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 이야기 2 – 빛보다 빠른 입자가 있다? 없다?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보물섬”과 쌍벽을 이루던 만화잡지 “소년중앙”에 연재되던 맹렬 타키온이라는 만화가 있었습니다. (“보물섬”은 기사는 하나도 없이 만화만 있었고 “소년중앙”에는 잡지처럼 기사가 있고 만화가 부록으로 있어서 부모님이 “소년중앙”을 사주셨죠… )

첩보원인 주인공이 기타로 총을 쏘기도 하는 뭐 그런 만화였는데, 그 만화 표지에 “빛보다 빠른 입자 타키온” 이라고 쓰여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빛보다 빠른 입자로 가는 시간 여행

2011년 11월에 갑자기 언론에 “빛보다 빠른 물질”에 대한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음, 뭐 빛보다 빠른 게 별거야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지만, 물리학적으로 보면 굉장한 이슈가 되는 뉴스입니다.

기사로 나온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해보면, 유럽의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에 위치한 CERN(Conseil Européen pour la Recherche Nucléaire – European Council for Nuclear Research) 이라는 연구소가 있습니다. 여기서 ‘타우 뉴트리노’라는 물질을 만들어내서 이 빔을 730km 떨어진 이탈리아 그란사소에 있는 OPERA 라는 장비로 보냅니다. 이 때 ‘타우 뉴트리노’가 도착하는데 걸린 시간을 3년간 반복해서 측정해보니 빛이 지나가는데 걸리는 예상 시간 보다 60나노초 정도 빠르게 도착했다고 발표 했습니다.

빛보다 아주 조금, 눈 깜박할 사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아주 짧은 시간만큼 빠르게 도착했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순식간에 지나가는 빛! 이보다 빠른 물질이 나오다니.. 
순식간에 지나가는 빛! 이보다 빠른 물질이 나오다니..

아주 많이 빠른 것도 아니고 정말 조금 빠른 거 가지고 왜 학계가 이렇게 호들갑이냐 하실지 모르지만, 사실 자연에서는 빛이라는 놈은 아주 특별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자연계에 어떠한 물질도 빛보다 빠를 수 없습니다. 현재까지의 이론상은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이론이라는 것이 바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입니다.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빛의 속도는 자연의 모든 현상을 지탱하고 있는 기준과도 같습니다. 우리가 흔히 절대적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위치와 시간도 빛의 속도를 중심으로 정렬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앞서 나온 실험 결과가 맞다면 일이 생각보다 복잡해집니다. 우선 물리학자들이 열심히 연구해서 지금의 상황을 잘 설명할 수 있는 이론도 만들어 내야 되고, 이론 만들어 낸 사람한테는 노벨상도 하나 줘야 되고, 대학물리나 중고등학교 물리 교과서에 내용도 수정해야 됩니다. 그리고 정말로 빛보다 빠른 뉴트리노가 있다면, 시간을 거슬러서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됩니다.

신문기사나 다른 데서는 “시간 여행이 가능해진다” 뭐 이런 기사를 쓰기도 하는데 빛보다 빠른 입자가 하나 있는 거 하고 실제로 빛보다 빠른 타임머신을 만들어서 타고 다니는 건 차이가 있죠, 하지만 정보를 전달하는 거라면 다를 수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현재 주식시장의 정보나 로또 당첨 번호를 한두 달 전에 있는 나한테 보내 줄 수 있다면, ㅎㅎ 생각만 해도 신이 나는데요. 이런 것이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도 미래에 있는 과학자들이 미래의 과학기술을 모스 부호 같은 걸로 만들어서 우리한테 보내주면 과학 기술의 발전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질 수도 있겠죠. 미래를 알 수 있게 된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이런 엄청난 일들이 일어날 수 있게 됩니다.

그럼 어마어마한 사건의 결말은 어떻게 났을까요?

지난 2월 23일자로 OPERA 연구소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CERN 과 OPERA 사이의 거리와 뉴트리노가 여행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는데 사용된 GPS(우리가 네비게이션 쓸 때 사용되는 그 GPS 맞습니다. 물론 정확도는 훨씬 더 높지만) 신호를 연결하는 선을 잘못 꼽아서 시간 측정이 잘못되었으며 이를 수정하여 빠른 시일 내에 실험을 해서 다시 발표 하겠다고는 합니다. 사람들에게 엄청난 기대를 안겨주며 결과를 발표했던 걸 생각해보면 허무하기 그지 없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뭐 실험하는 사람들이 이런 거 하나 제대로 못 꼽아서 이런 실수를 하느냐고 하실지 모르지만, 뉴트리노를 검출하는 OPERA라는 장비는 개당 8.3kg 정도 되는 납벽돌로 만들어진 검출 장비 150,000개로 이루어진 아주 거대한 장비 입니다. 실험한 사람들 편들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만큼 큰 장비라는 이야기입니다. (물리 하는 사람들 미워하지 말아주세요 T.T).

저도 지금부터 하고 있는 연구에서 빠진 선은 없는지 살펴 보아야 하겠습니다. 큰 실패는 작은 실수에서 비롯되는 법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