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에너지(전력)를 배터리(battery)에 저장하고 배터리로부터 구동력을 얻어 움직이는 자동차, 즉 전기자동차(이하 전기차)를 보급하기 위한 정부 지원이 최근 잇따르고 있다. 이미 2014년 12월 정부(산업․환경․국토부)는 2020년까지 전기차 20만대(누적), 공공형 급속충전시설 1,400기, 1회 충전 주행거리 300㎞ 확대 등을 목표로 ‘핵심 기술개발’, ‘차량 보급 확대’, ‘충전시설 확충’, ‘민간참여 촉진’ 등 4대 핵심과제를 중점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기차와 급속충전시설 보급 목표는 2016년 6월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을 통해 각각 25만대(누적)과 3,000기로 상향 조정되었다. 또한 산업․환경부는 2015년 시행이 연기된 저탄소차협력금 제도의 대안으로서, 친환경․저탄소차 기술 개발 촉진을 위해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된 연비․온실가스 배출 규제 기준(연비: 24.3km/ℓ, 온실가스: 97g/km)을 마련, 2020년까지 적용하기로 하되, 무배출 차량(Zero Emission Vehicle)인 전기차에 대해서는 1대 판매를 2대 판매로 인정해주는 “Super Credit” 제도를 적용하여 개발, 생산, 판매를 촉진하기로 하였다. 이러한 정부의 추동에 힘입어 국내 자동차 산업 차원에서도 전기차 개발, 생산, 판매를 위한 노력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일부 장애 요인에도 불구하고, 2020년 이후부터는 전기차가 본격적인 시장 진입 단계로 돌입, 그동안의 정책적 보급대상에서 기존 내연기관차의 시장점유율 경쟁자로 새롭게 부상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인공지능 기반 자율주행차 등, 자동차의 개념이 수송용 기계장비에서 ICT 전자기기로 급진적으로 진화하고 있어, 이를 탑재한 스마트 전기차가 가까운 장래의 자동차 시장을 선도할 가능성도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현행 전기차 보급정책이 지속될 경우, 전기차가 2035년까지 승용차 시장의 22.7%(PHEV 포함)를 차지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되고 있다.
자동차의 전력화 현상과 세제 형평성
이러한 전기차의 보급 확산은 수송용 에너지가 석유, 가스 등 탄화수소 계열 연료에서 전기로 대체되는 현상, 즉 자동차의 전력화(electrification) 현상을 수반한다. 이에 따라 새로운 유형의 수송용 에너지인 ‘수송용 전기’라는 개념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동안 등유나 프로판 등 주로 난방용 연료의 대체재로만 인식되어 왔던 전기가 휘발유, 경유, 부탄 등 수송용 에너지와 같은 반열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러한 수송용 전기의 등장은 에너지세제 측면에서 새로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전기 과세에 대한 논의는 주로 난방용 대체연료(등유, 프로판, LNG 등) 과의 대체성이나 형평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왔다. 가령 2014년 시행된 발전용 유연탄 개별소비세 과세(24원/㎏, 현행 30원/㎏) 조치는 전기의 난방 대체연료인 LNG의 교육세 비과세 조치와 함께 맞물려 이루어지면서, 난방부문의 전력화 대응에 한정되었다. 그러나 수송부문의 전력화로 수송용 전기가 등장하면서, 전기 과세 문제가 탄화수소 계열 수송연료인 휘발유, 경유, 부탄 등과의 대체성이나 형평성 차원에서도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생기게 되었다. 특히 전기차 보급 확산으로 자연스럽게 기존 탄화수소 계열의 연료수요가 줄어들고, 대신 전기수요가 증가하게 될 경우, 세수 중립성 차원에서 유류세의 일부를 수송용 전기 과세를 통해 최소한 일부라도 벌충하는 방안이 자연스럽게 고려되어야 한다.
현재 탄화수소 계열의 수송용 연료(휘발유, 경우, 부탄)를 소비할 경우, 교통․에너지․환경세(휘발유, 경유) 또는 개별소비세(부탄)가 부과되며, 휘발유, 경유는 교통․에너지․환경세의 15%인 교육세와 26% 주행세가, 부탄은 개별소비세의 15%의 교육세가 부가세(surtax)로서 추가 부과된다. 이렇게 징수된 유류세 규모는 2016년 23조 7천 억원에 육박하며, 세입 예산 242조의 약 10%, 법인세 52조원의 약 44%에 달한다.
