, LPG 등을 얻는 것이죠.
이상에서 우리는 석유가 가솔린 등 연료뿐만 아니라 석유화학공업에 매우 중요한 여러가지 저분자량 화합물들, 특히 올레핀류라 부르는 탄소=탄소 이중결합을 지니는 알켄 등을 크래킹법으로 얻는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가장 간단한 에틸렌(CH2=CH2)이 그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데, 그 까닭은 이 화합물로부터 출발하여 수많은 화학제품이 만들어져 우리들이 매일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에틸렌을 중합하여 얻는 폴리에틸렌(PE)은 그 중의 하나에 불과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크래킹에서 얻는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이소부틸렌으로부터 얼마나 다양한 화학제품이 만들어지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