반면 수송용 전기 소비 자체에 대해서는 소비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이처럼 불균형한 수송용 에너지 의 담세 체계가 유지된 상황에서 2020년까지 20만대 수준의 전기차 보급 달성을 상정할 경우, 2020년에는 2,894억원, 2016부터 5년간 약 6,773억원의 유류세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 그 만큼 세수 부족분을 벌충할 필요가 있다.
수송용 전기의 과세방안 및 과제
만일 세수 중립성 차원에서 탄화수소 계열의 수송용 연료와 동일선상에서 전기에 대한 과세를 고려할 경우, 유류세 부과의 논리적 정당성을 다시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세액 차원에서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류세의 논리적 정당성은 탄화수소 계열의 수송용 연료 소비로 인해 발생하지만, 소비자들이 쉽게 인지할 수 없는 사회적 외부비용을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금전적 비용으로 환산하여, 소비자들로 하여금 실제 지불하게 하는 데 있다. 이로 말미암아 사회적으로 적정 수준의 소비수준을 유도할 수 있다는 논리가 유류세의 도입의 기본적인 전제이다. 이때 사회적 외부비용은 배출가스로 인한 대기 환경오염이나 기후변화 등 환경비용, 그리고 도로교통의 혼잡비용 등이 대표적이다.
우선 환경비용은 전기의 사용형태 중 하나인 수송용 전기만 특정하여 부과하기 곤란한 측면이 있다. 전기차는 적어도 운행 도중에는 대기 중으로 온실가스나 미세먼지 배출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으로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차량의 운행에 한정된 것일 뿐, 만일 운행에 소비된 수송용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단계까지 고려할 경우에는 다른 이야기가 된다. 석탄 화력발전 등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나 미세먼지 등은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발전단계의 환경비용은 발전용 연료의 소비에서 유발된다는 점에서 유연탄 등 발전 연료에 대한 과세를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이 경우 수송용을 넘어 가정용, 산업용 등 용도와 상관없이 전기 요금의 전반적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전기의 환경비용 문제는 전기차 수준을 넘어 전력산업 전반이 연관된 담론이 될 수밖에 없다.
반면 도로교통의 혼잡비용은 전자기기보다 수송용 기계장비로서의 전기차의 특성에 한정해서 귀속될 수 있다. 이 점에서 수송용 전기에 일부 내부화하는데 용이할 수 있다. 전기차 1대가 도심 진입으로 유발하는 교통 혼잡 정도는 휘발유나 경유자동차 1대와 차이가 있을 수 없다. 다만 에너지원별 혼잡비용은 해당 에너지원 차량의 규모가 전체 차량의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의존적이라는 점에서, 전기차의 일정 정도 이상의 시장점유율 확보가 가시화된 시점에서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추가적으로 지방세인 주행세를 수송용 전기에 부과하는 방안은 보다 단기적으로 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주행세 부과는 자동차가 도로 등 교통 인프라를 소비함으로써 편익을 얻는 만큼, 이의 구축이나 유지 보수를 위한 비용을 일부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에 근거하고 있다. 비록 전기로 달리지만, 다른 에너지원 자동차와 동일하게 도로 등 교통 인프라를 소비할 수밖에 없는 전기차가 주행세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에 수송용 전기에도 유류세에 준하는 수준의 주행세가 부과되어야 한다.
정리하자면, 세수 중립성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수송용 전기에 일부 과세하는 문제는 보다 수용 가능성이 높은 부분부터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접근 가능한 주행세부터 보다 큰 담론인 환경비용 내부화 문제까지 단계적으로 접근해나가기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사료된다. 물론 모든 본격적인 논의는 전기차가 보급 단계를 넘어 시장에 진입한 이후부터 이루어질 수밖에 없지만, 미리 준비할 필요성은 분명하다.
본 콘텐츠는 대한석유협회 <석유와 에너지> 2017년 봄호에 기고된
김재경 부연구위원 글에서 발췌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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